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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칼럼]국세청의 찌든 관행 ‘적극행정’이 퇴치하나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본지 논설고문 겸 대기자)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곳, 그 곳이 ‘국세청’이라고 해도 손사래 칠 사람 아무도 없다. 예로부터 세금이 지닌 터부(taboo)가 엄청 강해서 부쳐진 대명사 ‘권력기관’으로 통해 왔기 때문이다.

 

사유재산권보다 조세채권이 우선이기에 그렇게 불러져오게 된 것일까. 거래와 소득 그리고 보유재산 등이 과세권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국세당국의 세무조사 칼날 앞에는 당해낼 재간도, 장사도 없다는 노변정담(爐邊情談)이 딱 맞아 떨어진다.

 

지난해 말 즈음, 연말 세정 마무리 분위기속에서도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닦아나가자고 국세청 구성원들은 한 몸처럼 똘똘 뭉쳤다. 세무애로 적극 해소, 납세자 권익 적극 보호, 세무조사 부담 적극 완화, 경제 활성화 적극 지원, 세법 규정 적극 안내 등 5개 분야 적극행정을 집중추진 강화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장르를 아우르는 현장 소통창구 마련을 통해서 세무애로를 적극 해소하겠다고 나섰고, 납세자보호담당관의 조사 현장 입회 등 납세자권익을 적극 보호하자는 대명제를 새롭게 내걸기도 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뒷받침 방안도 선제적 발굴을 게을리 하지 않을 방침이라서, 이대로라면 세무조사 선정 대상에서 빼주는 아량을 베풀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마저 들게 한다.

 

마치 정곡을 찌르는 것 같지만, 적극행정 추진목표 컨셉이 어쩌면 여느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살짝 아쉽다. ‘적극’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새롭기는 하지만 말이다. 국민이 바라는 국세행정의 고정관념 지우기는 세정지원이나 세무조사 축소· 조정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그 보다 더 큰 과제는 껌 딱지처럼 눌러 붙은 관행 퇴치다.

 

공정에 반하는 반측과 특권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버려, 그 동안 납세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꽤 있어 왔다. 일부 전관특혜, 고액 입시 컨설팅, 부동산 과열투기, 매점매석 등 아직도 관행으로 미화된 잔존 불공정 행위가 사회 곳곳에 기생(寄生)하고 있다는 판단이 국세당국의 첨단 분석이다. 국세청이 불공정 탈세 혐의자를 전격 세무조사 착수한 것도 잔존 관행의 근절 일환책이 분명하다.

 

반세기 넘게 찌들다시피 몸에 밴 관행을 벗겨 버려도 될 듯 말듯하다. 진정한 납세서비스 기관으로의 정립은 그 찌든 관행이 서식하는 한 ‘절대불가’라는 진단이 답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국세행정에 여과 없이 접목시켜도 가능할지 말지인데, 하물며 그 어렵다는 국민 신뢰 성취 달성에는 유리알처럼 투명한 ‘청렴’이 선결되지 않고서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닦아 놓은 길을 유유히 활보하는 작태는 답습에 불과하다. 힘들긴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 보람찬 ‘우리의 길’이 된다. 국세청의 ‘적극행정’이 새롭게 단장한 국세청다운 길이 되어 곧게 뻗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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