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코로나 특수’가 크게 한 몫했다.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금융권을 찾았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속 단행하며 금융권 이자이익이 크게 불었고,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단 우수한 성적표들 사이에서도 금융지주 간 격차는 선명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리딩뱅크’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 사실상 압승을 거뒀다.
연간 당기순이익 기준 신한금융은 4조193억원이었고, KB금융은 이보다 9.7% 높은 4조4096억원을 달성했다. 4분기 당기순이익만 놓고 봐도 신한금융은 4598억원, KB금융은 38.5% 높은 6372억원이었다.
◇ 비은행 부문서 승패…사모펀드 비용인식도 영향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4조4096억원을 시현하며 ‘4조클럽’에 입성한 KB금융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핵심이익인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이익이 증가했고 푸르덴셜생명과 프라삭 등 최근 몇 년간 진행된 각종 인수합병(M&A)에 따른 ‘몸집 키우기’가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실질적으로 신한금융과의 경쟁에서는 ‘비은행 부문’에서 승패가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은행 부분 순이익은 KB금융이 2조5908억원으로 신한금융의 2조4944억원과 대동소이하다.
반면 비은행 부분의 경우 지난해 KB금융이 순이익 1조8188억원을 내며,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1조5249억원과 비교해 격차를 벌렸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분 순이익은 2020년 기준 각각 1조5721억원, 1조4293억원으로 그 차이가 1428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2939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을 살펴봐도 KB금융의 경우 전년(33.5%) 대비 10%p 가까이 커진 42.6%로, 비은행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정평 난 신한지주의 42.1%보다 앞섰다.
계열사별로는 소매금융 부문인 KB금융 계열사 국민카드가 4190억원을, 신한 계열사 신한카드와 저축은행이 7050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보험 부문 KB금융 계열사인 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은 6308억원, 신한 계열사인 신한라이프는 3920억원을 나타냈다. 자본시장 및 기타 부문의 경우 KB금융 계열사 KB증권은 7620억원, 신한금융 계열사 신한금융투자, 캐피탈, 자산운용이 7400억원을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차 이외에도 라임 등 사모펀드 관련 비용이 신한금융의 발목을 잡은 점도 KB금융과 신한금융 간 격차를 발생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실적에서 신한금융은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투자상품 손실액으로 총 4676억원을 인식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분에 대한 사적 화해 추진 등에 필요한 비용을 반영한 것이다.
일각에선 신한금융을 향한 긍정적 시각도 나온다. 지난해를 끝으로 사모펀드 관련 비용 인식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올해부턴 KB금융과의 본격적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다.
◇ 굵직한 M&A 시도로 비은행 키워…결과는 성공적
이번 호실적 발표로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면서 KB금융의 시가총액은 26조원을 넘어섰다. 20조원을 겨우 넘어선 신한금융을 앞질렀다.
윤종규 회장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이 부분에서 나온다.
그간 윤종규 회장은 취약 분야인 생명보험 분야를 인수합병을 통해 키우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실제 KB금융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보완했다. KB생명이 꾸준히 순이익을 달성하고 있긴 했지만 총자산 기준 업계 순위가 17위에 머물렀는데,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생명보험업계 순위가 10위 안쪽으로 들어갔다.
앞서 KB금융은 2015년에도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며 총자산을 당시 421조원에서 445조원으로 크게 늘렸고, 2016년 현대증권 인수도 성공시켰다.
종합 정리하면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KB금융은 LIG손보(現 KB손해보험)와 현대증권(現 KB증권)을 인수하며 은행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켰다. 이후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며 KB금융의 포트폴리오가 ‘은행-보험-증권-카드-캐피탈’로 완성됐다.
특히 푸르덴셜생명 실적이 지난해부터 온전히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보험 부문에서 신한금융과의 실적 희비를 가르는데 톡톡히 한 몫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33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의 다른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도 전년 대비 84.1% 증가한 301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KB생명보험의 경우 적자 규모가 오히려 1년 사이 232억 원에서 466억 원으로 증가하며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와 비교해 신한금융의 보험 계열사인 신한라이프는 사고보험금 증가에 따른 위험률차손익, 신계약비차손익 등 사업비차손익 감소로 전년 대비 14% 이상 감소한 391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 전통금융사 노하우 십분 활용…디지털 금융 사활
잇따라 호실적을 달성한 금융권의 공통 과제로는 크게 비은행 강화, 금융 디지털화, 건전성 관리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앞서 밝혔듯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M&A를 잇따라 성공시켰고,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KB금융의 다음 관심사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로 쏠린 상황이다.
실제 윤종규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KB금융이 디지털을 통해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넘버원 금융 플랫폼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담겼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인 ‘KB스타뱅킹’과 관련해 계열사 앱들과의 상호 연계, 보완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인재양성에 있어서도 디지털, WM(자산관리), IB(투자), 자본시장 등 미래성장 부문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윤종규 회장은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업에 속속 진출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전통 금융사가 소비자들의 선호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KB금융이 금융 디지털화에 사활을 거는 것은 전통 금융사가 가진 금융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빅테크와, 핀테크의 공습으로부터 전통은행 산업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깃든 선택으로 보여진다.
◇ 동남아-선진국 투트랙 전략…KB부코핀 적자 청산은 과제
KB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 금융 디지털화 이외 해외사업 성과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KB금융의 해외사업은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안정성이 높은 선진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증권 등 자회사를 통한 동남아시장에 대한 공세가 적극적이다. 2019년과 2020년 한 해 동안의 성과만 살펴봐도 KB금융이 해외사업 부문에서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KB금융은 2019년 총 8000억원을 투입해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캐피탈을 통해 해외에서 총 3개 회사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소액대출금융기관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7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KB국민카드는 인도네시아 여전사인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FMF) 지분 80%를 949억원에 사들였고, KB캐피탈은 인도네시아 선모터 그룹 자회사인 할부금융회사 순인도 파라마파이낸스의 지분 85%를 인수했다.
이같은 행보는 2020년에도 계속됐다. KB국민은행은 미얀마에서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았고,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KB국민카드가 태국에 진출했다.
다만 현재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코핀 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측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지난해 KB부코핀 은행의 실적이 다소 감소했으나 증자 참여를 바탕으로 신규고객을 확보하고 자산 양질화, IT인프라 개선 등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 포스트 윤종규 놓고 3인 부회장 경쟁
비은행 부문 강화, 금융 디지털화, 해외사업에서 탄탄한 성장 기반을 확보중인 KB금융은 지난해 연말 계열사들 인사에서 ‘안정’ 보다는 ‘변화’에 초점을 둔 선택을 했다.
일단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인사가 금융권 최고의 파격 인사로 꼽혔다. 이재근 행장은 1966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행장이다. 전임 허인 행장보다 5살 정도 어리다.
윤종규 회장과 사외이사들은 빅블러(Big Blur, 경계융화현상) 시대,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이번으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인사이동 결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혔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KB금융을 이끌어갈 후계구도 정립에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윤종규 회장은 2021년 연말인사에서 복수 부회장체제를 가동하며 본격적으로 차기 회장양성에 나섰다. KB금융은 양종희, 이동철, 허인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고 후계구도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3인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경영 승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지배구조 안정화를 꾀하려는 윤종규 회장의 묘수로 파악된다.
◇ 금융부실 뇌관…건전성 관리 집중해야
내년까지 총 9년간 KB금융을 이끌게된 ‘최장수 회장’ 윤종규 회장.
임기 내 수익성, 성장성을 모두 잡으며 ‘리딩뱅크’ 왕관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금리 인상기 부실 리스크를 딛고 건전성도 잡아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크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이 연속 단행되며 부실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순이익으로 얼마를 벌어들이냐보다 자산건전성 관리 등 리스크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다음달 종료를 앞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금융 지원 이후의 상황이 1차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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