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안전한 자산‧가업승계 수단으로 떠오른 유언대용신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15% 제한에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나왔다.
오영표 신영증권 패밀리헤리티지 본부장은 1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복지형 가족신탁 활성화를 위한 법제 및 세제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가족신탁이 유언공증보다 분쟁예방기능, 설계의 유연성, 재산 분배의 확실성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가족신탁의 일종인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재산을 승계하면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원하는 방향의 지시권, 통제권, 변경권을 사전에 이전시킬 수 있다.
수탁자는 위임받은 내용을 토대로 위탁자가 지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을 배분하므로 신속성, 확실성, 유연성 측면에서 유언공증보다 강점을 지닌다.
다만 자산‧가업승계 수단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활성화하기 앞서 몇몇 현행 법제가 걸림돌이 된다는게 오 본부장의 주장이다.
자본시장법상 신탁회사 의결권 15% 제한에 예외를 허용하고, 가업상속공제 사전요건을 인정해줘야하며, 법원 허가를 전제로한 유류분 사전포기를 가능토록하고, 법인세 신고시 주식변동명세서에 신탁을 추가하자는 의견이다.
먼저 자본시장법 제112조에 따르면 15% 의결권 제한 규정이 등장한다. 15% 이상의 주식을 신탁하더라도 15%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예컨대 20% 지분을 신탁하면 20%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게 아니라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오 본부장은 “신탁회사가 위탁자의 의결권지시권에 따라 지시하는 경우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결권행사 범위가 제한됨으로써 신탁을 통한 가업승계가 선별적으로만 가능하다는 맹점을 문제점으로 지목한 것.
금산분리 원칙은 기업이 경영권을 통해 금융사에 맡겨진 타인의 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자회사, 계열회사 등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겼으나 신탁으로 맡긴 주식의 경우 개인 소유 재산인 만큼 의결권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오 본부장에 따르면 상속증여세법 제18조에 따르면 10년 이상 경영한 가업을 상속할 때 200~500억원의 상속세가 공제되는데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이러한 가업상속공제가 힘들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외 유언대용신탁 활성화를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은 경우 상속 개시 전 ‘유류분 사전포기’를 허용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이 증여나 유증을 했어도 뺏을 수 없는 상속인의 권리이다. 직계비속 및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절반,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는다. 그런데 유류분 사전포기 제도를 도입할 경우 피상속인의 원치 않는 상속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이 있다.
법인세 신고시 ‘주식변동명세서’ 상 변동 사유에 신탁을 추가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과세당국은 모든 주식변동에 대한 법인세 신고 시 주식변동 상황 명세서를 제출하도록 하는데 이때 신탁을 변동 사유로 적을 수 없다보니 실무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맥락에서다.
오 본부장은 “복지형 가족신탁은 국가의 재원을 투입해야 할 복지 영역에 국민 스스로가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는 이점이 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최대한 많은 국민이 활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개최된 ‘복지형 가족신탁 활성화를 위한 법제 및 세제 개선방안’ 세미나는 조세금융신문과 (사)한국신탁학회, (사)금융조세포럼이 공동 주관하며,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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