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사들이 오는 8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데이터발(發) 금융혁명이다.
금융사와 빅테크 등에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본인이 관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자기 정보 결정권’을 갖게 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삶은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개인정보가 활발하게 유통되는데 따른 유출‧악용 가능성과 금융권 종사자들의 인력 구조조정 우려는 동전의 앞 뒷면처럼 공존하는 쟁점이다.
◇ 사용자-사업자 ‘윈윈’…“흩어진 데이터 한곳에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잰걸음이 한창이다.
지난해 1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를 갖췄고 이후 시중은행을 비롯 카드사와 보험사, 핀테크 등 업체 28곳이 1차 사업자 허가를 받아 오는 8월 서비스 개시가 임박한 상태다.
당초 개인 데이터는 개인이 아닌 기업이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해왔다. 그런 만큼 개인은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고 이용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비즈니스가 급증하면서 개인 데이터 가치 또한 높아졌고 ‘마이데이터’ 개념이 탄생했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에 흩어져 있던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추천받기 용이하다. 나아가 사용자의 개인 신용정보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사전 동의에 의해서만 데이터가 활용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처럼마이데이터 사업의 효익은 사용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경우에도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으로 본래 고객을 유지하면서 신규 고객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유리한 만큼 성장 기회도 확보할 수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각각으로 나눠진 산업 권역을 허물 것”이라며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사업이란 의미고 그런 점에서 은행, 카드, 보험, 핀테크 등 너나 할 것 없이 해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정부도 관심…“데이터 산업 규모 2025년까지 19조→43조원”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적극적 움직임은 금융권에서만 포착되는 분위기가 아니다. 정부 역시 데이터발(發) 혁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데이터산업 규모를 2025년까지 기존 19조원에서 43조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11일 제23차 전체회의를 통해 데이터 플랫폼 활성화 방안과 데이터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2019년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빅테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바 있다. 금융, 교통, 환경, 통신 등 16개 분야 플랫폼에 금융사, 통신사 등 빅테이터를 가진 기업이 정보를 올리면 기업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구매해 쓸만한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하고 플랫폼 이용 자체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정부는 데이터 플랫폼 활성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놨다. ‘통합 데이터 지도’를 구축해 여기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면 해당 빅테이터 플랫폼에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정부는 2020년 기준 19조원 규모인 데이터산업을 2025년까지 43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동시에 오는 8월부터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사업 분야를 의료, 통신 등 전 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개인정보 유출‧악용 막아야
다만 개인정보 활용 관련 ‘보안’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감지된다.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정보 유출 또는 악용에 대한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객정보 활용이 늘어나면 편리성을 확대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생활 침해나 데이터 유출 등 소비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우려에 마이데이터를 ‘허가제’로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부적격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신청 업제를 심사해 통과한 업체에게만 운영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당 마이데이터 가입 개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관계기관, 사업자와 함께 운영하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개인당 마이데이터 가입 개수를 최대 5개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하반기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최대 60여곳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만약 사용자가 5개 업체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했다면, 다른 업체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추가로 가입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새로운 업체 한 곳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을 희망할 경우 기존에 가입한 업체 5곳 중 1곳의 가입을 취소해야 한다.
이처럼 금융위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개수 제한을 검토중인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인데, 마이데이터 사업 특성상 개인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으므로 각 개인이 너무 많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면 해당 정보가 유출 또는 악용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신용정보 관련 문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심사한 외부 전문가들 역시 가입 개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금융 당국의 이러한 조처가 사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가입개수를 제한하면 아무래도 인지도가 낮은,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 가입 개수 제한보다는 인증‧보안 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추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력 구조조정 우려도…“수만명 일자리 위협”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금융산업 형태가 급변하며 인력 구조조정도 빠르게 일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모든 금융데이터를 모을 수 있어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접복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가능해지는데 투자 분력 능력에서 기존 펀드매니저보다 빠르고 정확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게다가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제공하던 조회, 이체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기존 시중은행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금융권 대면 영업 채널 축소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내 4대 시중은행 지점 126개가 축소됐는데 이는 2019년 대비 88개 많은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 활성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영업 채널에 종사하는 수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며 “금융권 내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고 현재 시중은행 중심의 주도권도 핀테크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금융권 스스로 데이터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정부 또한 현재 금융기관이 마이데이터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 권장, 직무 재배치를 위한 인센티브 등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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