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
너무 쉬운 시행사(부동산개발사업) 법인설립?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PF가 왜 반복적으로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은 바로 건설시장의 구조적 문제점, 즉, 법적 구속력도 없는 시공사(건설사)와 시행사(사업주=토지소유자)의 분리다. 그러니 자본력도, 경험도 부족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서 시행사를 차리고 건설시장에 뛰어든다. 시행사는 총사업비의 10%도 되지 않는 자기자본으로 건설사나 증권사 등 2금융권의 보증을 등에 업고, 자기 몸집의 30배가 넘는 PF를 일으켜 사업을 하고 있다.
시행업(부동산개발사업)의 시작이 바로 토지 확보부터 시작되지만 부동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런데 모두들 쉽게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부동산은 출발을 잘못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한다.
특히, 대출을 내주는 금융회사들도 건설사 등의 보증만 믿고 사업성 평가를 꼼꼼하게 하지 않아 결국 사고는 난다. 부동산을 개발하려는 자는 여러 법률에서 그 자격을 제한하거나 자격을 취득해야만 한다.
예를 들면 「부동산 투자 회사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를 택지‧공장용지 등으로 개발하거나 공유 수면을 매립하여 토지를 조성하는 사업, 건축물이나 그 밖의 인공 구조물을 신축 또는 재축하는 사업 혹은 위와 유사한 사업을 하려는 자는 일정 자격을 갖추고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또한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부동산개발업을 관리‧육성하고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법이 제정되었다. 따라서 본 법률에서 정하는 자격을 갖추고 등록한 업체는 부동산개발사업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행사들이 등록을 하는 법률은 바로 「주택법」이다. 「주택법」상 주택을 건설 공급하려는 자는 주택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고 주택협회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주택 공급업을 할 수 있다.
물론 연간 20세대 미만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해당이 없지만 연간 20세대(도시형 생활주택은 30세대) 이상의 주택건설 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면허다. 주택건설업 면허는 시행과 시공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 면허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시행사는 주택공급과 관련된 주택건설업 면허를 가지고 시행업을 한다. 등록기준(자본금, 기술능력, 시설)은 너무 간단하다. 주택건설업 면허 법인은 3억원, 개인은 6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준비되면 된다. 주택건설을 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인데 자본금은 고작 3억원? 6억원?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주택건설업 면허는 총 1인 이상의 건축분야 기술 자격취득자가 근무하면 된다. 물론 상기 근로자로 근무해야 한다. 특히, 주택건설업 면허는 장비 기준도 사무실 면적 제한도 없다. 사업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어 우스운 얘기로 서울의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테헤란로 좌우 빌딩 속에는 수백, 수천 개의 시행사가 있다는 말도 있었다. 책임이 큰 만큼 그 진입장벽도 높아야 할 것이다.
시행사의 부동산개발사업에 대한 실력도 문제
부동산개발사업은 관련 프로젝트가 중심이다.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기반해서 투자하거나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행사(사업주)가 바뀌어도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대출받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프로젝트가 중심이 아니라 시공사, 즉 건설사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모든 면에서 열악하다 보니 건설사가 보증이나 책임준공 확약 등을 금융기관에 해주면 대출은 발생되고 사업은 추진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시행사는 자본력과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하며 부동산개발사업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부동산에 대한 이해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은 부동산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특성과 인문적인 특성이 모두 다르고 법적 규제도 모두 다르다.
또한 부동산은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며 현재의 가격이 미래의 가격과 다르듯 시장분석 역시 현재의 분석과 미래의 분석과 달라 물건에 따라, 지역에 따라, 시간에 따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만 보고 접근해서 부동산을 개발하게 되면 시간이 경과하면 지금 분석한 내용들이 모두 달라져 실패하기 쉽다.
특히, 어떤 부동산이든 개발에 앞서 그 물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주변 환경 분석 그리고 시장분석, 시장성분석, 수요자분석 등 많은 것들은 공부하고 검토하고 난 이후 자금력 등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부동산개발업에 뛰어들어야 함에도 우리나라는 너무 적은 자본력과 인력으로 너무 큰 사업에 너무 쉽게 뛰어들어 사업을 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에 민감하고, 원자재 가격과 이자율에 민감하고, 수요자의 인식변화(주택의 경우 주거문화 변화)에 민감하게 되어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물론 소가 뒷걸음치다가 개구리를 잡듯 시장경기가 좋을 때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고 너도나도 시행사가 되겠다고 뛰어들면 성공보다는 실패 확율이 크다.
특히, 부동산과 개발사업에 대한 지식 습득과 이해는 꼭 필요하며 관련 법률과 규정, 제도, 정책 등은 항상 잘 알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대학에 부동산학과(학사, 석사, 박사)가 개설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부동산개발사업 때문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학문은 공간학문이며 개량 학문보다는 실용 학문이다.
또한 부동산학은 경제학도, 경영학도, 도시학도, 건축학도 그리고 사회학, 법학, 심리학도 아닌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사회종합과학학문인 것이다. 인생은 평생 공부하고 배우면서 산다. 부동산개발업을 꿈꾸는 자는 사업부터가 아니라 공부부터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5월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http://www.tfmedia.co.kr/data/photos/20250623/art_17491480770797_1084c9.png)
시행사의 업무인 부동산개발사업은?
부동산 개발프로젝트는 토지 매입부터 시작하여 기획단계를 거쳐 완공단계까지는 대체로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부동산개발사업의 첫 번째 단계는 시장분석을 통해 대상부동산을 개발했을 때 수요분석과 가격분석 그리고 주변지역과의 경쟁력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발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만약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면 부동산 개발을 위해 적합한 토지를 확보하고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이 단계에서는 정부의 규제와 법적 요건 등을 반영한 개발 가능 컨셉을 설정하고 기본 설계와 사업성 분석을 거쳐 본격적 사업 준비 단계로 들어간다.
세 번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력이다. 따라서 본 사업지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와 자금 규모 등을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하거나, 금융권 PF 대출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네 번째 단계가 바로 실제 개발이 진행되는 단계로 건설 작업과 함께 도시기반시설의 설치, 상업시설 및 주택건설 등 건설를 하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분양이나 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한다. 이 단계에서는 물건에 대한 시장 수요와 가격 변화가 매우 중요하므로 시장분석과 시장성분석을 통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본 단계별 개발사업 시행 단계를 시행사는 모두 숙지하고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시행사의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전체 토지가격의 10% 정도 준비하고 브릿지를 통하여 토지소유권을 확보하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PF를 받아 건설사에게 위탁 건설시키면서 개발이익은 시행사가 가져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과정에 시행사의 자본력이 약하다 보니 토지 매입을 위해 건설사 보증뿐만 아니라 증권사 등 2금융권의 신용 보강 후 대출이 발생한다.
게다가 주택인 경우 선분양으로 분양받은 사람들 돈으로 건설비를 충당한다. 그런데 외국의 시행사(부동산개발업자)는 모든 단계를 주도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부동산 개발업자 즉, 시행사로 돈을 벌었다. 그런데 미국의 시행사는 대부분 건설사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만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부도가 발생하지 않아 경제에 충격이 적다.
물론 중국도 자본력은 높지만 건설사가 시행‧시공을 모두 맡으면서 주택 분양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 몸집만 키운 여파로 헝다그룹, 완다그룹 등 굴지의 건설사가 파산했다. 그 여파는 지금도 중국 부동산시장은 물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때문에 무분별한 시행사의 증가는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
현재 PF대출 현황은?
지난 1월 말 기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부동산 PF 규모는 줄었지만 부실 위험은 커지고 있어 회생 가능한 사업장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을 했다. 보고서에서 금년 1월 건설 브리프에 따르면 부동산 PF 규모는 2023년 말 약 231조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약 210조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반면, 같은 기간 유의(C등급)와 부실 우려(D등급)로 평가된 PF 규모는 약 9조원에서 약 23조원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는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침체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 PF부실 여파로 2년 연속 적자 [사진=연합]](http://www.tfmedia.co.kr/data/photos/20250623/art_17491480798019_6e9688.png)
또한 부동산 PF의 비중을 보면 본 PF 비중은 71.7%, 브릿지론 11.0%, 토지담보대출 17.3% 등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PF관리와 지원으로 부동산 PF 규모는 감소하고 있지만 부실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부동산 PF 유형별 악화 우려 비중은 본 PF가 3.1%, 브릿지론이 20.8%, 토지담보대출 37%로 나타나 사업 초기 PF의 부실이 더욱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결국 본 PF 전 단계의 브릿지론 대출이 문제이며 토지담보대출도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시행사가 적은 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 무리하게 브릿지론을 일으켜 소유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니 부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PF 정상화 방안으로 신디케이트론 규모를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고, 이를 단계적으로 5조원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계획된 2조원은 본 PF 규모인 4조 6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PF 사업장의 평가는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부실 우려가 큰 사업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재구조화를 추진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왜? 금리에 사업장이 민감한지, 왜? PF 대출에 민감한지 더 나아가 시행사의 자본력 문제 등도 검토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PF 대출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PF는 건설시장 모럴해저드와 시행사의 출현
부동산개발사업 중 일부 PF 대출은 사업성이 부족함에도 대출이 집행되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분명히 사업성이 안 좋은 프로젝트인데 건설사의 보증이나 책임준공 확약 등으로 인해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시장의 다른 시장 참가자까지 희생시켜 이득을 얻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시장이 어려워지면 바로 그 결과가 나타난다. 이는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행사가 많아지고 출현한 원인은 지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리되었다. 그 전에는 건설사가 토지를 매입하고 기획부터 시공, 분양까지 도맡아 했다. 건설사가 빚으로 땅을 사다 보니 부채비율이 너무 많아 위험수위를 넘어가자 정부가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라고 했다. 그래서 토지 매입이 시행으로 분리됐다. 당시 건설사 한 부서가 분리되어 시행사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시행사가 출발하다 보니 시행사 자본이 많을 리가 없고, 건설사가 보증을 서는 구조가 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가 줄도산을 하고 건설사 지급보증도 부채로 잡는 새로운 회계 기준이 도입되었다. 그러자 건설사가 책임준공 확약이란 새로운 보증을 주기 시작했고, 증권사 등 2금융권이 신용 보강이라며 추가 보증을 제공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부동산개발사업 쪽에서 문제가 터지게 된다. 지난해 태영건설 사태도 브릿지론 42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여 3조 2천억원이 부도가 날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워크아웃으로 결정이나 그나마도 회생절차를 밟아 지금은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63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신동아건설은 스스로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자금압박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렇게 무분별한 PF대출은 결국 시공사는 물론 건설사까지도 위험에 빠질 수 있어 장기적 대책은 필요하다.
건실한 시행사를 키워야 한다
지금은 고금리 시대다. 그럼, 금리인하가 되면 부동산 PF가 괜찮아질까?
금리가 떨어져도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 건설시장, 시행사들은 만약 예상만큼 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 부실이 커지고 그 부실은 금융시장까지 위험이 퍼질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의 단계별 연체율을 보면 토지 매입을 위한 브리지론이 11.08%고 시공 단계의 본 PF가 2.5%다. 토지 매입 단계의 위험성이 더 큰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부동산개발사업에서 자기자본은 보통 20~30%인데 그 이유는 토지 매입 자금이 전체 사업비의 30%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고위험의 토지 매입 단계는 자기자본으로 하게 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PF를 프로젝트 파이낸싱답게 만들어야 한다. 건설사, 신탁사, 증권사 등의 신용 보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분양제도도 문제다. 선분양으로 들어온 자금을 시공사 등이 사용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도 개선되어야 한다. 분양 자금의 일부는 금융회사에 예치해 놓고 위험에 대비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바로 건설시장의 에스크로제도 도입이다. 그래야만 부동산개발사업의 위험성이 금융회사의 위험으로 돌아오는 부담이 적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건실한 시행사를 건설사로 육성시키거나 현재의 주택을 공급하는 종합건설사가 예전처럼 시행사 역할까지 맡아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또 아니면 일부의 선진국처럼 선분양과 후분양을 혼합하여 분양할 수 있도록 육성하되 후분양을 택하는 경우에는 건설사와 수분양자에게 여러 가지 세제혜택 주는 등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수분양자도 보호할 수 있고 PF 대출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 우후죽순식으로 난립하는 시행사들도 일부 정리가 되어야 하며 그럴 때 비로소 건설시장의 선진화가 될 것이다.
[프로필]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
•(현)(사)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 (사)대한부동산학회 명예회장
•(현)한국경제평론가협회 부회장
•(현)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
•(현)국토교통부 주택공급혁신위원회 위원
•(현)국토교통부 성과관리평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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