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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중복세무조사’ 범위, 어디까지?

조사대상 다르고 과세자료 활용 안해도 납세자 권익 침해했다면 중복세무조사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017년 3월 중복세무조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대법 판결이 나오면서 과세당국과 납세자 모두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형식적인 조문을 준수하는 것보다 실질을 따져야 하며, 대법원도 규범적 기준에 맞춰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로써 중복세무조사 해당 여부는 질문·검사권 사용 수준과 영업의 자유 침해 정도에 영향 받게 됐다.


세무조사는 납세자와 관계인에게 세무공무원의 질문과 검사를 수용해야 하는 의무(검사 수인의 의무)를 부여한다. 이는 납세자의 영업을 침해하기에 동일 기간, 동일 과세대상에 대한 세무조사는 법률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단 한 번만 허용된다.


재조사는 구체적인 탈세혐의 포착 등 예외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되는데, 그렇지 않은 중복세무조사(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는 법적 안정성의 침해와 세무조사권의 남용 우려 때문에 철저히 금지된다.


이 원칙은 최근 과세당국에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주었다. 과거 세무조사가 업무감사에서 부실과세로 지적받았을 경우 당국은 세금을 다시 매겨야 한다. 그러려면 현장 확인 등 확인절차가 필요한데, 이 현장 확인도 때에 따라서는 세무조사가 될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선까지가 현장 확인인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2015년 5월 28일 선고한 대법원 판결(2014두43257)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 중 하나였다.


A법인의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돈을 몰래 증여받아 여러 차례에 걸쳐 약 23억원 규모에 달하는 부동산을 사들였다. 증여세를 내야 했지만 A법인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


관할 세무서는 2009년 8월 세무조사에 착수했지만 이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 8월 지방국세청은 해당 세무서 업무감사 중에 A법인의 부동산 매입자금 중 출처가 불분명한 15억원을 발견했다.

 

지방국세청은 세무공무원을 보내 현장 확인에 나섰고, A법인이 A법인 대표 아버지 돈으로 부동산을 산 사실을 밝혀냈고, A법인에 증여세를 물리라고 관할 세무서에 통보했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지방국세청의 업무감사였다. 지방국 세청은 업무감사 도중 A법인과 부동산을 거래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거래내역을 조사했고, 거래내역 관련 세금계산서의 유무 여부를 확인하며, A법인의 증여세 탈루사실을 ‘검증’했다.


대법원은 지방국세청의 업무감사는 세금을 결정하거나 수정하기 위해 착수한 일종의 세무조사이며, 앞서 관할 세무서와 중복되는 세무조사로서 위법행정이라고 판단했다.


지방국세청도 세무조사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각종 과세자료 처리를 위한 재조사’라고 해명했다. 과거 세무서에서 얻은 과세자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해 예외조항에 따라 재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방국세청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종 과세자료’란 과세관청 외 기관이 직무상 작성·취득한 것이며, 과세관청이 과거 세무조사에서 얻은 자료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법원 2014두12062 판결(2015. 2. 26. 선고)도 동일 기간, 동일 과세대상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지방국세청은 2011년 B법인이 2006~2010년 사이 감면받은 본사 지방이전 세액감면특례에 대한 부분조사에 나선 후 2012년 B법인 법인세제 통합조사에 착수, 2009~2010년에 대한 법인세를 추가 징수했다.


지방국세청은 2011년 부분조사와 2012년 통합조사간 조사대상기간이 부분적으로 겹치기는 하지만, 앞선 조사는 특별감면, 후자는 전체 법인세 납부내역으로 서로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조사대상이 달라도 조사대상기간이 같으면, 그것도 중복세무조사라는 이유에서였다. 앞선 세무조사가 불가피하게 부분만 조사할 수밖에 없었던,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이 건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규범적 기준 정립한 대법원


앞선 두 판결 관련 법조계는 중복세무조사의 범위를 두고 논란이 들끓었다. 세무조사의 범위가 엄격하게 정립됐다며 환영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갖다 대면 부분조사로 끝낼 사안에 대해서도 정식 세무조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양측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2017년 3월 16일, 대법원은좀 더 구체적인 범위(2014두8360)를 제시함으로써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무엇이 중복세무조사인지, 무엇이 단순 확인인지에 대한 기준을 정립했다.


대법원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중복세무조사)는 조사의 목적과 실시경위, 질문조사의 대상과 방법 및 내용, 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자료, 조사행위의 규모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질문검사 과정에서 영업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수정하기 위해 납세자 등의 사무실·사업장·공장 또는 주소지 등에서 납세자 등을 직접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하거나 일정 기간 장부·서 류·물건 등을 검사·조사하는 경우에는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가 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사업장의 현황 확인, 기장 여부의 단순 확인, 특정한 매출사실의 확인, 행정민원서류의 발급을 통한 확인, 납세자 등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의 수령 등과 같이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간단한 질문조사는 중복세무조사가 아니라 단순 확인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사건은 이랬다. 춘천서는 2008년 12월 탈세제보를 받고, 현장 확인이란 명목으로 문제의 사업장에 찾아갔다. 그리고 9일간 사업주나 직원들에게 매출사실에 대해 포괄적으로 질문·검사권을 행사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임의로 입수하 고, 노트와 메모를 점검하여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정보를 얻었다.


춘천서는 이 현장 확인 정보를 토대로 2009년 2월 정식 세무조사에 착수, 14억원의 매출을 고의로 차명계좌에 숨긴 혐의를 발견해 2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춘천서 세무조사 자체에 대해서 불법이었다고 판단했다. 2008년 12월 현장 확인은 명목만 확인일 뿐 9일간 샅샅이 증거를 찾는 등 사실상 세무조사이므로, 2009년 2월 추가로 착수한 세무조사는 법에서 금지하는 중복세무조사라는 것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패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큰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간의 판례들이 개별사안에 따른 각개전투였다면, 2014두8360판결은 하나의 공식을 정립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그간 무엇이 중복세무조사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해당 판결은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며 “과거의 판결이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인지 여부 에만 골몰했다면, 해당 판결은 과세관청의 적법절차가 무엇인지 판시함으로써 새로운 전환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중복세무조사 범위에 대한 이정표


이후 2014두8360판결 취지를 존중하는 대법원 판결들이 뒤를 따랐다.

 

대법원 2014두6562판결(2017. 4. 27. 선고)은 재조사의 예외적인 허용사유로서 ‘완결적 하나의 행위로 인해 만든 원칙으로 2개 이상 사업연도에 자동으로 잘못이 발생할 경우’가 무엇인지 범위를 규정했다.


F사는 2005년 11월 창업주에게 매년 임대수입의 10% 이내에서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는 이사회 결의를 맺었다. 창업주는 F사 이사회 의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매년 주총과 이사회에서 창업주에게 주는 성과상여금 액수를 결의했다.


대법원은 성과금이란 기여에 의해 지급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단순 의결로 결정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F사는 매년 이사회 결의와 주총을 통해 성과상여금 지급액을 확정했지만, 창업주 등 주요 주주 지분에 맞춰 잉여금을 배분했을 뿐, 구체적 지급기준도 없었으며, 비용처리를 위해 상여금이란 형식만 빌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2006~2010년간 창업주에 대한 상여금 지급은 2005년 11월 이사회 의결에서 만든 창업주 성과금 지급이란 ‘원칙’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잘못이 발생한 재조사의 예외적인 허용사유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라도 재조사 착수 전 과세당국이 이 같은 사정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자료를 갖고 조사에 착수해야 재조사가 허용된다고 덧붙임으로써 무분별한 중복세무조사를 제한했다.


대법원 2017두42255판결(2017. 10. 26. 선고)은 세무조사가 납세자에 미치는 법익 침해의 속성을 짚었다.


국세청은 G씨에 대한 상속세 탈루조사란 명목으로 금융회사로부터 G씨의 계좌정부와 거래내역을 전달받았다. 근거는 금융실명법으로 과세관청은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의 확인 등의 사유로 질문·검사를 위해 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호). G씨는 국세청이 부당하게 세무조사범위를 확대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국세청의 금융거래정보 요구는 납세자나 관계인에게 그 보유 장부 등을 검사·조사 또는 제출을 명하는 것이 아니라고 대법원은 보았다. 납세자와 거래관계자에 대한 ‘검사 수인의 의무’ 를 부여하고 영업 침해의 불편을 끼치는 행위여야 세무조사란 것이다.


대법원 2015두3805판결(2017. 12. 13. 선고)은 명목상 조사대상이 다르더라도 조사내용이 같다면 동일 세무조사건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C씨는 유상증자와 개별매입으로 취득한 D회사 주식 중 일부를 차명으로 은닉하기 위해 중간에 명의신탁자를 세워 D사 주식을 넘겨주고, 명의신탁자는 이 이전한 주식을 다시 자신의 동생 등 9명의 명의로 이전했다.


2001년 지방국세청 소속 세무공무원들은 D사의 주식변동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았지만, D사의 명의상 주주 중 C씨의 동생 등에게만 증여세를 물리고, 명의신탁자에게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D사 세무조사의 목적이 D사의 현 주주만 점검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방국세청은 뒤늦게야 2010년 명의신탁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방국세청은 2001년 세무조사 대상은 명의신탁자, 2010년 증여세 조사대상은 D라는 이유로 두 세무조사는 같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대법원은 국세청은 2001년 세무조사 당시 명의신탁자도 조사를 했고, 같은 사안으로 2010년 세무조사를해 과세를 한 것이라며 중복세무조사라고 판결했다. 동일한 세무조사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기준은 조사대상이 아니라 내용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 2016두55421판결(2017. 12. 13. 선고)은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의 활용여부와 관계없이 재조사를 했다면, 그 자체로 중복세무조사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 세무서는 2012년 4월 E씨에 대한 부동산 양도세 세무조사에서 E씨가 제시한 자료만 믿고 리모델링 공사비를 경비 처리를 인정해줬다. 이후 국세청 감사에서 E씨 관련 세금계산서도 없고, 공사비를 받은 쪽도 불명이라고 지적했고, 세무서는 2014년 7월, 3일간 현장 확인을 통해 증빙위조 등을 이유로 과세했다.


국세청 측은 2014년 7월 착수한 현장 확인은 3일에 불과했고, 현장 확인을 통해 얻은 과세자료를 과세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재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가 과세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해당 조사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인지 아닌지만 중요하다고 판시했다.


2017년 3월 이후 대법 판례 기류는 그간 중복세무조사 관련 논란을 일단락하고자 하는 법원의 노력으로 풀이할 수 있다.


명목상 조사대상이 다르더라도 조사내용이 같은 경우,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의 활용 여부, 2개 이상 사업연도에 자동적으로 잘못이 발생할 경우, 수인의 의무 및 영업침해 등 세무조 사의 특성 등에 대해 여러 이정표가 세워질 수 있었다.


이밖에도 법제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부분조사를 실시한 후 해당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재조사를 할 수 있다는 세법개정(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 제6호)이 이뤄진 것이다.


부분조사의 범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면 과세당국이 부분조사를 할 것도 정식세무조사를 통해 밝힐 수밖에 없고, 그러면 과세당국에는 행정소요를, 납세자에게는 조사 부담을 주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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