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제32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가 오는 14일 서울지방세무사회 투표를 시작으로 전국 지방세무사회 릴레이 투표 대장정의 막이 오른다.
이번 선거는 원경희 현 회장(연대부회장 후보 고은경, 임채수)의 ‘재선 도전’과 김상현(황선의, 김기두)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의 ‘고위직 프리미엄’ 그리고 이에 맞서는 임채룡(임종석, 김승한) 전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의 ‘연합전선’으로 요약된다.
원경희 회장은 지난 2019년 6월 제31대 회장으로 선출돼 2년간 회무를 이끌어왔다. 원 회장의 당선에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통해 세무사 자격을 갖춘 2014~1017년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를 최소화하려는 회원들의 열망이 작용했다.
그 후 2년이 지난 현재, 20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산된 세무사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새롭게 발의돼 세무사 업계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원들은 ‘전쟁 중에 장수 바꾸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원 회장에게 변호사에 맞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마무리하라는 선택을 내릴지 미지수다.
원 회장에게는 집행부 프리미엄 외에 세무사회의 ‘큰 산’인 정구정 전 회장이라는 배경도 존재한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백운찬, 2017년 이창규 후보를 회장으로 당선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른바 킹메이커다.
하지만 두 전 회장은 회장 당선 이후 정 전 회장과 결별했고 재선에도 실패했다. 원 회장은 두 전임회장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재임 기간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늘 정 전 회장과 함께 국회를 누비며 한 몸처럼 움직였다. 정 전 회장도 이번에는 다른 후보의 손을 잡지 않고 원 회장의 재선을 돕고 있다.
이에 맞서는 김상현 후보는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지낸 고위직 공무원 출신이다. 임향순 전 광주지방국세청장과 조용근 전 대전지방국세청, 백운찬 전 관세청장 등 고위직 출신이 세무사회장에 도전해 모두 성공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고위직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가 작용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후보는 일찌감치 회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외감 기준인 자산총액 120억원을 대폭 상향시키고, 세무사 시험을 치러 합격한 고시회 출신 세무사에 대한 국세청 8급 공무원 특채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임채룡 후보는 지난해까지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을 4년간 역임했다. 이전에는 한국세무사회 대외전략위원회 위원장과 부회장 경험도 쌓았다.
임 후보의 출마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지난 31대 회장 선거에서 2위를 차지했던 김상철 전 한국세무사회 윤리위원장과의 후보자 간 연대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세무사 업계의 ‘큰 산’ 정구정 전 회장의 세무사회 장악에 반기를 들고 ‘반(反) 정구정’, ‘세무사회 개혁’에 앞장을 서 왔다. 이번 선거에도 후보로 나올 것으로 관측됐으나 후보 등록을 앞두고 출마 포기를 선언하며 임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노선을 정했다.
지난 2019년과 같이 3파전으로 치러지는 이번 한국세무사회 선거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투표율이 많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각 지방세무사회 총회가 예년과 달리 의무교육인 보수교육이 함께 진행되지 않고, 전자투표도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현 집행부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에 선거 현장을 찾아 투표하던 회원 수가 적어지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열망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선거의 투표율은 70%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많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집행부 원경희 후보에 맞서는 김상현, 임채룡 두 후보의 막판 뒤집기가 얼마나 통할지 그 결과는 오는 30일 치러지는 제59회 한국세무사회 정기총회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