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문제, HMM 지분 매각, KDB생명 매각, 한국전력 적자 후폭풍 등 난제에 대해선 시원한 즉답을 내놓으면서도 부산 이전을 놓고 노동조합과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선 울먹이며 난감하단 반응을 전했다.
20일 강 회장은 서울 영등포구 본점에서 개최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무산 관련) 플랜 B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빠르면) 올해 3분기에는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합병 무산에 대비해야 할 때가 아니라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3분기 중엔 결론 나올 것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2020년 11월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결정한 후 2년 6개월이 소요됐다.
현재 기업결합 신고대상 13개국 중 10개국에서 심사가 완료됐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국 결정만 남은 상태다.
이런 측면에서 강 회장은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위해 해외 경쟁당국을 설득하고 국내 정부부처에 지원 요청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올해 1월 EU 경쟁당국, 지난 5월 미국 법무부(DOJ)와 만나 합병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에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 논의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 상황 판단이 어려운건 분명하다”면서도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HMM 관심 기업 있어…KDB생명 7월 매각성사 예상
강 회장은 HMM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HMM 인수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산은이 노력하면 유효 경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HMM 지분 처리에 대한 관계기관 혐의를 끝낸 산은은 이후 4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기업실사 및 잠재 매수자 물색, 최적의 거래구조 설계 등 매각 컨설팅을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조만간 컨설팅에 대한 최종 결론이 확정될 예정이다. 매각 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태핑 중이며 매각작업이 차질없이 수행된다면 연내 SPA 체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KDB생명이 4차례나 매각 무산된 건에 대해선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다수 원매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7월 본입찰에선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KDB생명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 일환으로 75% 무상잠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 결손금을 축소했으며 산업은행이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하면서 가용자본 관리도 용이해졌다.
◇ 한전 여파 인정…자본확충 노력 지속
강 회장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영향으로 산업은행의 재정건전성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가 외부 요인에 취약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한전의 1조원 손실이나 HMM 주가 1000원 하락이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0.07%p 떨어뜨린다. 실질적으로 1조8000억원 정도 자금공급 여력을 감소시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이후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 받고 후순위채권 1조3000억원을 발행하는 등이 같은 맥락이다.
강 회장은 “올해 하반기 후순위채 7000억원을 추가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고 수익성 제고를 통해 스스로 자본을 늘리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며 “금감원의 BIS 비율 권고치인 13%를 유지하면서 올해 자금공급 목표 73조5000억원을 차질없이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점 이전 두고 노조와 좁혀지지 않는 거리…입장차 여전
여러 난제에 대해 시원한 대답을 전한 강 회장도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내부 반목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난감하단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본점 이전에 대한 직원 여러분과 노조의 절박한 심정, 국회 및 국민 여러분의 우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상반기 중 마무리되는 ‘지방이전 시 산업은행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노조와 직원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동시에 국회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지방이전 계획을 세심하게 수립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중인 강 회장을 향해 비판이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강 회장 취임 1년은 퇴행만 가득했다”며 “강 회장은 취임사에서 격의 없는 소통과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을 약속했지만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않고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노사 간 소통 부족을 지적받자 “소통 부분에 관해선 열심히 했으나 능력이 안 된다고 표현하고 싶다. 취임 1년 간 편하게 잔 날이 없다”며 “지난 1년 동안 여러 노력을 했지만”이라며 잠시 말을 멈추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략이다. 정부와 산언읍행은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비롯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로 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산업은행법의 국회 개정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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