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노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직원들을 설득할 만한 소통 포인트를 찾지 못한채 ‘이전 준비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강석훈 산은 회장 등 경영진과 직원 간 내홍이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산은은 ‘부산 이전 준비단(이전 준비단)’을 구성하고 인사발령을 통해 상근 직원 10명을 배치했다. 단장으로 최대현 수석부행장이 임명됐고 전략기획팀과 인프라기획팀이 이전 준비단으로 배속됐다.
이들 전략기획팀과 인프라기획팀은 앞으로 이전 준비단 내에서 각각 정책금융 역량유지‧동남권 영업력 강화 방안, 동남권 조직 업무 및 인프라 구축 등 이전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맡게 된다.
산은은 상근 인력 10명에 더해 비상근으로 40여명 직원을 유관부서에서 차출, 이전 계획 준비단에 포함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강석훈 산은 회장이 취임 시 직원들과 약속했던 ‘소통 강화’ 계획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달 7일 산은 본점 부산 이전 관련 사내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참석한 직원들의 강력한 ‘보이콧’으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날 강 회장은 어떤 언급도 하지 못한 채 설명회장을 벗어났다.
일주일 만인 9월 14일 강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부산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아쉽다고 표현하면서도, 본점 이전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요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에 대해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강 회장은 9월 28일 두 번째 직원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이전준비단 설립 내용을 알리고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려 했으나, 직원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현재 산은 직원들의 부산 이전에 대한 반발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의 본점 이전이 가능하려면 산업은행법 4조 1항의 ‘산은 본점은 서울시에 둬야한다’는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사측은 산은법 개정 이전이라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자산과 영업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노조는 부산이전 반대를 위한 법적 대응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이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등을 따지겠단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노조 공식 활동을 넘어 (산은) 직원들 자체적으로 이전 반대에 대한 의사를 공유하고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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