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법원에서 기각된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 법감정을 외면한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서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구속이 돼야 하는 사유는 무궁무진하다"며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법이 이재용 일인에게만 예외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에 대해 "(앞서) 삼성은 공장 마룻바닥을 뜯어낸 뒤 경영승계 관련 자료가 담긴 서버를 묻었다"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또 "많은 언론이 삼성 재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며 "우리는 재판부와 일부 언론의 '이재용 구하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 혐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장을 기각한 법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 앞의 평등을 외면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반 시민이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지 생각해보라"면서 "이는 국민 법감정을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에 대한 특혜로 볼 수 있는 심히 불공정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국정농단 및 삼성물산 부당합병 등 범죄는 모두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에 그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며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부당 합병으로 삼성물산과 국민연금에 피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등 의혹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주의21도 "구속영장 기각은 판사 스스로 인정한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외면한 유전무죄 판단에 불과하다"며 "검찰은 추호의 흔들림 없이 증거와 논리를 보강해 조속히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 부회장은 온갖 범죄행위와 꼼수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을 조작해 삼성전자 지분 약 4%를 손에 얻었다"면서 "이 과정이 합법적이었다면 무엇 때문에 이 부회장이 직접 국민연금 관계자를 만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말 세 마리를 사다 바쳤겠느냐"고 반문했다.
법원은 이날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타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이 청구한 이 부회장 등 3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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