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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한국경제 비화 ㊿]위조CD와 이희도 지점장 사건<下>

(조세금융신문=이국영 前 은행감독원 검사역)

 

<지난호에 이어서>

CD발행제도 등 허점 많은 금융제도

 

서울지검 특수부 이종찬(李鍾燦) 부장검사는 같은 해 11월 26일 상업은행 전 명동지점장 이희도 씨가 양도성 예금증서(CD)를 2중유통 시킨 자금으로 사금고를 운용하다 하반기 들어 실질금리가 폭락, 큰 손실을 보고 원금마저 제대로 회수되지 않자 고민 끝에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씨가 최초에 자금을 유용한 이유에 대해 ‘예금유치를 위한 금리차 부담, 대출기업의 부도, 주식투자의 손실 등 여러 각도에서 조사 중이나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가 1986년부터 인천투자금융과 CD거래를 하면서 ‘수기(手記)보관증’을 교부하고 CD실물은 다른 곳에 유통시켰다. 사례를 보자.

 

1992년 11월 14일 오전 이지점장은 박과장에게 CD 100억원을 입금 없이 발행케 하였다. 이지점장은 이 CD를 소지하고 밖으로 나가 전화로 담당직원에게 가지고 나간 CD발행사실조회가 있으면 확인해 주도록 지시한다. 몇 분 뒤 대신증권 직원이 이 CD를 가지고 진위여부를 확인하고자 이 지점에 왔을 때 박과장은 증서뒷면에 자신의 도장을 찍어 확인해 주었다.

 

그런데 이지점장은 전화로 박과장에게 전화를 건다. 앞의 CD발행을 취소하라는 거다. 곧 전표를 기표하고 취소하였으나 이 지점장이 가져오겠다던 CD는 사고자의 사망 후 수협에서 보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 하나 사례를 보면, 1992년 11월 3일 할인 취급한 롯데쇼핑 발행어음 4장 300억원을 롯데쇼핑에게 사본교부 후 반환하겠다며 가져간 후 이 4장 중 2장 150억원은 사고자 지갑에서 유서와 함께 발견되고 나머지 2장 150억원은 사채업자 김기덕 씨가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이 지점장은 거액의 사채자금을 양도성정기예금증서(CD)를 예금으로 끌어들여 은행수신고를 올리려는 과정에서 은행금고에 있어야 할 보관어음을 빼내 유통시켰을 뿐만 아니라 돈이 입금되지 않은 CD를 발행했고 고객으로부터 보관을 의뢰 받은 CD까지 빼돌려 사금고를 운영하였다.

 

검찰의 말은 자금을 조성해 사채시장 등에 굴려 사금고를 운용해 왔으나 이달 들어 6일과 16일이 만기로 돼 있는 CD 300억원에 대해 인천투자금융 측이 더 이상 재매입하지 않고 자금을 회수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씨는 우선 어음할인, 가짜 CD발행 등으로 230억원의 CD자금을 결제했으나 잇따라 인천투자금융과 롯데건설 어음 수백억원의 만기가 닥쳐오자 자포자기 끝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또 7월 이전 20~25%나 되던 사채금리가 이씨에게 수십억원의 금리손실이 발생하였고, 인천투자금융과 거래한 CD 1500억원에서만도 50억~60억원이나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씨가 유용한 전체자금 중 이 같은 금리손실 보전분을 뺀 600억~700억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은행감독원과 함께 계속 추적했다. 이날 검찰의 발표는 이희도 씨 자살사건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이씨의 ‘자금유용 내용’을 규명하지 못한 채 착수 5일 만에 사실상 수사를 종결하였다.

 

따라서 ‘이씨가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접근조차 못했다는 지적이 일자 수사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씨가 주식투자나 사채놀이 등으로 상당액을 날렸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으나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별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수사를 지휘한 이종찬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개인적인 범죄사실보다 CD발행제도 등 허점 많은 금융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때마침 시중에는 가짜 CD가 나돌고…

 

부산에 본점이 있는 한일투자금융 서울사무소에서는 1992년 6월 세계무역 대표 이광수(李光洙, 41) 씨에게 동남은행 광화문지점 명의의 액면가 10억원 짜리 CD 17장을 할인, 157억원을 내주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동남은행에 CD의 지급을 요구했으나 위조됐다는 이유로 거절당해 손해를 입었다.

 

한일투자금융은 위조 CD를 받아낼 길이 막막했다. 궁여지책으로 위조사건과 관련, 미국으로 달아난 이광수 씨를 상대로 170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1993년 2월 10일 서울민사지법에 제출했다.

 

채권업자 동방투자채권 대표 류은형(柳殷馨, 44) 씨는 1992년 2월 중순경 서울 중구 수하동 길인쇄소 직원 서필수 씨에게 서울은행 발행 CD 증서 복사본을 건네주며 위조를 부탁했으며, 서씨는 이를 복사해서 CD증서 400장을 오프셋인쇄기로 찍어 류씨에게 주었다.

 

류씨는 이중 35장 17억 5000만원에 가짜 은행 직인과 담당직원의 고무인, 금액 등을 찍어 해동신용금고 등에 유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류씨는 이 과정에서 시차를 두고 위조 CD를 발행했다가 만기에 회수하는 수법으로 17장을 이미 폐기처분하고 최종적으로 해동신용금고 측이 보관하고 있던 6장을 포함, 모두 18장을 시중에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해동신용금고에서 대출담보로 견질보관중인 CD 6장 3억원을 발행점으로 표시된 서울은행 영업부에 확인한 결과 위조로 밝혀졌다. 그후 1992년 11월 21일 어느 고객이 서울은행 영업부에 확인 의뢰한 CD 1장도 위조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3건의 위조CD 수사의 경우, 검찰은 당초하수인으로 주장했던 채권업자 류은형 씨를 집중추궁, 서울은행 본점으로 되어 있는 위조 CD 3억 5000만원의 주범임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검찰은 1992년 11월 23일 채권업자 류은형 씨를 유가증권위조 등 혐의로 구속했다.

 

한편 검찰은 동화은행과 동남은행 CD를 위조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사채업자 황의삼(黃義三)과 이광수 씨를 추적한 결과, 황씨는 미국 LA에 있는 것으로 소재가 확인돼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이광수 씨의 명함에 기재된 것은 한국청년회의소 JC 자매결연추진 전문위원, 세계무역대표. 또 서울은행 CD를 위조한 혐의로 구속된 류은형씨는 수사과정에서 인천직할시 도로공채 12억원어치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1급위조범인 동화은행 논현지점으로된 위조CD 21억원사건의 황의삼 씨와 동남은행 광화문지점인 위조CD 170억원사건의 이광수 씨는 미국과 일본으로 도피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특히 수배된 이광수는 검찰수사착수 하루 전인 19일 수사망을 피해 출국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인터폴에 의뢰해 검거해 나서기로 했으며 이씨 자살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별도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가짜 양도성정기예금(CD)이 왜 이처럼 용이하게 변조되고 유통될 수 있었을까?

첫째, CD용지 위조가 용이하였다. 당시 CD용지는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일반 인쇄소에 의뢰하여 인쇄하여 사용하였다.

 

둘째, CD 진위확인을 소홀한 점이다. CD를 위조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닥치는 만기일에는 위조임이 드러나게 될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CD를 위조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CD가 은행에 여신담보로 제공된 경우, 특히 부동산 등 주담보 외에 CD가 보조담보로 제공된 경우에 단기간 내에 만기가 다가와 현금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위여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각 은행마다 양식, 규격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진본과 비교할 수 없었고 받은 CD만으로 진위여부 판별이 어려웠다. 위조 CD가 전전 유통되는 과정에서 증권회사와 같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이는 경우 그 금융기관을 신뢰하기 때문에 진위여부에 집착하지 않는다.

 

셋째, 사채업자의 자금사정악화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로 부동산 및 주식에 투자한 사채업자들이 자금의 장기 고정화에 따른 자금고갈 해소책 또는 사채운용과정에서 예기치 못하게 입은 손실만회를 위해 자금 마련하려고 위조 CD를 활용하여 이 위조 CD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활용했다.

 

관계당국에서는 즉각적으로 이에 대응한다. 규격, 색채 등 CD 양식을 통일하고 조폐공사에 공동제작을 의뢰토록 했고 이 용지로서 1993년부터 발행한다. 그리고 CD 발행시 특수잉크를 사용하여 기계로 인자하고 표면에 암호표기 또는 고유철인을 압날하도록 한다.

 

한편 고객에게 대하여는 CD중개거래를 할 때에는 발행은행에 반드시 확인하도록 권유하도록 한다. 그리고 CD발행후 진위확인방법을 통일하여, 증서 뒷면에 일련번호, 금액, 확인절차를 대리가 기계로 인자하고 지점장의 직인을 날인하도록 한다.

 

은행관련 사고액 중 가장 큰 부분은 이씨가 빼돌려 자금화한 500억원의 인천투자금융이 사들인 CD이었다. 은행으로선 선‘ 의’로 CD를 취득한 제3자의 지급을 거절할 길이 없다.

 

이미 은행 측은 이중 유통된 100억원의 롯데건설 CD를 갖고 있던 기업과 금융기관에 만기일인 20, 21일 정상적으로 돈을 지급했다. 물론 은행측은 같은날 ‘수기보관증’으로 CD를 실제 매입했던 롯데건설에는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1983년 상업은행 혜화동지점 김동겸 대리 수기통장사건에서 보듯 수기보관증도 해당기업이 2중유통을 묵인하지 않는 한 민법상 예금으로 성립된다’는 풀이였다.

 

따라서 은행 측은 롯데건설 100억원은 물론, 같은 방식으로 CD 500억원을 매입한 인천투자금융에도 마침내는 변제책임을 져야했다.

 

또 은행은 이외에도 100억원의 ‘가짜CD’를 매입한 수협중앙회와 예금 7억원이 유용된 고객 3명에 대해서도 일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법조계의 분석이었다.

 

감독당국은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한다. CD 선발행 행위를 근절한다, 수탁 CD 내용의 고객앞 통보제를 시행한다, 보증어음 앞면 뒷면에 배서양도 불가 표시를 한다, 받을어음 수탁통장에 ‘현물이동 및 금액잔액’란 신설한다, 수탁어음에 대한 특정횡선 날인을 의무화한다, 받을어음 수탁관리업무를 전산화한다 등 손실보전을 위한 이희도씨 개인재산은 얼마인가?

 

이씨 명의의 부동산은 모두 3건이다. 우선 현재 가족들이 살고 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64평형 아파트로 이씨가 구로지점장이었던 1989년 2월 1억 4000여만원에 사서 이사했다.

 

그 이전 거주지인 서울 은평구 불광2동 320의 28대지 59평도 이씨 명의로 되어있다. 이 땅에는 3월부터 기존의 집을 헐고 주택신축공사가 시작돼 11월말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신축건물은 건평 73.5평인 지하1층, 지상2층의 양옥으로 인근부동산업자들은 2억500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인천시 용현동 463의49 대지 342평과 상가 점포건물 60평도 갖고 있었다. 경찰서장을 지낸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부동산 말고도 비교적 큰 액수의 예적금, 통장증서를 갖고 있으며 자신과 가족명의의 예탁금 1억 1600만원등 1억 7000만원이 확인됐다. 이씨는 또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 4200만원을 불입한 상태였다.

 

이씨의 실제 재산이란 여기까지로 되어 있다. 이씨 명의의 부동산 3건을 35억원으로 추정하면 그의 재산은 37억 1200여만원쯤 된다.

 

그러나 이씨는 가명계좌 등에 돈을 남겼고 받을 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은행은 ‘무기명’으로 된 이씨의 가명계좌에 들어있는 17억 6000만원을 포함, 모두 40여개 가명계좌에 이씨가 빼돌린 것으로 보이는 31억 6600만원이 예금돼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우진전기로부터 받을 돈 39억원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프로필] 이국영 前 은행감독원 검사역
• 효도실버신문 편집국장·시니어라이프 연구소 소장

• 전)한은 사정과장과 심의실장

• 저서 「금융기관 자점감사론(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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