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당국에 신고를 마쳐야 하는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까지 실명 계좌까지 받고 신고한 곳은 업비트 한곳밖에 없어 상당수 거래소 대거 폐쇄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소형 거래소는 물론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대형 거래소들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6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코인 거래소 20곳 중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 신고를 완료한 거래소는 업비트 1곳뿐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되면서 거래소를 포함,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오는 9월24일까지 금융당국에 신고 후 영업해야 한다.
신고 마감기한 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가상계좌 확인서를 반드시 함께 제출해야 한다.
특히 국내 이용자가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려면, 거래소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필수적으로 발급받아야 하고 이에 대한 확인서까지 받아야 정부에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다.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영업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실명계좌 확인서 변수…은행 “못 준다” 고수
업비트를 제외한 거래소 대부분은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에서 은행의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실명계좌를 발급해야 하는 시중은행들이 자금세탁 등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소극적인 상황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등의 위험을 평가하는 모든 책임을 시중은행에 지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특금법 시행령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융회사 등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개시하려는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금융 거래 등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의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관련 안전성을 보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인데, 이에 대해 은행들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빗썸과 코인원은 국내 2위, 3위 거래소로 NH농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고 있으나 업비트와 달리 사업자 신고를 위한 확인서가 없다.
NH농협은행이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차원에서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을 도입하라고 하면서 거래소들의 혼란이 가중된 상태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전송 시 거래소에서 송‧수진자 정보를 모두 수집하도록 하는 규제다.
불법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추적을 할 수 있도록 도입된 해당 제도가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선 거래소 간에 정보 공유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앞서 FIU는 업계에서 ‘시스템 구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자, 이를 수렴해 트래블룰 적용 시기를 내년 3월 25일까지로 규정했다.
그러나 NH농협은행은 특금법 유예 기한이 끝나는 다음 달 25일부터 당장 적용하도록 요구하면서 이들 거래소는 실명확인 가상계좌 확인서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빗썸과 NH농협은행 간 협상이 다음주쯤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미 동종업계 1위인 업비트가 신고절차를 마친 상황에 이번 협상이 결렬돼 빗썸 등이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할 경우, 업비트의 독점체제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실명계좌 조건 빼고 신고기한 늦추자…개정안 발의 조짐도
업계에서는 신고기한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실질적인 신고 기간은 더 짧은 만큼 실명 계좌 확인서 발급까지 완료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중간에 추석 연휴가 있는걸 감안하면 다음 달 17일까지 신고서를 마쳐야 한다”며 “은행에서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기 위해선 은행 내 부서마다 확인 절차가 이뤄져야 해서 최종 승인까지 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룰 적용에 난색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다른 주요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에서 저마다 트래블룰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혼란을 겪는 거래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아 거래소들이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회에서는 특금법을 개정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현재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등은 신고 수리 요건에서 실명계좌를 빼고 신고 기한을 6개월 늦추는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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