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은행권이 올해 3분기까지 이자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30조원을 넘어선 상황을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과 ‘상생금융 확대’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전국은행연합회가 곧 ‘은행 경영현황 보고서’를 통해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임직원의 성과급, 배당현황 등이 상세하게 공개할 예정인 만큼 금융권이 숨 죽이고 있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질타성 발언을 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은행주(株)가 잇따라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부담금을 부과,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주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직후 나온 내용이라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16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달성했고 이들의 주요 계열사인 5대 은행은 같은 기간 누적 이자이익으로 30조9366억원을 냈다.
대통령실 측은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국무위원과 다른 국민에게도 전달해 드리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 어떤 정책과 직접 연결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실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횡재세’, ‘상생금융 확대’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대통령께서 직접 ‘종노릇’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 강도를 높이는 만큼 강한 긴장감이 돌고 있는 분위기”라며 “횡재세 논의에 힘이 실릴지 또 다른 상생금융 방안이 추가적으로 제안돼야 할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돈 잔치로 국민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고 직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 영업현장을 직접 돌았으며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잇따라 수수료 면제, 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 방안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 은행연이 이번주 중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의 성과급과 퇴직금 내역 등을 발표할 예정인 것도 금융권 입장에선 부담이다. 해당 내용이 공개될 때마다 은행권은 ‘돈잔치’ 논란에 휩싸여 왔다. 보고서를 통해서는 은행연 회원 은행 중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18개 은행의 경영현황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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