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등 정부가 혁신 금융서비스 발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AI챗봇’ 서비스가 아직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챗봇은 기업용 메신저에 채팅 방식으로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상언어로 사람과 대화를 하고 답변을 해주는 대화형 메신저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을 기반으로 한 대화 역시 챗봇에 포함된다.
챗봇은 창구, 자동화기기(ATM),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등으로 이어져온 금융서비스 채널의 궁극적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마이데이터 산업 등과 결합해 개인의 금융비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 결과 6세 이상 이용자 기준 인스턴트메신저 이용률은 95.1%에 달한다”며 “연령층이 어려질수록 텍스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권을 포함한 대부분 산업의 대면 채널이 AI봇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주요 은행권들 역시 일제히 챗봇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챗봇 기반 뱅킹플랫폼 ‘리브똑똑’을 운영 중이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쏠메이트’와 ‘위비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인공지능 HAI뱅킹’을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올원뱅크 3.0버전’에 ‘올원챗봇’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은행 챗봇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챗봇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단순 계좌조회와 송금 등 단순한 업무 상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 챗봇에 ‘자산관리 상품 추천’을 문의한 결과 기대에 못 미치는 답변이 돌아왔다. 쏠메이트와 리브똑똑은 질문자체를 인식하지 못했으며 하이뱅킹은 예금과 적금, 카드 등을 보기로 나열했다. 위비봇은 환전(외환)과 스마트뱅킹, 일반상식 등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예금과 대출 서비스는 아직 준비 중이다.
김유신 서울시립대 빅데이터분석학 교수는 “챗봇이 현재 스마트뱅킹과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코어(핵심)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개인 고객의 정보가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암호화와 보안 등에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BOA(Bank Of America)도 페이스북을 통해 챗봇 ‘에리카’를 오픈하려고 했다가 정보 보안 등의 문제로 지연된 후 자체 모바일뱅킹으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또한 그는 “기업의 민감한 정보와기밀 등이 채팅을 통해 밖으로 나타난다는 위험성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도할 수밖에 없다”며 “클라우드 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체적으로 운영을 하려다 보니 대외적인 데이터 볼륨이 작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작 정부는 최근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과 테스트 시간, 자금 등의 문제로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도전을 꺼리는 듯한 경향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한 은행권 내부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어쩔 수 없이 학습시간이 필요하다”며 “정확성이 중요한 은행 업무상 빠르게 확대하고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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