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소방관 등 고위험직군의 보험 가입 현황을 소비자가 파악할 수 있게 공시하도록 조치한지 1년이 지났으나 가입률 제고 효과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알권리 증진 차원에서 고위험직군 가입 여부를 공개하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가입을 강제할 수는 없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었던 것.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가 보험사들의 고위험직군 보험가입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시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직업들이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 사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손해보험업계는 대다수가 특정 직업의 보험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생명보험사 역시 상해보험과 실손보험 분야에서 거절직군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말 기준 상해보험을 판매하는 15개 손해보험사 중 특정 직업의 가입을 거절하는 손보사는 6개사였다. 실손보험에선 10개사 중 7개사가 거절직군을 운용하고 있었다.
상해보험에서 거절직군을 두지 않는 손보사는 ▲메리츠화재 ▲MG손보 ▲현대해상 ▲더케이손보 뿐이었다. 실손보험에선 ▲MG손보 ▲현대해상 ▲DB손보가 특정 직업 가입을 거절하지 않고 있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사망보험을 판매하는 24개 생보사 중 ▲한화생명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푸본현대해생명이 거절직군을 운영했다.
이는 가입자의 사망을 담보하는 상품 특성상 손해율 악화와 모럴해저드 발생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손보업계와 동일한 상품인 상해보험과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생보사 역시 거절직군을 운용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상해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 중 직업에 따라 가입을 거절하지 않는 회사는 DGB생명이 유일했다. 실손보험에선 거절직군 미운용사가 아예 없었다.
보험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직종은 소방관이나 경찰관, 오토바이 경기선수들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위험 직업이 아니었다. 거절직군을 운용하는 모든 보험사들은 공통적으로 타사 설계사들의 보험 가입을 막아둔 상태다.
일부 불량 설계사들이 보험사기를 시도하거나 모럴해저드를 촉발시킬 우려가 클 뿐 아니라, 수수료 수입을 위한 자기계약과 승환계약 등을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거절직군 미운용사의 내막을 살펴보면 가입률 제고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 더욱 뚜렷해진다.
직업에 따라 가입을 거부하지 않는 보험사들 역시 내부 인수심사를 통해 위험률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얼마든지 보험 가입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거절직군 운영 보험사도 경우에 따라 심사를 통해 특정 직업을 가입시킬 수 있다고 명시해둔 상태다.
거절직군 공시는 의무만 있을 뿐이며 실제 보험가입은 보험사 인수심사에 따라 ‘입맛대로’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당초 공시 제도 도입의 목적인 위험직군의 가입률 제고 효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정 직업의 가입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가입률은 매출과 손해율 현황에 따른 보험사의 인수심사 전략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고위험직군의 보험 가입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생명·손해보험협회에 고위험직군 가입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항목이 신설됐지만 결국 가입은 사기업인 보험사가 결정할 시장의 영역”이라고 전했다. 보험 사각지대가 축소되는지는 살펴볼 수 있겠으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보험사에게 손해를 감수하고 고위험 직업 소비자들의 계약을 떠안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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