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업계가 급격히 번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실적 하락과 손해율 개선 효과를 동시에 거둬들이고 있다.
설계사 등 대면영업 채널의 활동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수입이 감소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대외 활동이 줄어듦에 따라 손해율이 개선되는 이중효과를 보고 있는 것.
과거 메르스 등 전염병이 창궐했던 당시의 경험에 빗대 볼 때 최소 올해 상반기 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속칭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됨 따라 보험설계사들이 영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극도로 외부활동을 꺼려하면서 설계사 등 대면 영업채널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된 것.
기본적으로 지점을 찾는 고객들과 상담을 진행하거나 스스로 고객을 찾아가는 ‘개척영업’이 대다수인 설계사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보험사 영업력의 근간인 설계사 채널이 모집하는 신계약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 보험사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 까지는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와 GA 역시 전염병 확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소속 설계사들의 확진이 발생하고 서울 지역에서 확진자가 매일 늘어나자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설계사들의 대외 활동을 자제시키고 나선 것.
실제로 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대구지점 지점장들의 확진, 접촉으로 홍역을 치뤘다.
삼성화재는 확진자를 자가격리하는 한편 해당 지점을 폐쇄했으며 삼성생명 역시 확진자와 접촉한 지점장이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 우선 지점을 폐쇄하고 소속 설계사들을 자가격리하기로 결정했다.
코리안리와 서울보증 등 서울에 본사가 있는 보험사들 역시 확진자 발생을 우려 당분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가 보험사에게 미치는 가장큰 악영향은 결국 보험사 판매 채널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설계사 채널의 부진이다. 고객을 만나지 못하는 설계사들이 모집하는 신계약이 줄어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사스와 메르스 등 전염병들은 백신이 개발되는 6개월~1년까지 영업활동에 악영향을 미쳤던 바 있다. 이번 바이러스와 관련한 백신 개발은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보험사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호재’를 안기고 있다는 사실은 불행중 다행으로 꼽힌다. 국민들의 외부 활동이 극도로 줄어들면서 일부 보험 상품 군에서는 손해율 개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
특히 보험사들의 모집 계약이 극도로 많은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분야에서 손해율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보험사들의 실적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운행 자체가 줄어들면서 사고 발생률도 떨어지고, 특히 환자들의 병원 기피현상은 보험사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되고 있다. 여기에 병원에서 장기 입원하고 있던 일부 ‘나이롱환자’들 까지 스스로 퇴원함에 따라 걸러내지 못했던 보험사기 누수금이 줄어드는 효과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국민 물가와 연동되어 있는 해당 상품의 특수성으로 좀처럼 필요한 만큼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했다.
실손보험 역시 보험금 수령과 관련없이 연령에 따라 보험료가 일괄적으로 변동되는 현 체계 아래에선 고객들의 병원 방문을 막을 뚜렷한 방안이 없었기에 손해율을 관리하기 극도로 어려웠던 상태다.
보험사의 실적 부진의 직격탄이 됐던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보험사들이 당초 잡지 못했던 손해율 문제를 해결하는 ‘도화선’이 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당시 생명보험협회가 12개 회원사의 보험금 지급 건수를 집계한 결과 메르스 감염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하루 평균 2만 6940건에 달했던 보험금 지급 건수는 3개월 사이 29% 감소한 1만 9105건까지 줄어들었다”며 “코로나19 또한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등 손해율이 불량한 종목에 한해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보험사 영업의 기반인 신계약이 줄어들 것은 사실 자명하다”며 “안그래도 신계약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극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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