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37)씨는 지난 황금연휴 이후로 6살 딸을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외국인이 많이 가는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영어유치원 원어민 강사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유치원에서는 원어민 강사를 비롯해 교사 중 이태원 클럽에 간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100% 믿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돈이 아까워도 잠복기가 끝날 때까진 집에 데리고 있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 원어민 교사가 있는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걱정이 더 크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킹클럽, 트렁크, 퀸, 소호, 힘 등 이태원 5개 클럽 인근에서 휴대전화 기지국에 접속한 외국인은 1210명이다.
아울러 교육부 집계를 보면 이 기간 이태원 일대를 찾은 원어민 보조 교사·강사는 366명이다.
그러나 교육부 통계에는 각 시·도 교육청 소속 교직원들만 들어 있고, 영어유치원이나 일선 학원에서 일하는 원어민 강사들은 빠져 있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이태원을 찾은 원어민 교사 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인천에서는 학원 강사를 통해 학생 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에서도 자체 조사를 통해 이들이 이태원에 방문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체 조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고, 이태원에 가지 않았더라도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클럽 방문 확진자와 접촉했을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 맘카페에는 "영어유치원 원어민 교사들 괜찮을까요?",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 믿을 수 있을까요?" 등 불안감을 보이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원어민 선생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하면 좋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 교사 정모(33)씨는 "유치원에서도 원어민 선생님뿐 아니라 모든 교사를 상대로 매일 자가진단을 하고 체온을 재는 등 방역조치를 따르고 있다"며 "그런데도 많은 학부모가 불안해하고, 당분간 자녀를 쉬게 하겠다는 경우도 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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