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역대 국세청장들의 리더십, 취임 일성에서 묻어나다
도대체 세금이 뭐 길래 오금이 저릴까. 세금 얘기만 나오면 살짝 긴장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사업자이든 아니든 간에 느끼는 반응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세금 고지서를 받으면 일단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누군가의 경험담이 와 닿는다.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떨리는 것일까. 조세범칙 관련 부분이 아니고서는 세금을 둘러싼 잘못은 일반상식으로 따져보아도 웬만해서는 붙잡혀갈 일이 별반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세금 얘기만 나오면 움찔해진다. 너나 할 것 없이 느낌이 엇비슷한 듯하다. 국세행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어떠한가. 역대 국세청장들의 취임 일성과 더불어 세정 운영 기본방향을 중심으로, 그들의 방향성을 되짚어 본다.
1966년 국세청이 개청된지 60년이 코앞에 당도했다. 국세행정을 개청 당시와 견주어 보면 엄청 변했다. 700억 세수가 수천 배 확장됐고 세무공무원 인원도 5000여명에서 2만여여명으로 증원될 만큼 조직도 커졌다.
초대 국세청장에서부터 24대 현 국세청장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부임 첫인사 대목이다. 인사행정을 비롯한 ‘세정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개청 원년 국세행정 운영지표를 ‘세수증대 오명불식 국민계몽’으로 정한 초대 이낙선 국세청장은 뭐니뭐니해도 700억 세수고지 달성이 지상과제였다. 1968년 국세청 야구단과 여자배구단을 창단, 일제 수탈 정서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세금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좀 더 친근감 있게 바꾸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모습이 역력하다.
‘밝은 세정, 올바른 부과, 참다운 봉사, 기꺼운 납세’를 행정의 지표로 내건 오정근 2대 국세청장은 세정직소센터를 설치, 납세자의 세금불만 창구로 활용했다. 세정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운 오 국세청장은 과세표준 현실화, 장부 실사 범위 확대, 사찰권 강화, 소득표준율 세분화, 세정 과학화, 세정에 납세자 참여 등으로 잡고 역점업무로 이끌어 나갔다.
재임기간 중에 인사쇄신에 큰 비중을 둔 고재일 3대 국세청장은 사무관이상 서기관급 115명을 한꺼번에 퇴직시킨 적이 있다. 국세청의 고질적인 암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던 ‘조상징수’ 문제를 해결했고, 반사회적 기업인 70여명을 강도 높은 세무사찰을 단행, 외화유출 등을 가로막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대중세 업무 혁신 추진 업적은 세정 현장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군부 출신 국세청장’ 시대는 고 청장을 끝으로 ‘민간 출신 국세청장’으로 경질됐다. 관 위주 세정의 일대 변화의 신호다.
김수학 4대 국세청장은 도백 출신 국세청장으로, 권위적 규제를 탈피하기 위해 국세청에 ‘세무상담실’을 개설했고 현장 부조리 온상이었던 지역담당제를 완전 폐지시켰다. 이로써 세정 민주화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세행정개혁을 위한 해결사로 전격 발탁된 안무혁 5대 국세청장은 취임 5일 만에 장영자 이철희 사건 관련 조세포탈혐의자 17명의 재산을 전격 압류조치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납세자와 친절대화 요령까지 만들어 일상화했던 안 국세청장은 영수증 주고받기 생활화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성용욱 6대 국세청장은 취임 3개월 만에 ‘새 민원봉사실’ 운영을 시작한 결과 반응이 좋아 타 부처는 물론 지방정부에서도 견학할 정도였다고 한다. 공정한 과세를 제1과제로 내건 서영택 7대 국세청장은 “세무공무원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세법이 무섭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는 결심은 ‘적법 세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포부였다.
노태우-김영삼 2대 정권에 걸쳐 4년간 두 차례나 국세청장을 지낸 추경석 8·9대 국세청장은 “국세청에서 내부 승진한 첫 청장이 된 것은 나 개인을 넘어선 조직의 명예였다”고 천명했다. 특히 복수직급 승진제, 속승진 확대, 6급 정원 확대, 출장비 현실화를 추진하는 등 하위직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국제조세 등 7개 분야에 ‘세무전문관’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중소기업 지원과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임채주 10대 국세청장은 특히 과세전 적부심사제도를 완전 정착시킨 것이 가장 큰 업적이다. DJP연합정부의 첫 국세청장이 된 이건춘 11대 청장은 한국은행을 포함 40개 공기업을 세무조사해서 IMF사태로 어려웠던 경제상황에서 세수 확보 차원의 업적을 올린바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청장 자리에 앉은 안 정남 12대 청장은 제2개청을 선언, 중부지방국세청과 경인지방국세청을 통합해 중부지방국세청으로 단일화하고 35개 세무서를 통·폐합,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손영래 13대 국세청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세원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납세자를 세무조사나 신고업무의 대상이 아닌 세정의 동반자이자 고객으로 생각해야 납세협력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친 노무현 정부의 첫 국세청 수장이 된 이용섭 14대 국세청장은 “인사혁신 없는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인사”라는 세정혁신과 함께 강조한 인사 철학이다. 그는 기득권의 엄청난 저항과 비난에도 소신을 갖고 접대비 실명제를 뚝심으로 밀어 붙여 새로운 접대문화와 사회기풍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그에 업적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족적으로 손꼽힌다.
이주성 15대 국세청장의 취임일성은 국세청의 위상 정립을 위해 행정의 흐름을 바꾸고 자납 중심의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중하게 여겼다. 론스타, 칼라일 등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가 취임 첫 작품이다. 2005년 10월 론스타 등 5개 외국계 펀드에서 2148억의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도 불사했다.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 운영을 새 지표로 삼은 전군표 16대 국세청장은 활기찬 직장 분위기 조성에도 힘썼다. 특히 능력에 따른 과감한 승진인사로 하위직에서도 세무서장 이상 직위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고 이로 인해 고질적인 승진적체를 해소, 직장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고 힘썼다.
섬김의 리더십으로 국세청을 바꾸어 보겠다고 주창한 한상률 17대 국세청장은 리더십의 개혁을 내세웠다. “청장이 직원을 섬기면 직원은 납세자를 섬기게 된다. 직원을 만족시켜야 납세자를 만족시키게 된다”고 섬김의 리더십을 미래 지향적인 개혁으로 추진했다.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고, 징세업무를 담당하는 하나의 행정기관일 뿐”이라고 천명한 대학교수 출신인 백용호 18대 국세청장이다. “인사가 만사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 청탁이나 개인적인 감정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고 원칙주의를 강조해 오기도 했다.
“널뛰기 중앙에 앉아 균형을 잡아 주는 사람이 되겠다” 이현동 19대 국세청장 취임일성이다. 당시만 해도 사실상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국제거래를 통한 역외탈세 근절을 본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11년 한 해 동안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강화해서 1조원의 세수를 선언할 만큼 강력했다. 그는 특히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들의 신고기간에 앞서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사전안내를 전격 폐지했다. 납세자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준 업무체계 완전 전환을 실행했다.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이 김덕중 20대 국세청장의 취임 일성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건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T/F팀을 설치, 새 정부의 주요공약을 실현해 나갔다.
3년 연속세수 부족 상황이 예상되던 가운데 임환수 21대 국세청장의 취임 일성은 균공애민(均貢愛民) 정신으로 세수 기반이 살아날 수 있도록 납세수준을 유인하는 것이다.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인 엔티스(NTIS)를 개통, 새로운 신고서비스 확충을 실행했다. 특히 일선관서에 근무해도 열정적으로 헌신한다면 최고위직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사다리’ 구축 인사행정은 많은 공감을 얻은 바 있다.
22대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민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국세행정의 중립성과 국세공무원의 청렴성이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전제하고, 납세자와 함께하는 열린 세정 만들기에 노심초사했다.
김현준 23대 국세청장은 “우리 국세청을 둘러싼 세정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고 전제하고 납세자에게 사랑받는 국세청, 국민이 신뢰하는 국세청을 반드시 만들어 가자”고 취임 일성을 피력했다. 특히 우리의 모든 성과는 청렴의 가치 위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조직문화 만들기에 힘썼다.
김대지 현(24대)국세청장은 “코로나19와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하는 포용적 국세행정을 전개해서 국민이 편안한 납세자 친화적 국세행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납세자 중심 세정과 코로나19 방역세정은 이 시대의 과제인 동시에 김 청장이 품은 현재 진행형 업무다.
역대 국세청장의 주요업적(1대~현24대) 이낙선_700억 세수고지 달성 일제 수탈 정서 뿌리 없애 오정근_세정직소센터 설치 세금불만해소 창구역할 고재일_조상징수 문제 해결 대중세 업무혁신 지금도 회자돼 김수학_ 군부출신 청장 시대지고, 민간출신 청장시대 급부상 안무혁_장영자 최철희 등 조세포탈혐의자 재산압류 조치 성용욱_새 민원봉사실 운영 반응 좋아 타부처서 견학 서영택_사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세법이 무섭다…적법세정 펼쳐 추경석_노태우-김영삼 2대 정권 청장 지내, 내부청장시대 열어 임채주_DJP연합정부 첫 청장 과세전 적부심사제 결실 이건춘_공기업세무조사 세수확보 IMF 사태 때 '단비' 역할 안정남_제2개청 선언 지방청 조직 단일화 세무서도 통·폐합 손영래_납세자는 세정의 동반자이자 고객 납세협력 강조 이용섭_접대비 실명제 뚝심으로 밀어 붙여 접대문화 기풍 세워 이주성_론스타 등 5개 외국계펀드 추징 포탈혐의로 검찰에 고발 전군표_능력위주 과감한 승진인사 세무서장 자리까지 길 열어 줘 한상률_직원 만족이 납세자 만족시킨다…섬김의 리더십 추진 백용호_권력기관이 아니라 징세업무 담당하는 행정기관일 뿐 이현동_법인세 등 사전안내 전격 폐지 역외탈세 조사 강화 김덕중_박근혜 정부 지하경제 양성화 T/F팀 꾸려 새 정부 공약 실현 임환수_엔티스(NTIS) 개통 신고서비스 확충 희망사다리 인사 공감 얻어 한승희_납세자와 함께하는 ‘열린 세정’ 만들기 노심초사 김현준_청렴의 가치 위에서만 모든 성과 인정받는다…자긍심 가져야 김대지_납세자 중심 세정과 코로나19 방역세정 업무는 현재 진행형 |
50년 조세전문지 취재기자 생활 끝에 얻은 영근 답은
‘이제야 겨우, 국세청이 보인다’이다.
나(필자)는 역대 국세청장들의 리더십과 역동적인 국세행정 변천사를
심도있고 밀알처럼 줄곧 취재 보도해 왔다.
혹여, 그 보도가 과했거나 미쳐 취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 시대의 취재보도의 한계성을 넓은 혜안으로 보듬어 주시기 바란다.
그동안 조세전문지 최초로 [국세청비록]이라는 문패를 과감하게 내 걸고
시리즈로 보도해온 기사를 <70회>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프로필] 김종규 조세금융신문 논설고문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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