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체납정리전담조직 폐지 부과·징수 일원화 조직으로 개편 (상)
국세·관세·지방세 각각의 납세자가 확정된 조세채무를 지정 납부기한까지 완납하지 아니하면 체납세금이 된다. 세금 체납자에 대한 과세관청의 행정상의 처분은 강제징수방법으로 처분하게 된다. 재정수입을 확충하고 조세의 공평성을 제고시키는데 의미를 두고 국세청은 체납액을 관리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납액은 왜 발생하는지 발생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되짚어 본다. 먼저 과세대상확대가 있겠고 세무조사 강화 등과 같은 법적, 제도적 변화에서 오는 요인도 있다. 국민의 납세의식 수준 등도 체납액 발생에 큰 영향을 미쳐온 것도 사실이다.
연도별 체납액 발생비율을 보면 1966년 8.7%였던 점유율이 1970년에는 9.6%까지 상승했고 1975년에는 3%이하로 크게 낮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높은 비율을 유지하다가 2006년 이후 감소세로 역전, 2015년에는 7.2%로 낮아졌다.
체납된 세금에 대한 현금영수증 활동, 징수할 가능성이 없는 체납액에 대한 정리보류 그리고 잘못 부과된 세금에 대한 부과결정 취소 등 일련의 징수 활동을 포괄해서 체납액을 정리하고 있다고 과세관청은 압축 표현하고 있다.
국세청은 현금징수를 통한 체납액 정리도 강화해 왔다. 경기여건을 비롯하여 법이나 제도의 강화 및 행정력 보완 등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국세 체납처분 업무의 전산화라던가, 신용기관에 대한 체납자 자료제공 그리고 지방청 내에 체납자재산추적전담조직 신설 등 새로운 행정제도 시행이 체납액 현금징수실적 제고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고액·상습체납 명단공개자의 2019년 현금징수 실적은 2452억원(5221명)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2004년 명단공개 제도 도입 이후 2만 3090명으로부터 1조 6490억원을 현금징수 했다고 2020년 국세통계 연보에서 공개했다.
2013년 결손규정 삭제하고 정리보류로 대체
합동조사 본부와 특별조사반 각각 설치운영
체납세금에 대해 징수할 가능성이 없는 때에는 결손처분(정리보류)을 하고 있으나, 결손처분 이후에도 체납자의 재산을 발견하는 경우에는 결손처분을 즉시 취소하고 체납처분을 진행하게 된다. 1999년까지는 결손처분 당시에 압류할 수 있었던 재산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2000년 국세징수법을 개정하고부터는 발견한 모든 재산에 대해 체납처분을 진행하도록 해서 사후관리 강화에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1997년부터 결손처분의 납부의무 소멸 효과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일정기간 징수권 행사를 보류하는 효과만을 갖게 된 것이다. 따라서 법률에 규정할 실익이 없게 된 결손규정을 2013년부터 폐지하게 된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2013년부터 정리보류 제도를 통해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징수권 행사를 보류하고 징수가능성이 높은 체납정리에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특히 정리보류 체납자에 대해서는 전산사후관리 등을 통해 소득·재산을 발견하는 즉시 압류해 징수하고 있다. 결손(정리보류)액의 점유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54.7%까지 크게 뛰었고 2013년 결손규정이 삭제되고 결손을 대체한 정리보류 비율은 2015년에는 30.1%까지 떨어졌다.
체납액 징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과세관청의 노심초사는 생각보다 강했다. 1981년 12월부터 7개월 간 합동조사본부를 설치했고, 1984년 4월부터 2개월 간 국세청 본청 주관으로 특별조사반을 설치 운영하기도 했다.
또 2000년 2월 체납정리기획단을 설치했다. 2000년 4월 고액체납자의 재산은닉 조사를 위해 각 지방국세청에 ‘숨긴재산무한추적팀’으로 확대했는데, 2013년에 정규 조직화하면서 체납자재산추적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신종 수법을 동원한 지능형 체납자, 악의적인 체납자에 대한 체납처분 면탈범 고발과 함께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으로 대응을 강화했다. 위장 폐업한 후 친구 명의의 차명계좌에 거액을 은닉한 사례, 고가 미술품을 자녀 명의의 빌라에 숨긴 사례, 특수관계법인에 대여금 형식으로 자금을 숨긴 사례, 제3자 명의로 설립한 법인에 재산을 허위 양도하고 허위 근저당을 설정해 자금을 은닉한 사례 등 다양한 사례를 적발해 냈다.
국세청은 1999년 업무의 전문성 확보와 납세자 중심의 기능별 조직으로 개편, 징세과를 신설하게 된다. 2006년 체납정리 전담조직을 폐지하고 부과업무 담당직원이 체납정리 업무도 함께 담당하도록 하는 부과·징수 일원화 조직으로 개편했다.
2015년부터는 납세편의와 업무효율 제고 차원에서 개인납세과를 신설하는 한편 소득세 부가가치세 근로장려금 업무를 통합함에 따라 개인납세 분야 체납정리 업무를 세원관리 업무와 분리하여 전담하는 체납전담반을 1급지 세무서 개인납세과에 신설했다.
따라서 개인납세 분야를 제외한 법인·재산·조사 분야는 계속해서 부과·징수 일원화 체계를 유지해 오게 된 것이다. 체납세금은 정리하는 목적 말고도 납세보전을 위한 행정적·법률적 규제조치가 요구되어 왔다.
1973년 체납세정리준칙 제정 법제화 출국규제 강행
체납정보 신용정보기관에 제공근거 징수법에 신설
체납정리를 위해서는 조세채권을 확보하고 체납세금 납부 유도책의 하나로 재산압류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과세관청이 간접적으로 행하고 있는 납세증명, 관허사업제한, 출국규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신용정보기관에 체납자료 제공 그리고 은닉재산 신고포상금제도 등이 납세보전제도로 꼽힌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과 가장 밀접도가 높은 규제가 출국금지다. 출국규제는 1973년 체납세 정리준칙으로 제정, 시행 중 2010년 국세징수법에 규정되었고 2011년 9월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원 이상을 체납한 자에 대해서는 출국을 규제하게 된다. 1974년부터 2015년까지 1만 7881명에게 출국규제 조치가 적용됐고 2012년 이후로는 3800여명 이상 체납자가 규제당하고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분석하고 있다.
2003년 국세기본법 제85조의5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제도가 신설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2004년 10월 22일 1101명의 고액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170명으로부터 397억원의 체납세액을 징수, 혁혁한 정리실적을 올렸다. 국세청은 2004년 은닉재산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2006년 4월에는 포상금 제도를 도입했는데, 2014년에는 포상금을 20억원으로 인상하기에 이른다.
출국규제 조치 못지않게 경제활동 제약효과가 큰 부분이 체납정보의 신용정보기관 제공이다. 국세청은 체납세금의 납부독려와 신용사회 정착 일환으로 체납자에 대한 체납정보를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1997년 국세징수법에 신설했다.
2000년 은행연합회에 37만 7669명에 대한 체납정보를 제공해서 6102억원을 징수했고 2001년은 1조 2000억원, 2015년은 3조 2000억원의 징수실적을 올렸다.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제도인 납세증명제도가 1962년 처음 도입됐다.
2011년부터 국가 등으로부터 대금수령, 국세납부 의무가 있는 외국인의 출국, 내국인의 해외이주 또는 1년 초과 국외 체류 목적의 거주여권 발급 시 납세증명을 제출케 했다. 지난 9년(2007년부터~2015년까지)간 납세증명 제도를 활용해서 5만 7985건을 압류해서 체납액을 징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부동산 압류·공매 시스템, 신용카드·예금채권 압류 시스템, 체납자통합관리 시스템 등 분산된 시스템을 통합해서 2015년 2월 23일 NTIS(엔티스)를 개통했다. 국세청과 행정자치부 간 국세·지방세 환급금 압류·추심 업무를 전산화했다.
또 5월에는 관세청과 국세·관세 환급금 압류·추심 업무를 전산화해 국세체납 정리뿐만 아니라 범정부적인 체납정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체납액의 발생 증가와 더불어 미정리체납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또 국제거래 증가 등으로 지능화되어 가고 있는 체납처분 회피행위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한 체납정리 인력확충도 체납관리 체계의 개편 차원에서 개선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체납정리 업무는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하고 매각·추심하는 강제적 처분이기 때문에 저항 강도가 거셀 수밖에 없다. 일부 체납자는 압류 집행하는 직원에게 욕설은 물론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고, 협박전화, 감사원 등 사정기관에 무고로 횡포를 자행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강릉서, 나주서, 동대문서 마산에서도 소동
체납자 농약음독 중태 빠져 막가파 수준 방불케 해
‘국세청 50년사’ 기록서에 의하면 일선 세무관서 현장에서의 체납정리 관련 잔혹사 실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2006년 1월 강릉세무서에서 분신 소동을 벌린 사건이다. 30대 체납자가 압류된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되자, 분신소동을 벌린 사건이다. 다음으로는 2009년 11월 금융계좌 압류에 불만을 품은 체납자 A씨가 나주세무서에서 농약으로 음독하는 일이 있었다.
또 2011년에는 한 고액체납자가 동대문세무서를 방문, 진돗개를 풀어 놓고 장시간에 걸쳐 시위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고, 2013년 6월 마산세무서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 중태에 빠지기도 한 사건도 있었다.
또한 2014년 12월에는 은행계좌 압류에 불만을 품고 세무서를 찾아가 방화를 시도하는 소동을 벌린 사건도 있었으니, 체납정리 관련 저항치고는 가히 막가파 수준을 방불케 한 사례들이다.
광주국세청 1,500억원 체납액현금징수 ‘쾌거’
7년 간 끈질긴 추적 끝에 숨긴 재산 찾아내기도
끈질긴 추적조사로 거액의 체납세액을 전액 징수한 광주지방국세청 체납추적팀은 1500여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사업가의 숨겨진 재산을 7년 간 추적하여 대부분 현금징수한 체납액 정리의 표본을 보여준 사례가 있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정리표본 사례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광주국세청 체납추적팀은 A그룹 41개 계열사 및 B씨의 2001년 이후 사업 및 거래내역을 추적하여 숨겨진 재산을 찾아냈다. A그룹 조선소의 매출채권 129억원을 압류하여 1년 6개월에 걸쳐 선박 1척을 건조할 때마다 20억원의 채권을 추심해 전액 징수하고 A씨의 사무실과 자택을 수색해 비상장주식주권을 찾아내 30억원을 징수했다.
또 A그룹 법정관리 계열사의 영업이익과 M&A 매각대금에 대해 법원과 은행을 설득하고 국세채권을 1순위로 확정해 700억원을 징수했다. 1심에서 패소한 A그룹 건설사공사채권 44억원의 경우 그간의 분양 현황과 이해관계자 추적조사를 통해 유리한 증거를 확보해 2심에서 승소해 전액 현금징수하고, 전국 13곳의 건설현장 채권과 PF채권 우선순위를 정밀분석해 60억원을 추가로 징수했다.
또 B씨가 타인명의로 숨겨 놓은 목포와 경기도의 아파트 부지를 찾아내 318억원과 118억원을 징수했는데, 이를 위해 재판을 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B씨는 대여금 형식으로 계열사에 재산을 은닉해 아파트 부지를 취득했고, 계열사는 변제기간이 장기인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제시하면서 추심에 응하지 않았다.
추적팀은 B씨가 해외 체류기간 중 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을 확인하고 계약서가 허위임을 입증했다. 또한 B씨가 자녀소유 아파트에 미술품을 은닉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림과 도자기 141점을 압류·공매해 2억원을 징수하고, B씨와 가족을 설득해 18억원을 자진납부하게 하는 한편 환급세액충당 등을 통해 73억원을 징수했다.
올해 2020년부터는 전국 세무서에 체납징세과를 신설, 은닉재산 추적조사를 끝까지 찾아낸다. 금융실명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친인척 계좌 등을 이용한 악의적 재산 은닉행위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공정사회에 반하는 고의적 체납처분 회피자 등에 대해서는 추적조사 역량을 총집중, 끝까지 징수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세무관서 체납징세 요원들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똘똘 뭉쳤다.
[프로필] 김종규 조세금융신문 논설고문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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