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정의처럼 사업자의 소득금액을 장부에 의해 계산, 신고해야만 과세권자는 신뢰한다. 국세청은 장부작성의 중요성을 다양한 행 정방침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으나, 사업자는 장부 없이 추계로 소득세를 신고하는 관행에 젖어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기장신고에 비해 추계신고가 세부담이 적다는 납세자의 잘못된 인식과 장부작성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부담감에서 비롯되어진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장부작성에 따른 혜택보다는 숨은 소득의 노출을 꺼려하는 ‘놀부계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소득세법을 대폭 개정해서 기장의무제를 폐지하고 무기장가산세를 신설, 규제를 더 세게 했으나 백약이 무효인 듯 적정과세에는 행정의 한계가 뒤따랐다. 이에 특효약처럼 진단 처방된 제도가 성실신고 확인제이다.
납세자의 소득신고 내용을 세무대리인으로 하여금 확인점검하게 한 뒤 신고하도록 행정제도화, 세무대리인과 납세자를 한데 묶어 성실신고 책임을 담보한 것이다. 세무대리인까지 등에 업을 만큼 다급해진 과세관청의 고육지책을 모를리 없다.
그러나 철옹성 같은 행정규제를 신고납세제도와 견주어 보면 거리가 있다는 일부 세무대리업계의 볼멘소리를 간과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장부 없는 무기장사업자 표준소득률 적용해서 소득금액 계산하므로
기장신고제도 정착 저해하고 세금 부담 불공평 초래 ‘문제점 도출’
개인의 1년 간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세금이 종합소득세이다. 1934년 소득세제가 처음 시행된다. 제1종 소득세(법인소득), 제2종 소득세(이자 배당 등 원천과세소득) 및 제3종 소득세(제2종에 속하지 않는 개인소득으로 종합과세대상)으로 소득을 구분한다. 종별 소득금액을 각각 계산해 과세하는 분류과세체계로 운영되어져 왔다.
그러나 1949년에는 법인소득세를 분리해 법인세를 독립시켰고 분류과세체계의 개인소득세제를 확립했다. 1968년 분류과세와 종합과세의 이원적 체계로 개편되었다가 1975년 소득의 원천이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소득을 종합해 누진과세할 수 있는 종합소득세제로 전면 전환했다.
국세청은 회계지식이 없는 납세자들에게 정확한 장부작성을 할 수 있는 ‘간편장부’를 제정해 1999년 1월에 고시하기에 이른다. 간편장부를 작성, 신고할 경우 산출세액의 10%를 공제해주는 혜택을 부여, 지원업무를 확대·병행해 나갔다. 반면 장부를 기록하지 않는 사업자는 표준소득률제도를 통해 소득금액을 계산했으나, 기장신고제도 정착을 저해하고 세부담 불공평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도출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기준경비율 제도이다. 기장능력이 부족한 일정규모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자에 대해서는 기존의 표준소득률을 역산해 소득금액을 적용했다. 반대로 일정규모 이상을 넘어선 사업자에 대해서는 재화의 매입비용, 임차료, 인건비 등을 세금계산서, 신용카드(현금)영수증 등의 정규증빙을 통해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그 외 기타경비는 업종별 기준경비율을 적용해 소득금액을 계산하는 제도이다.
사후적 성실신고 검증에서 사전적 성실신고 지원…세정운영 패러다임 바꿔
종소세제 전면실시와 때맞춰 서면신고제 도입, 성실신고 유도에 행정력 주력
납세자 대부분이 영세하고 극소수였던 소득세 성실납세를 지원하기 위해 국세청은 ‘녹색신고제도’를 도입했다. 1966년 개청과 함께 납세자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해 신고납부하는 성실신고 납세풍토 조성에 기치를 올렸다. 지역별·업종별·납세자별로 ‘세원분포상황카드’를 작성, 세 부담 실태를 분석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신고지도업무에 활용해 나갔다.
신고의 성실도에 따라 납세자를 관리하는 ‘질적차등관리제도’를 1980년에 도입했고 1984년부터는 불성실신고를 한 세무대리인의 세무조정에 불이익을 주어 세무대리인의 역할을 제고했다. 1985년에는 소득세행정의 장기발전계획을 마련, 수입금액 비례차등률제도의 도입, 합리적인 서면신고기준 제정, 세무대리인에 대한 관리감독체제 확립 등의 내용을 수립 추진했다.
2004년 전자신고제도를 도입한 국세청은 그동안 주류를 이루어왔던 우편신고가 빠르게 전자신고로 대체시행했다.
2007년 불성실혐의가 있는 대사업자 등 고소득 자영업자 1만6000명을 개별관리하고, 특정신고항목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되는 사업자 1만5000명에 대해서는 성실신고를 유도했다. 소득세 신고를 완전한 자율신고체제로 전환, 납세자의 자율신고를 보장한 시기는 2011년부터다.
반면 사후검증에 실무행정방향에 맞춰 업종별 세원관리 모델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수입금액의 적정여부를 확인하고 신고서 계상비용과 실제 증빙수취 금액 비교를 통해 가공비용 계상여부를 철저히 검증, 분석함으로써 탈루혐의가 큰 사업자들을 개별관리 대상자 및 조사대상자로 선정 관리했다.
국세청은 2015년에 세정운영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갔다. 이에 따라 ‘사후적 성실신고 검증’에서 ‘사전적 성실신고 지원’으로 전환했다. 종합소득세제의 전면적인 실시와 때를 맞추어 1976년에는 서면신고제도를 도입했다. 기장에 의한 서면기준율 이상 신고자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로 종결토록 함으로써 기장확대를 통한 성실신고 유도에 주력했다. 국세청은 신고서사전작성(Pre-Filled) 서비스를 도입한다.
세무관서의 조사와 관련 납세자의 의견진술대리권 2011년에 도입 시행 추가
세무대리인 수의 증가로 수임료 인하경쟁, 신고조절조장 부실세무대리 확산
단일소득-단순경비율 신고자에게 국세청의 과세정보자료를 활용해 사전에 작성한 신고서를 제공하고, 수정사항이 없을 경우 쉽게 신고를 마칠 수 있도록 한 원클릭(one-click) 전자신고서비스를 실행했다. 납세자는 스마트폰에서 국세청 모바일 통합앱을 다운 받아 미리 안내받은 인증번호 등을 입력한 후 사전 작성된 신고서를 확인, 수정사항이 없을 경우 한 번의 클릭만으로 전자신고를 완료할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은 과세표준 양성화와 성실신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성실신고 확인제’를 시행하게 된다. 업종별로 수입금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개인사업자가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사업장현황, 사업내역 현황, 필요경비에 대한 적격증빙 수취여부, 수입금액 검토 등 기장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성실신고 확인서’에 따라 세무사 등에게 확인 받은 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확인제도를 준수한 사업자에게는 성실신고 확인비용, 의료비 및 교육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가산세부과, 세무조사 대상선정의 불이익을 주고, 아울러 성실신고 확인자인 세무대리인에 대해서도 징계책임을 묻게 된다.
시행 첫 해인 2012년(신고기준연도) 성실신고 확인신고자는 6만9556명으로 전체 종합소득 확정신고 인원의 1.7%를 차지했다. 결정세액은 4조4083어원으로 총결정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8.1%에 달했다. 2015년 신고의 경우 성실신고 확인대상 기준, 수입금액 인하로 대상자가 크게 확대되어 성실신고 확인신고자는 13만2602명으로 전체 종합소득 확정신고 인원의 2.6%, 총 결정세액의 34.5%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종합소득세가 신고납세제로 전환된 1996년에는 세무관서의 조사 등과 관련된 납세자의 의견진술대리권이 성실신고확인제도가 도입된 2011년에, 이에 관한 확인업무가 추가됐다. 국세청은 세무대리인의 역할과 인원의 지속적 증가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해 짐에 따라 1991년 12월 세무대리종합관리규정을 제정하게 된다.
세무대리인 수의 증가는 수임료 인하 경쟁, 소득신고 조절조장 등의 부실 세무대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세무대리인이 탈세행위를 조장하거나 금품수수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불법세무대리 행위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부실 세무대리인을 제재하기 위해 세무사회와 회계사회는 자체 징계 외에 기획재정부 장관의 징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비밀리 특별팀 조직 실무진 일괄사표 받고 ‘대통령 긴급명령’ 전격 시행
1997년 국회 여야합의로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 유보, 2001년 재시행
1996년 첫 발을 내딛은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보안유지가 철저했다. 비밀리에 특별팀을 조직, 실무진 전원 일괄사표까지 받으면서 만든 대통령 긴급명령이 1993년 8월 12일 전격 시행됐다. 국세청은 금융소득자료처리를 위해 1994년부터 1996년말 까지 통합전산망(TIS : Tax Integrated System)을 구축했다. 1995년에는 금융기관이 금융소득자료를 원활하게 제출할 수 있도록 방법과 절차 등을 국세청장 고시로 정해 놓고 시행했다.
1997년 12월 국회는 여야합의를 통해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시행을 유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999년 12월 법률을 개정,2001년 이후 발생되는 금융소득분부터 재시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종합과세기준금액이 종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2013년 귀속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인원은 총 13만7558명으로 전년대비 약 8만명이 증가했다.
2001년 귀속분부터 재시행에 들어가면서 소득의 유형은 종전대로 8개 유형을 유지하되,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법령에 열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유사한 소득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과세할 수 있는 유형별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소득세 과세에서 제외되는 파생상품거래와 예금계약이 결합된 파생결합 금융거래가 고액의 금융소득자들의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과세 결과는 대규모의 조세불복으로 제기돼 파란을 일으키게 됐다. 국세청 패소(2011년5월13일 선고)로 이어졌고, 제도적 보완이 ‘발등에 불’처럼 화급해졌다. 과세대상 거래를 보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관련 규정인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3호의 세부사항을 2012년 2월 2일 같은 법 시행령 제26조 제5항을 신설하여 규정함으로써 미비점을 보완했다. 이자소득· 배당소득은 부동산 임대소득과 함께 자산소득으로 분류돼 종전에는 부부의 소득을 합산해서 종합과세했다.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제도 2002년 8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
높은 기준금액 개인별 4000만원 초과 금융소득과세 2000만원으로 조정
그러나 2002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자산소득 부부합산 과세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2002년 8월 1일 이후 최초로 과세표준을 신고했거나 소득세를 결정한 경우부터 개인별 4000만원을 초과한 금융소득에 대해 종합과세하기 시작했거나 소득세를 결정한 경우부터 개인별 4000만원을 초과한 금융소득에 대해 과세했다. 그러나 기준금액이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2013년 귀속분부터 20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게 됐다.
2001년 유형별 포괄주의로 과세제도가 개편됨에 따라 원천징수 되지 않은 모든 금융소득은 당연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실효성이 높지 않아 2004년 귀속 소득부터 폐지하고 원천징수 되지 않은 금융소득에 대해 신고납부방식으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했다. 2011년 이후 발생하는 금융소득부터 ‘기준금액 이하이면서 원천징수 되지 않은 비영업대금’의 이익 등의 금융소득도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국세행정의 어려운 업무 중 하나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정상화 문제이다. 국세청은 2006년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탈루에 조사역량을 집중한 결과 고소득 자영업자(2005년 12월) 및 탈루조장 세무대리인 422명에 대한 표본조사에 착수했다. 세무조사 결과 국세청은 총 1094억원을 추징했고, 이를 2006년 3월21일 언론에 공개, 사회적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국세청은 2010년을 ‘과세 사각지대에 숨은 세원 양성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세원 양성화에 주력했다. 자영업자의 음성적 탈루행위 등 숨어 있는 세원 발굴에 국세청은 세정역량을 꾸준히 강화시켜오고 있다.
[프로필] 김 종 규
• 조세금융 논설고문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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