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역외탈세 수법 진화, 공격적 회피에 촘촘한 세무조사로 대응 <下>
역외탈세는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에게 박탈감을 준다. 또 나라의 세원을 잠식시켜 재정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반사회적 행위이다.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져 포착하기도 어렵고, 거래상대방이 국외에 소재하고 있어 과세당국의 손이 잘 미치지 않는 속성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조세전문가의 조력이나,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에 정보 비대칭은 물론 금융비밀주의의 관행 탓에 더욱 지능화되고 은밀한 거래가 필수처럼 되어 왔다. 국제거래가 점점 복잡·다양화되고 금융공학과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지능적 역외탈세가 한층 많아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국세당국의 역할이 더욱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많아짐에 따라 무역거래나 해외직접 투자규모도 지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6년만 해도 우리나라 해외직접 투자규모가 투자금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349.9억 달러를 기록해 2015년(304억 달러)대비 15.2%p 증가하였으며 신규투자 법인수도 3084개로 전년대비 3.6%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제거래가 증가하면 할수록 역외탈세도 증가할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국세청이 역외탈세를 조사한 실적에서 보듯 2013년에 역외탈세 혐의자 211명을 조사하여 추징세액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6년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3072억원이 추징된 바 있다.
추징대상자가 조사결정에 불복, 심판청구를 하거나 소송 등의 법적대응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2013년에는 역외탈세로 세금을 부과한 211건 중 36건(17.1%, 5634억), ▲2014년에는 226건 중 42건(18.6%, 8491억), ▲2015년에는 223건 중 51건(22.9%, 7422억), ▲2016년에는 228건 중 54건(23,7건, 6890억)으로 불복제기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역외탈세 세무조사 후, 불복 제기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2016년 불복제기 금액을 보면 53%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5만의 케이만군도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2016년도 말 9조 2870억원에 달했는데, 전체 외국인 주식 보유액의 1.93%에 달하는 비율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조세피난처로 지정된 국가에 송금 내역은 5년 간 약 7700억 달러로 나타났다. 2013년까지 매년 증가했고 2014년 되어서야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조세피
난처 국가에 해외 송금 건수가 연간 35만 건 내외라는 분석이다. 송금액 대비 역외탈세로 인한 추징세액은 0.82% 정도로 매년 추징세액이 증가추세에 있는 점이 고무적이긴 하다.
‘역외탈세에 과세 사각지대는 없다’는 인식 정착위해
신종 역외탈세 수법 등 지속 발굴 끝까지 추적·과세
그러나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조세회피가 목적인 역외탈세이기 때문에 조세, 금융전문가들의 조력은 필수가 됐다. 따라서 탈세 혐의 입증을 위한 해외 자료 접근에 한계 극복을 위해 행정 전문인력의 양성에 따른 정예화가 더욱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방안 강구는 갈수록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실제 거주지를 숨기거나 국제거래 관련 허위자료를 생성하고, 외화반출이나 자금세탁에까지 재산은닉 수법이 복잡·다양화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심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조세피난처별 역외법인은 13개 대기업이 있는데, 해외 조세도피처에 보유한 역외법인이 6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조세도피처별 역외법인을 보면 ▲케이맨제도에 41개사 ▲파나마 11개사 ▲버진아일랜드 4개사 ▲마샬군도 3개사 ▲버뮤다 1개사 ▲모리셔츠 5개사 ▲바베이도스 1개사 등이다.
그룹별로 보면 ▲SK그룹이 29개사의 역외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그룹 6개사 ▲현대중공업그룹 5개사 ▲LG그룹 4개사 ▲롯데그룹 4개사 ▲미래에셋 4개사 ▲현대자동차그룹 4개사 ▲한국투자금융이 3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일부 다국적 IT기업과 대기업 조약과 세법 맹점 악용, 탈세수법 한층 진화
국세청은 2019년 연말 즈음, 신종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조세회피 수법 등을 끝까지 추적 과세함으로써 역외탈세에 과세 사각지대는 없다는 인식 정착에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또 G20 합의 등 세계 각 국이 물리적 실체가 없는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에 대한 신 국제조세 기준 마련 흐름을 중시, 2020년까지 예정된 OECD의 국가 간 과세권 배분 논의에 지속적 참여하는 한편 민-관 TF를 수시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도 개선 과도기의 빈틈을 악용한 지능적인 역외탈세 사례가 근래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다국적 IT기업과 대기업은 아예 겉으로는 완전한 정상거래처럼 위장하거나 각종 조세조약과 세법의 맹점을 악용, 진화된 탈세수법을 은밀하게 숨어 실행하고 있음을 예의주시하여 왔다.
특히 과거 일부 대기업 사주들의 국외소득 은닉 등 전통적 탈세수법을 그대로 모방하는 중견 자산가들은 편법상속·증여에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국세청의 시각이다. 신종 국부유출 행위를 엄단하고 동시조사를 착수한 이유다.
2009년 역외탈세전담 TF를 발전시켜 2011년에는 역외탈세담당관실로 정규 조직화했다. 또 범정부 대응 강화를 위해 2018년 6월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하여 검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6개 기관 간 긴밀하게 공조 협업도 수행해 왔다.
특히 상대방 국가 거주자의 금융정보인 금융정보자동교환 시행 국가가 2017년에는 46개국에서 2019년에는 96개국까지 늘었고, 2020년에는 107개국으로 늘릴 예정인 것으로 확인돼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세청은 역외탈세자 및 조력자의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행위가 체크될 경우는 고발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최근 역외탈세를 조사한 주요 사례를 살펴본다.
국내 기업이나 개인 등을 상대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기업인 외국법인 B는 국내 계열회사들과 단순지원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계열회사들이 단순 기능만 수행하거나 계약체결권이 없는 것처럼 위장하여 고정사업장 지위를 회피하고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세금납부 없이 국외로 부당 이전한 사례이다.
국세청은 외국법인이 위탁 계약, 기능 분산 등의 방법을 통해 고정사업장 지위를 회피하고 국내원천소득을 국외로 이전시킨 외국 모 법인 B의 고정사업장 지위 회피 혐의로 부가가치세·법인세 등 수천 억원을 추징했다.
조세조약상 원천징수 않는 국가에 도관(導管)회사 차려
국내 자회사에 국내원천소득 탈루분 세금 추징 응징
다음은 조세조약상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 국가에 도관(導管)회사를 설립, 사업구조 개편을 위장하여 국내원천소득을 탈루한 사례이다. 외국 모 법인 D는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국내 자회사 갑(甲)이 지급하던 사용료 수취 법인을 외국 모 법인 D(제한세율 15%)에서 해외 페이퍼컴퍼니 C(제한세율 0%)로 변경하는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 C는 다른 관계사에 사용료를 전달하는 도관에 불과하나 경제적 실질이 있는 것으로 위장하였으며, 해외 페이퍼컴퍼니 C가 소재한 국가에서도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세청은 국내 자회사 갑(甲)에게 원천세 등 천억 여원을 추징했다.
사주의 현지법인 커미션계약서 등 거짓증빙서 과세당국에 제출
내국법인과 사주 수억원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조치
내국법인 P는 원재료 매입 시 사주가 100% 지배하는 A국 페이퍼컴퍼니 ‘끼워넣기’ 거래를 이용해 허위중개수수료를 지급한 사례이다. 내국법인 P는 해외 거래처와 원재료 구매계약을 하고 수입 통관 등 제반업무를 국내에서 직접 수행하였다.
사주의 현지법인은 중개용역을 제공한 사실이 없음에도 커미션계약서 등 거짓 증빙을 작성하여 과세당국에 제출하였다. 과세당국은 내국법인 P와 사주에게 법인세 등 수 억원을 추징하는 한편 사주와 법인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조치했다.
다음은 역외탈세 조사대상자들의 주요 탈루유형이다. 사주가 보유한 해외합작법인(빨대기업)지분을 외국법인에 양도한 것으로 형식상 조작하고 빨대기업에서 조성한 자금을 사주가 관리하는 해외계좌로 빼돌려 은닉한 경우이다.
내국법인 F는 해외합작회사 G(빨대기업)의 지분을 외국기업에 형식상 양도한 것으로 회계처리한 후, 실제로는 사주가 차명으로 계속 보유하였다. 사주는 내국법인 F가 해외수출의 배분을 빨대기업과 거래하게 하고 수출대금 일부를 미회수하였으며, 빨대기업에서 미회수한 수출대금, 배당금 등을 사주가 관리하는 해외계좌로 빼돌려 법인자금을 유출한 케이스다.
이 밖에도 사주가 비거주자로 위장하여 국내법인의 해외소득 및 해외자산을 본인이 지배하는 외국법인에 이전한 사례이다. 내국법인의 갑의 사주는 국내 주소, 가족 및 자산 등의 상황으로 볼 때 국내 거주자에 해당됨에도 잦은 입출국을 통해 국내 체류일수를 조절하여 비거주자로 위장한 것으로 확인했다.
사주는 내국법인 갑의 수출거래에 본인 소유의 A국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은 후 관련 소득을 탈루하였다.
또 내국법인 갑은 C국 해외현지법인(부동산임대업)의 지분을 편법회계처리를 통해 A국 페이퍼컴퍼니에 무상이전, 소득을 은폐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용역을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인 외국법인 A는 국내 계열사 갑과 업무지원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국내 계열사 갑은 외국법인 A가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용역 제공과 관련하여 실제로는 국내에서 영업·마케팅·파트너십 구축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 왔다.
사실 국내 계열사 갑이 수행하는 활동은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저부가가치용역으로 위장해왔다. 이에 따라 원가 수준의 낮은 수수료만 수취해왔는가 하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부당한 방법으로 국외로 이전시키는 수법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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