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불복청구로 본 국세청 납세자 권익보호행정 이대로 좋은가
우리의 세제 구조나 세무행정은 과세권자인 과세관청의 입장에 치중해왔다. 때문에 납세자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덜 무게 있게 취급되어져 온 전통(?)이 암암리에 고착화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납세자의 지위가 과세권자에 비해서 열세에 있는 현실을 마냥 덮어 버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간 납세자 중심 세무행정을 추구해 왔고 또 납세자의 권리보장은 시대적 사명이 돼 버렸다. 민주세정 실현을 위한 과업을 새김질하는 추세가 엄습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특정감사를 통한 납세자 권익보호 현장이 과연 이대로 가도 좋은지 살펴보았다. 감사원이 기획재정부, 국세청 본청, 서울국세청, 대구국세청, 광주국세청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납세자 권리보호 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 28일부터 같은 해 9월 20일까지 15일 간 실시했다. 위법·부당사항과 관련하여 업무처리 경위와 향후 처리대책 등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을 통해 납세자 권익침해 실태 점검, 권익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감사였다.
감사원의 처분요구와 통보사항 몇 가지를 간추려 살펴보았다. 먼저 주의·통보를 받은 ‘부과제척기간 경과 후 인정상여 소득처분 부적정’과 관련하여 감사한 내용이다. 감사기간 중 국세청은 2016년 1월 1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근로소득 외 다른 소득이 없는 거주자에게 국세부과 기산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이후 인정상여 소득처분으로 추가납부 세액(5000만원 이상)을 경정·고지한 333건을 대상으로 부과제척기간 경과 여부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G세무서는 B납세자의 경우 근로소득 외 다른 소득이 없는 거주자로서 2012년 발생한 인정상여 소득처분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므로 국세를 부과한 날인 2013년 6월 1일부터 5년이 되는 2018년 5월 31일까지 부과할 수 있는데, 해당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부과제척기간을 7년으로 잘못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과제척기간 지난 후 추가로 결정·고지한 세액 522억여만원을 취소
조사범위 확대사유와 확대사실 통지를 안했으면 절차상 중대하자 의견제시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2018년 10월 19일 납세자 B에게 16억 1785만 8280원을 부과하는 등 42개 세무서에 부과제척기간을 5년으로 해석한 2017년 4월 5일 이후부터 2019년 3월 29일 사이에 65명에게 총 216억 1721만 3440원을 잘못 결정·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C세무서의 경우 부과제척기간을 7년으로 잘못 해석한 기존해석사례에 따라 납세자 C에 대하여 2009년 발생한 인정상여 소득처분에 대한 부과제척 기간을 7년으로 적용하여 부과제척기간이 2017년 3월 7일이 되어서야 173억 6096만원을 부과하는 등 33개 세무서에서 2016년 1월 11일부터 2017년 4월 4일 사이에 47명에게 총 306억 6300만원을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후 결정·고지했다.
이로써 부과제척기간이 지나 과세할 수 없는 납세자 112명에 대하여 종합소득세 522억 8000여만원이 결정·고지되게 되었다. 특히 K세무서는 F납세자에 대하여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후 과세하였다가 해당 세액을 체납하게 되자 2017년 7월 18일 예금채권을 압류·추심하였고, S세무서는 납세자 A에 대하여 같은 사유로 2016년 8월 1일 자동차를 압류하고 2017년 7월 24일 출국금지하는 등 112명 중 18명의 재산을 압류하였으며 그 중 2명은 출국이 금지되는 등 상당부분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되고 있어 왔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나타났다.
국세청은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납세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외부망에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인정상여 소득처분이 발생하는 경우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하여 추가납부세액을 결정·고지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과제척기간 경과 후 과세체납재산압류권익침해
특히 납세자 L 등 112명에게 국세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이후에 추가 납부할 세액을 결정·고지한 522억 8000여만원을 취소하고,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한 이후 결정·고지함으로써 재산이 압류되거나 출국이 금지된 18명의 납세자의 재산압류와 출국금지를 각각 해제하거나 법무부장관에게 해제요청을 하도록 했다.
다음으로는 서울국세청 산하 SE세무서가 세무조사권 남용으로 납세자 권익을 침해, 징계·주의요구를 받은 사례다. 2017년 6월 26일부터 같은 해 7월 21일까지 F개인사업자의 2015사업연도에 대한 정기세무조사를 간편조사의 방법으로 실시, 탈세제보를 근거로 조사대상연도가 아닌 2011~2014사업연도로 조사범위를 확대한 후 외주가공비 6178만원을 가공계상한데 대하여 2017년 7월 28일 소득세 3억 7757여만원을 부과하였다.
또 조사대상 범위를 확대할 때에는 미리 조사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사유와 범위를 납세자에게 문서로 통지하는 등 세무조사 절차를 준수하여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위 세무서는 p업체에 대해 조사대상기간이 아닌 다른 과세기간의 세금탈루 증거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구체성이 없어 누적자료로 관리하고 있던 탈세 자료만을 확인한 후 다른 과세기간의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임의로 확대하였고, 미리 조사관서장의 승인을 받거나 그 사유와 범위를 납세자에게 문서로 통지하지 않은 채 조사기간을 확대함으로써 세무조사권을 남용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게 된다.
끝으로 국세청은 2012년부터 과세품질 향상을 위하여 세무조사 등으로 부과된 국세에 대하여 납세자가 불복하여 행정심에서 인용된 경우 인용 원인을 분석하여 당초 부당한 국세부과처분의 책임이 직원에게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처분과 관련된 직원을 문책하는 등 불복 결과 원인분석업무를 시행해 왔다.
불복결과 원인분석업무 처리지침에 따르면 지방국세청 송무국(과)에서 행정심(과세전적부심사청구·이의신청·심사청구·감사원심사청구·심판청구)인용사건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작성하여 인용 결정일이 속하는 분기의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국세청·본청 감사관실에 감사 요청을 하면 불복인용사건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본청 법무과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조사대상과세기간 임의로 확대 세무조사권 남용
국세청은 감사결과를 수용했고, 불복인용사건 감사에서 직원 귀책으로 확정되어 문책받은 횟수가 2년 이내 3회 이상인 직원명단 통보업무를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특히 부실과세 문책 누적(2년 이내 3회 이상) 직원에 대해서는 매년 1월 실시되는 정기 전보인사에서 인사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주의’조치해 왔다.
감사원 감사 지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시각이 상존해왔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일방적 통행이다 강제 징수다 등등 세금을 두고 원천적 냉소적 비판소리를 놓고 납세자가 주인의 지위에서 조세부담을 스스로 동의한다는 관칙 때문에 조세를 국민동의의 산물이라고 얘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967년 3월 3일을 ‘세금의 날’로 정하고 건전 납세의식 확충에 힘을 쏟아왔다. 1968년 2월에는 세정자문위원회를 설치운영, 납세자의 의견을 세정에 반영해왔고 1968년 3월에는 부산국세청에 ‘민원사항 전화접수’를 전국 최초로 개시했다.
1996년 2월에는 ‘국세행정실명제’를 시행했고 1996년 4월 과세전적부심사제도를 도입, 과세전단계의 불복청구로 명명될 만큼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큰 획을 긋는 전환점을 이룩했다.
1997년 7월 ‘납세자권리헌장’ 제정, 공포시행은 선진국형 세정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납세자 권익보호 메카로 우뚝 선 전국 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席’
부실과세 문책 누적(2년 이내 3회 이상)직원 정기 전보인사 ‘주의조치’
1999년 9월 국세청은 기능별 조직개편을 통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자리를 전국 세무서에 최초로 신설했다. 이후 납보관의 납세자 사랑은 나날이 향상되어졌고 세무조사 중지권한은 물론 현장조사팀을 조율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능하게 발전시킴에 따라 납세자권익보호 메카로 우뚝 서게 됐다.
역대 국세청장들의 납세자 권리중심 행정 철학은 과연 어떠했는지 재조명해 본다. 초대 이낙선 청장과 2대 오정근 청장은 개청 초창기 청장답게 국세행정이 국민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해법 찾기에 골몰했고 4대 국세청장인 김수학 청장은 납세자의 기장확대 사업 유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역대 국세청장들, 납세자 권리중심 행정 해법 찾기에 골몰
과세불복 인용률과 장기미결사건 처리비율은 여전히 난제
7대 서영택 청장은 납세자의 신뢰를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신의측(信義側)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고 11대 이건춘 청장은 행정과오책임제를 시행함과 아울러 매월 15일을 ‘세금문제 해결의 날’로 정해 놓고 민원인 고충해결에 ‘책임제 세정’을 펼쳤다.
과세전적부심사제도입은 권리구제에 전환점 이룩
21대 임환수 청장은 월 1회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을 시행, 현장대면 소통행정으로 자발적 납세수준을 90%선까지 향상시킨 업적을 남겼다. 과세관청의 꾸준한 납세순응도 향상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초 과세처분에 대한 납세자의 불복청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내국세 심판청구 접수건수는 1만 687건에 8612건이 처리되어 29.2%의 인용률을 보였고 ▲관세의 경우 접수건수 288건에 217건이 처리되어 35.2%의 인용률이 나타났다. 또 ▲지방세의 경우 접수건수 5243건에 4258건을 처리, 인용률이 5.4%에 불과한 실정으로 밝혀졌다.
또한 2020년에 접수된 당해 연도 접수건수 1만2795건 중에서 305건이 장기미결사건으로 장기미결비율이 2.4%로 밝혀졌다. 청구일부터 1년이 경과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처리되지 않은 사건인 장기미결사건은 일반적으로 건별사건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지만, 청구인 등이 불복청구 주장 등의 사실관계 의견이 새로 추가됨에 따라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청구인 쪽에서 청구사건 처리를 늦춰 달라는 케이스도 있는데, 법원 쟁송 계류 중인 경우가 바로 그 경우라는 것이 조세심판원 관계자의 분석이다. 인용률을 끌어올리기나 장기미결사건 줄이기문제는 조세불복현장에서 일고 있는 영원한 난제가 분명한 것 같다.
[프로필] 김종규 조세금융신문 논설고문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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