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되돌아보면, 참여정부의 개혁의지 중 하나가 관리형 국세청장의 태동이라고 보고 싶다. 국세청장의 세무조사 향방이 사유재산권 행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다. 1960년대는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경제개발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제조업 과표 현실화에 주력한 적도 있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표적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중수부격인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은밀히 강행하여 왔다. 일명 교차세무조사는 지역 연고기업과 그 지역 세무공무원 간 세무비리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시행했다는 명분보다는 정치적 표적세무조사로 활용되어 왔다는 지적이 무게감 있게 지적되어 왔다.
공개된 비밀 같지만, 교차 세무조사는 정기세무조사 등과 같이 일반세무조사보다는 조사강도가 세다는 평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박명재 자유한국당)가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별표 참조)를 보면 2015년 서울국세청에서 진행한 법인 세무조사 건수(2211건)가운데 교차세무조사가 23건(1.4%)에 불과한데 반해 금액 면에서는 51.7%에 달함과 비유해 보아도 알 수 있다.
국세행정개혁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TF는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에도 교차세무조사가 이루어졌고 당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이면서 박연차 전 회장이 경영하던 태광실업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끝나기 전인 2008년 11월 검찰에 태광실업과 계열사 정산개발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또 TF는 교차조사 선정사유가 명확하지 않고 조사과정에서도 과도한 관련인 추가 선정과 조사범위가 확대되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TF도 특정인의 과도한 개별 조사관여한 정황 등 세무조사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배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적 관심이 큰 교차세무조사 업무가 국세청 훈령으로 규정하게 된다. 2018년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발표된 방안은 위법·부당한 세무조사는 납세자보호위원회 심의로 중지시킬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하게 된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 인력조정과 함께 비정기조사 비중도 점차 줄여 나가는 한편 조사대상 선정과정도 중립성 유지를 위해 세무조사에 영향력 행사를 금지시키는 등 제재하게 된다. 세무조사 집행과 관련해서는 부분조사 도입, 일시보관 요건강화, 사전통지기간 연장 등 개정된 조사절차가 잘 준수되도록 관리점검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사후검증이나 기획점검도 납세자들이 세무조사로 인식하는 경향을 개선, 신고검증 절차를 손질한다.
특히 국세청은 불복단계에서 청구인의 입증부족으로 권리구제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를 없애기 위해 직권증거조사를 확대하고 적정한 진술시간을 보장해주게 된다는 것이다. 또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심의대상을 확대, 공무원의 위법·부당한 행위 그리고 일시보관의 기간연장까지도 심의하여 납세자권익을 보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원칙적으로는 세무조사를 관할 지방국세청이 담당하지만 조사대상과 지방국세청 간 유착이 있거나 하면 국세청장 승인을 받아 다른 지역의 지방국세청이 이른바 교차세무조사를 집행할 수는 있다.
이같이 국세청이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을 받았던 교차세무조사에 대한 조사절차를 처음으로 공개함에 따라 과거 부실운영되어 왔던 부분이 크게 해소되게 됐다.
2013~2017년까지 5년 동안 교차세무조사 건수(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는 총 158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울국세청이 74건으로 47%를 점했고 중부국세청이 37건으로 23%, 대전국세청이 14건으로 8.9%, 부산국세청이 13건으로 8.2%, 광주와 대구국세청이 각각 10건으로 6.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기관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한 조사추징 상황을 살피게 된다. 다분히 공공기관의 세무순응도가 낮다는 관례에 따라 탈루현상이 높을 수 있다는 과세당국의 판단은 세무조사 강도가 그만큼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공공기관의 추징세액(별표 참조)을 보면, 1년 동안 5천억원에 달하고 있어 조사강도 등에 논란의 여지가 있기도 하다.
지난 7월 1일자로 제23대 김현준 국세청장이 탄생했다. 신임 김 국세청장의 취임을 계기로 본 몇몇 역대 국세청장들의 인사행정 특징을 되짚어본다.
세수 확보가 가장 큰 과제였던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 시기에는 세수목표달성 실적이 인사에 우선 반영됐다. 세수인사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0억 세수목표달성 기록은 그야말로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른바 조상징수 세수행정을 둘러싼 인사부작용까지 생겼던 오정근 2대 국세청장 인사행정은 대행인사의 전형이었다. 이 아무개 인사계장이 밑그림부터 쥐락펴락했고 박정희 정권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고재일 3대 국세청장은 재임기간 동안 오로지 인사쇄신 행정이 주류를 이루었다.
부정세무공무원 숙정 회오리바람이 고정관념 틀에 꼭 쳐 박힌 인사지각을 망가트릴 만큼 강타했다. 사무관급 이상 584명 전원을 일괄사표를 받아 냄으로써 국세청 사상 초유의 인사대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대혁신이다.
8‧9대 국세청장을 역임한 추경석 청장은 4년여의 재임기간 동안 굴곡진 인사행정을 바로 잡아 나가는데 역점을 두었다. 복수직급 승진제, 근속승진 확대, 6급 정원 확대 등을 추진했고 특히 지역 간 차별인사 폐단을 좁혀 나가는 파격인사 행정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제2의 개청 주창자인 안정남 12대 국세청장은 세정개혁에 발맞춘 인사개혁을 집행했다. 향피(鄕避)제도를 인사기준에 반영, 연고지 전보인사를 폐지했다. 손영래 13대 국세청장은 국세청 첫 여성세무서장으로 제연희 서장을 배출시켰고 이용섭 14대 국세청장은 “인사혁신 없는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인사다”라는 인사혁신 철학을 남겼다.
임채주 10대 국세청장은 모든 직원을 전산요원화 위해 기관단위 교육과 함께 매달 한 두 차례 수시시험을 실시했다. 시험 결과를 인사교과에 반영, 평가도 했다. 전군표 16대 국세청장은 능력위주의 과감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하위직에서도 세무서장 이상의 직위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활기찬 직장분위기 조성에 한몫했다.
임환수 21대 국세청장은 하위직 직원이 간부급 승진까지, 능력과 평판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지속 가능한 인사기준의 정착이 특징이다. 임 청장의 인사비전은 ▲희망사다리 구축 ▲비선호부서 배려 ▲여성관리자 양성 등 직원이 공감하는 기준(승진)을 정착시키는데 주안점으로 삼았다.
한승희 22대 국세청장의 인사 스타일은 2017년 하반기 서기관 인사에 잘 반영되어 있다. ▲소통과 화합을 위한 인사 ▲성과와 역량중심의 인사 ▲인사의 예측가능성 확보 ▲인사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기본방향으로 집행해 왔다. 순리와 배려가 전제된 구제와 포용인사가 핵심 포인트이다.
공교롭게도 한승희 22대 국세청장과 김현준 23대 신임 국세청장은 같은 경기 화성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번째 국세청장이 된 한 국세청장은 1961년생. 서울대 , 행시 33회 출신에다가 국세청 조사국장→서울국세청장→국세청장을 역임했다.
2019년 7월 1일자로 임명된 김현준 23대 국세청장도 경기 화성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국세청장이 된 김 국세청장은 1968년생. 서울대, 행시 35회 출신에다가 국세청 조사국장→서울국세청장→국세청장으로 취임했다. 한 청장과 김 청장은 같은 동향에다가 행시 임용도 같고 보직도 국세청 조사국장→서울국세청장→국세청장으로 승승가도를 달린 코스도 아주 닮은꼴이다.
세무서장 역량평가제는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초임 세무서장으로 부임하기 전 단계에서 역량평가시험이 치러진다. 임환수 청장 때 도입된 이 시험은 서기관과 부이사관 승진자가 부담이 되는 시험이다. 4년째 된 이 시험은 이 아무개 서장이 낙방된 사례가 뒷담화가 되기도 했을 정도로 관심도 많고 부담도 큰 시험이다.
역량평가시험이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승진시험 포기자가 나올 만큼 현실적·실용적 시험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프로필] 김종규 조세금융신문 논설고문 겸 대기자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