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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비록 ⑧] 국세청 여성공무원 양성평등시대 열다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여자이기 때문에 제도권 진입이 수월하지 않았다. 사대부 양반집 아녀자들도 학문에 전념한 여성들이 그리 흔치않았다는게 사적 기록이다.


길쌈잘하고 좋은 낭군 만나 성혼 잘해서 현모양처 되는 꿈에 현실만족 했던 조선시대의 사대주의사상 탓일까. 남존여비 시류 영향일까. 그야말로 성차별의 표본이고 극치다. 우리 여성공무원들의 입지는 1980년대 후반까
지만 해도 그리 넓지 않았다.


유별나게 보수적이고 고착화된 속성 때문에 국세청 여성공무원들의 위상은 보나 마나다. 정치적,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서 우뚝 서지 못했다. 제연희 씨와 이상희 씨가 사무관 승진 때도 그랬지만 서기관으로 승진, 세무서장 발령 때도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특히 일명 탈세 잡이 조사국 쪽 근무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어 왔다.


남성세무공무원의 성역이자 금녀의 문으로 불려온 조사국의 벽을 뚫고 당당히 진입한 글로벌 국세청 여성공무원들... 여성파워 에너지가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넘쳐 난다.


세계적으로도 여성대통령이 무려 28명이나 된다.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도 그 중 한 명의 여성이고 박근
혜 대통령(탄핵소추 중)도 우리나라 최초 여성대통령이다.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져간 신라 최초 여왕인 선덕여왕, 사촌관계인 선덕여왕의 뒤를 이은 진덕여왕도 여성국왕이다. 굳이 왕이나 대통령이 아니어도 추앙받을
여성인물은 많다.


조선말기 고종의 비(妃)로 간택된 명성황후, 조선시대 대학자 이율곡의 어머니며 어머니의 표상인 신사임당,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이자 고아들의 수호자 성녀 마더 테레사, 광명의 천사라 불린 영국 간호사 나이팅게일, 3·1 만세운동의 상징인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 그리고 여류비행사 권기옥 선생 등등 모두가 여성이고 ‘최초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들을 롤 모델로 삼을지 말지는 우리 여성세무공무원들의 각자의 취향이고 멋이며 몫이다. 그러나 입신양명의 출세의 길은 가봐야 알 수 있듯, 어느 길이 최상의 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길은 있어도 못가는 길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공무원의 지위는 정치적 시대적 배경과도 맞물려 크게 어필되지 못했다. 국세청 여성세무공무원의 입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개청 초기만 해도 수적인 열세로도 그러했지만, 여성 직원의 역할에 큰 기대를 못할 만한 사회적 여건도 그 원인 중의 하나다.


인사 상 우대는커녕 사무실 한켠에서 허드렛일 같은 잡일을 할 정도였다. 타자나 치고 복사물 출력하는 업무가 고작이다. 잔심부름하는 직원으로 밖에 안 봤다는 얘기다. 결재권 없는 업무가 주 업무였으니 말이다. 세무조사나 세원관리 그리고 체납정리 같은 현장업무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 때였다.


세무관서의 징세계 행정계 민원실 같은 내근업무가 전부였다. 납세자로부터 신변위협을 받는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상황이 여성 공무원의 활력을 묶어 버렸다. 이것이 국세청 인사행정 상 여성공무원을 배려하는 잣대가 돼왔다.


여성 공무원의 역량은 강 건너 불 보듯 아예 챙겨볼 생각도 안했다. 아니, 주요업무 담당을 안시켰고, 맡기지도 않았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납세여건이 지금처럼 무르익은 사회여건이 아니라서 그러했을 것이다” 어느 전직 여성 세무서장은 30여 년간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당시의 세정세태를 귀띔이라도 하듯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상위직 승진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고, 그나마 한직(閒職)지키기에도 버거울 판국에 직면한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 공감대를 이룬 회고담이다. 어쩌다 임산부라도 되면, 이때다 하고 권고사직을 종용하지를 않나...! 양성평등(兩性平等)따위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든 근무여건이 당시 시류였다는 게 이구동성 한 목소리다.



결재권 없는 잔심부름하는 직원 인식 고착…세무조사·세원관리 업무 언감생심 꿈도 못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1990년대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화 조짐이 일었다. 이에 발맞추어 국세청에도 민주적 인사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 공무원의 업무가 다양해졌고 그 역할 또한 커져만 갔다.
여성 공무원을 보는 시각이 엄청 달라졌다.


8·9대 추경석 국세청장 시절, 1992년경 제연희씨와 이상희씨가 여성 최초로 꿈에 그리던 사무관 승진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다. 국세청 개청 25년만에 이룬 쾌거다. 제·이 두 사무관은 2000년 서기관으로 각각 승진,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여성공무원으로서는 최초 서장 보직이다.


당시에는 누구나 동경의 대상인물인 세무서장으로 뽑혀 숱한 화제를 뿌린 주인공이 됐다. 게다가 2005년에는 이창숙 여성서기관이 본청 전산운영 담당관에 임명됐다.


최초로 본청 여성과장으로 뽑혀, 여성관리자 무한보직 서막의 울림을 펄쳤다. 남성세무공무원의 성역이자 금녀의 문이나 다름없던 국세청 조사국의 성벽을 뚫고 진입, 2002년 5월 여성공무원만으로 조사팀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여성특유의 부드러움과 청렴성 그리고 섬세함이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여성인력의 지속 증가현상은 국세청 인적구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이후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서 ‘여성합격자 수’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국세공무원 중 여성공무원의 점유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주목된다.


2005년 말 26% 수준이던 것이 2015년 9월말 36%까지 상승했다. 5급 여성 공무원도 3% 수준이던 2005년 말 비율이 2015년에는 9%까지 올라섰다.


업무집행 조직의 특성상 피라미드 형태의 인력구조를 취하고 있는 국세청은 타 부처에 비해 조금은 특이하다. 2015년에는 성실신고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현장 납세자의 불편을 해소하는데 역점을 두게 된다.


예를 들면, 본청과 지방청 조직을 축소함에 따라 생기는 감축인력을 세무서로 재배치한 것도 집행조직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본청은 기획중심, 세무서 인력은 지속 확충 방향으로 인적자원을 적절히 배분, 체계화함으로써 납세자 중심의 신속 편리한 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1992년경 추 청장 때부터 사무관 서기관 승진 문 열려

청렴성 섬세함 등 높이 평가받아 국세청 조사국 성역 뚫어


이같은 국세청 안팎의 여건변화는 여성공무원의 사기진작에 큰 힘을 보태게 된다. 2002년 정부의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계획’은 국세청의 ‘여성공무원 관리자 확대방안’시행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결과 2005년 4급(서기관) 여성관리자의 임용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어 갔다.


특히 7급 이하 승진 임용은 여성공무원을 우대하는 ‘여성공무원 승진목표 할당제’의 시행을 계기로, 10년 전 35명에 불과했던 여성관리자가 150여명으로 크게 늘어날 만큼 영향력을 행사했다. 양성평등은 물론 성차별을 따지지 않는 균형인사 실천에 국세청은 인사 컨셉을 구체화, 인사행정에 반영했다.


이는 여성공무원들의 준비된 업무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결과물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대 들어서는 신규채용 직원의 절반정도를 여성공무원이 차지했고 점차 그 비율이 높아져 가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2016년 7월 현재 여성공무원 7,143명…전 직원 20,093명 중 36.6% 차지


2015년말 국세청 여성공무원 인원수는 6839명(2016년 7월 1일 현재 여성공무원은 7143명으로 전 직원 2만93명 중 36.6%를 차지하고 있다.)이다. 이 가운데 80.8%인 5527명이 세무서에서, 6개 지방청에는 15.9%인 1086명이, 본청에는 3.3%인 226명이 각각 근무하고 있는데, 역시 현업관서 비율이 높은 편이다.


양성평등 균형인사 구현까지는 자랑할 만하지만 결혼 적령기가 찾아오면 출산, 육아문제와 관련한 여성공무원의 휴직이 급증하게 되는 고민거리가 불거지게 된다.


국세청은 여성공무원의 출산·육아 휴직에 따른 인력운영상의 문제점을 ‘개방형 세정지원단’ 구성으로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아 나간다. 휴직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개방형 세정지원단’으로 선발된 인력을 즉시 투입, 업무공백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인력충원 시스템을 가동했다.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성공무원이 출산과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졌다. 동료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가족친화적인 근무환경을 만들어 나가게 된 것이다. 이같은 창의적 인력운영 시스템 덕에 국세청은 ‘인사운영 우수기관’으로 뽑히게 됐고, 2012년 11월 정부로부터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게 된다.


2004년 6급 이하 승진목표제 시행…양성평등 균형인사로 새 지평 열어


국세청은 2004년에는 ‘여성공무원 승진목표제’ 시행에 들어간다. 6급 이하 승진대상자 선정 때 승진후보자 명부 서열상 여성공무원이 1순위 승진예정 인원 수 범위 내에 포함돼 있는 경우 승진배수 범위 내에서 그 인원비율만큼 여성공무원을 꼭 승진시켜야 한다는 인사행정제도를 명문화했다.


양성평등, 성차별 없는 균형인사 실행으로 여성파워의 새로운 지평을 연 완결판다운 자랑거리가 됐다. 2009~2010년 18대 백용호 청장 때, 서울국세청 조사1국 3과장에 안옥자 서기관을, 중부국세청 조사2국 3과장에 홍성경 서기관을 각각 발령, 여성과장 조사국 진입이라는 새로운 장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다양한 여성공무원에 대한 인사 상 우대조치는 본·지방청 여성인력 배치확대로 절정을 이룬다. 과별, 직급별 여성인력의 균형유지를 비롯하여 중증장애공무원이나 부부공무원은 희망관서를 최대한 반영해 전보하는 등 가정 친화적 자리바꿈에도 인사행정상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전보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개선해 왔다는 얘기이다.


국세청은 여성 및 육아 여성공무원들의 자녀양육 문제가 현안임을 인식, ‘직장 어린이집’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을 벤치마킹한 영향도 크다. 출산 때는 ‘출산 축하 복지 포인트’를 지급하는 한편 둘째 자녀부터는 국세청장 명의의 꽃바구니를 보내 축하해 왔다.



김 양, 이 양, 한 양 등 호칭 개선 건의, ‘조사관’으로 명칭 바꿔 불러…성차별 없앤 인사행정의 보람


2006년 강남합동청사 직장어린이집 개원을 시작으로, 2007년 강서세무서 직장어린이집, 2008년 중부국세청·동대문서·남대문서·대전서 직장어린이집을 연이어 개원했고, 2015년에는 송파서 어린이집까지 오픈했다.


특히 2015년 국세청 본청의 세종청사 이전이후로는 정부세종청사(관리소)에서 설치한 정원 165명을 수용 가능한 규모의 ‘아이세상어린이집’을 국세청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서 보다 나은 보육환경 조성에 온 힘을 쏟고있는 터다.


김 양아, 한 양아, 이 양아 등등은 아날로그 시대에 여성공무원을 부르는 호칭이다. 지각 있는 여성관리자들은 호칭부터 바로 잡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부에 호칭개선 건의에 본격 착수했다.


1992년 이후부터는 양성평등 시대를 절절히 깨우친 나머지, 6~9급 직원은 성차별 없이 공히 ‘조사관’으로 통일하여 부르기로 명칭을 바꾸고 관련규정을 개정, 실행했다.


한숙향 전 국향회 회장(전 강서세무서장)은 “호칭을 양성평등하게 조치한 것처럼 성차별 없는 인사행정으로 균형 잡힌 행정을 집행해 주길 바랄 뿐이다”라고 조심스런 멘트를 전했다.



[국세청 비록 9편]이 3월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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