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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비록 ④] 망국병 탈세 국세청 칼날 비켜가지 못했다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세금은 나라에서 빼앗아가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지 오래다. 아마도 이는 일제 강압수탈 시기였던 공출(供出)시대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뇌리 속에 박힌 일제 잔재물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타성 때문에 과세행정 수행이 가시밭길 여정처럼 사연도 갖가지였던 어제와 오늘 상황을 부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납세국민의 잠재의식은 과세권자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되어 왔고, 과세관청은 이를 극복해낼 수 있는 행정상의 묘수 찾기에 전전긍긍해 왔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탈세는 거짓행위가 전제돼야 한다면, 정상적인 소득신고를 통한 성실신고 납세자들이 탈세행위자들을 보는 시각은 망국병자들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세청은 개청 반세기 동안 우여곡절과 숱한 시행착오 끝에 지하경제 색출·타파를 비롯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인프라를 꾸준히 구축해 왔다. 국세청은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위용의 탈세 잡기 칼날을, 이 순간도 꼿꼿이 세워나가고 있다.


본청 조사국 사찰과에서 기업체를 자꾸 털려고 설쳐서 골치 아파


대통령 지시각서에 의한 세무사찰 일원화를 계기로 국세청은 세무조사와 사찰조사업무 집행에 효율화를 기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1966년도부터는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고 체계적으로 자리 잡아 나감으로써 대형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세무사찰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1966년 7월에는 전국 세무서에 조사과를 신설하고 세원의 적기포착은 물론 근거과세의 확대 등 국세행정의 기반구축에 올인 했다. 그 중 하나가 과세자료 전산화 준비 작업이다. 국세청은 경제규모의 점진적 확대와 산업고도화 및 다양화에 기인하여 과세자료의 양적팽창은 필연적인 현상으로 내다보고 일련의 과세자료 기반확충을 서둘러왔다. 이는 곧 오늘날의 국세 행정 전산화의 밑거름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보인다.


오정근 2대 국세청장은 떼어 먹는 세원, 감춰진 세원 등 비합리적 부분을 정상화시켜 세수증대 청사진을 세우는 한편 국제조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바탕이 돼 본청에 외국인세과를 최초로 신설하고 조사세무공무원의 사찰권을 강화해 나갔다.


1970년대 초 세수증대를 위한 세무조사가 극치를 이루고 있는 시절이었다. 부산국세청장을 지냈고 본청 조사국장을 두 차례나 지냈던 이철성 조사국장이 C모 조사과장과 업무협의 중 당시의 조사국 상황을 이렇게 주고 받았다.


“요즘 사찰과에서는 탈세혐의와 관계없이 기업체를 털려고 설쳐서 골치가 아파 죽겠어요.” 이 국장, “그럼, 탈세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될거 아닌가?” 그래서 탄생한 것이 성실보고 회원제에 따른 조합이다. 이로써 세무간섭은 물론 근거과세 기틀 마련이 이뤄지게 됐다.



조세 범칙행위 자진신고 불응한 88개 기업 전격 세무사찰…본때 보여줘


재임 중 부동산 투기가 광풍처럼 불었던 서영택 7대 청장의 투기잡기 행정은 “토지를 가져야 부자”라는 국민의식을 바꿔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면에 내걸고 투기와 전쟁을 했다. 서 청장은 예외없이 악덕투기자 명단을 공개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리는 등 ‘투기잡는 청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또 소득이 불분명한 호화생활자 세무조사도 강화해 나갔다. 지하경제 관련 범칙조사 가운데 경제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명성사건, 영동개발사건 등이 파헤쳐져 사회적으로도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국세청은 1987년 자료상(資料商)근절대책을 발표한다. 유령회사를 만들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고 액면가액의 3~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챙겨 폐업 줄행랑치는 자료상들을 추적조사를 강화했다. 오늘 날도 사후관리 일환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오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대량실업과 빈부격차 확대 등 사회적 고통이 깊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호화, 사치, 과소비 행위자의 변칙탈세행위는 구석구석에 범람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음성, 탈루소득 관리대책협의회’를 설치, 고액재산가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나갔다. 탈세조사칼날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외국 세무당국과 공조를 통해 불로소득자의 국부유출 차단에도 탈세조사망을 촘촘히 짜나갔다.


1996년 OECD가입이후 외환거래가 완전 자유화됨에 따라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세금탈루 현상이 점점 심화돼갔다. 35개 조세피난처 국가의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를 통한 외화불법유출을 현지 확인 출장을 강화
하기도 했다.


2002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국제거래를 이용한 세금탈루혐의를 받은 기업(개인 포함)을 대상으로 247건을 조사했는데, 세금탈루혐의 기업 75개와 국내 소득 해외유출혐의기업 31곳에 철퇴를 내려쳤다.


2005년 10월 국세청은 론스타와 칼라일 등 5개 외국계펀드에 대한 고강도 특별세무조사를 실시, 2,148억 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다. 망국적 투기를 겨냥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적기 시행함에 따라 이룬 쾌거다.


이현동 19대 청장은 과세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국제거래를 통한 역외탈세를 뿌리뽑기 선언을 하고 TF팀을 역외탈세담당관실로 정식 직제에 편입시켰다. 2011년 한 해 동안 1조원 세수 만들기를 선언, 역외탈세 잡기에 열공했다.


특히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를 도입, 2011년 1월부터 시행한 이 청장은 미국과의 범칙조사 약정체결, 7개국 국제탈세 정보교환센터 정회원 가입 등 역외탈세 관련된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했다.


또 2011년을 ‘역외탈세 차단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해외금융계좌신고 TF팀을 출범시키고 2011년 1월부터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10억 원 이상인 해외계좌를 단 한건이라도 가지고 있을 경우 과세청에 신고하게 해서 역외탈세 루트를 원천 봉쇄해 나갔다.



현장중심 세무조사 기능 활성화 위해 일선세무서에 역외탈세정보팀 등 신설


박근혜 정부 핵심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 방안 확정으로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4대 중점분야를 확정했다. ▲대기업 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세법질서, 민생침해 사범 ▲역외탈세자 등이다. 신종 재산은닉 행위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하고 사해행위 취소소송 제기 등 법적조치를 엄정 집행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과제 중 비자금, 불공정거래, 편법 상속·증여, 차명계좌, 현금거래 탈세, 가공비용 계상, 불법사채업, 주가조작, 가짜석유, 자료상, 해외발생소득 은닉, 국내재산의 불법 해외유출 등에 세무조사는 물론 사후검증까지 대폭 강화, 숨은 세원 찾기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1995년에는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자산운용 행태변화에 맞춘 세원관리에 중점을 두고 무자료 위장, 가공거래와 소득원이 없는 주식거래 등 실명거래를 회피하는 음성, 불로소득 척결에 세정 역량을 집중해 나갔다.


특히 IMF 와환위기 당시인 1998년~1999년에 는 음성, 탈루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국세행정의 중점과제로 삼았다. 국세청은 녹색신고제도 및 세무사찰 일원화에 대한 사전조치로 납세자가 자진신고 하는 경우 1966년 6월 17일 이전에 행한 모든 조세범칙행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해주기로 하고 자진신고토록 행정 조치했다.


그러나 자진신고 결과가 예상 밖으로 부진했다. 국세청은 자진신고 불응자 88개 업체에 대해서 전격 세무사찰을 단행, 세정 사상 최대의 세무사찰로 응징했고 자진신고를 회피하면 사찰조사를 받는다는 본 때를 보
여줬다.


2010년 이후에는 기업 내부자에 의한 탈세제보의 중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제보의 효율화를 위해서 제보에 상응하는 포상금 지급이 당연시되면서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액과 지급율의 인상 등 제도개선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액이 2014년에는 10억에서 20억 원으로, 2015년에는 30억 원으로 인상돼 집행되고 있다.


2014년부터는 관리자 중심 조사체계 구축방안을 시행하고 정확, 치밀한 사전분석 시스템과 현장 중심의 관리자 주도의 조사 집행 체계를 만들어 갔다. 일선 세무서의 조사과에 ‘과장 조사팀장제’를 시범실시, 현장 중심의 조사체계를 확립시켰고 나아가 세무서에 국제조사팀, 역외탈세정보팀을 각각 신설, 일선관서의 조사기능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다.


2013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조세회피처 페이퍼 컴퍼니 13만 여명의 명단(뉴스타파가 발표한 한국인 추정 245명 포함)을 공개함으로써 다시 한 번 전 세계 사회적 이슈가 됐던 것처럼 역외탈세는 정보의 비대칭, 금융비밀주의라는 여건 속에 더욱 지능적이고 은밀하게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바 있다.


역외 탈세 세무조사는 베일에 숨겨져 있는 사업실체와 역외금융거래까지 철저히 추적하여 입증해야하기 때문에 그 어떤 조사보다도 강도가 세다.


탈세 탈루유형은 ▲기업자금 편법 해외유출 ▲조세회피처를 활용한 부(富)의 대물림 ▲해외소득 신고누락 등으로 나뉜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역외탈세 조사 추징세액은 6조2천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15년 추징세액은 1조3천억 원으로 2008년 추징세액 대비 약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비상한 관심사가 되어왔다. 일반 국민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역외탈세조사는 수천억 원을 추징한 완구왕 선박왕,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300여건의 첨단탈세방지문서 과세증빙 위·변조 감정 체계화, 표준절차 마련 시행


국세청은 과세증빙(종이문서)의 위·변조 행위를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문서감정 업무를 도입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의 문서감정팀은 분광비교기, 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 주사전자 현미경 등 최신문서감정 장비를 활용,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실시해오고 있다.


문서감정팀은 2011년 이후 4년 동안 모두 300여건의 과세증빙 위·변조 여부를 감정한 바 있다. 국세청은 감정사무를 체계화하기 위해 훈령 2006호로 감정사무 처리규정(2013.7월)을 제정, 문서감정 업무의 표준절차를 마련, 시행했다.


국부의 해외유출을 초래하는 반사회적 탈세행위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고액 역외탈세 조사문제는 대부분 소송 진행 중에 있다. 대법원 측이 아직 역외탈세 과세법리를 정립하지 못한 탓에 국세청은 과세의 큰 그림만을 그리면서 정교하게 소송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오는 2017년부터는 전 세계 77개국과 역외금융정보네트워크를 연결해 상대국 거주자의 금융정보와 소득정보를 교환할 예정으로 있다. 따라서 국세청은 더 이상 역외(域外)에 소득과 재산을 은닉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발붙일 곳이 사실상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세청 비록 5편]이 11월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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