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장보원 세무사)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세무조사란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해 질문하거나 해당 장부나 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활동을 말한다.
일단 세무서에서 무엇을 달라고 하고 확인을 요청하면 그게 바로 세무조사이다. 일이 더 커져서 세무조사팀이 방문조사를 나오면 통상 “세무조사 나왔다”라고 표현한다. 대기업의 경우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해서 4~5년 간격으로 각 지방 국세청 세무조사팀에서 방문조사 또는 예치조사를 나온다.
예치조사란 사업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대표자의 승인 하에 회사의 자료일체를 수거하고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방식으로 컴퓨터 파일 및 메일서버 파일을 다운로드해 과세관청으로 가져가 조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기업의 경우, 세무 담당자가 세무조사에 익숙하고 정기 세무조사 전에 여러 방식으로 자기검증을 하기 때문에 뻔히 드러나는 탈세는 거의 없다. 그래서 대기업의 경우, 세무조사팀이 조사 결정을 한 뒤에도 납세자가 불복청구하는 일이 많고 승소 확률도 꽤 높은 편이다.
이와는 달리 중소기업은 4~5년 간격으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 연간 약 5천여 중소기업이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세무조사를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중소기업이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다음 항목에 해당할 때이다.
① 탈루 혐의가 있는 업종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
② 탈세 제보가 들어온 경우
③ 의심 금융거래가 통보된 경우
④ 기타 각종 소명 의뢰를 무시하거나 불성실하게 대처한 경우
세무조사의 주된 이슈 ‘과다경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세무조사에서 주된 이슈가 되는 조사항목이 있다. 바로 매출 누락과 가공경비, 이와 연결된 가수금, 가지급금, 거짓 세금계산서, 역외탈세, 특수관계인을 통한 부당한 행위와 계산, 법인의 임원·지배주주에 대한 과다 경비이다.
매출 누락과 가공경비, 이와 연결된 가수금, 가지급금, 거짓 세금계산서는 주로 중소기업에서 문제가 된다. 중소기업은 세무조사 확률이 낮은 것을 악용해 종종 실물거래를 하고도 매출을 누락하거나 가공경비를 넣어서 세금을 탈루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현금거래를 유도하면서 매출을 누락하는 것은 흔한 사례이며, 거짓세금계산서(매입 자료)를 받아 가공경비를 계상하는 일도 있다. 거짓세금계산서의 발행은 도소매업체와 같이 사업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상대하는 업종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소비자에게 무자료로 물건을 판 금액만큼 매출 자료가 남기 때문에 거짓 세금계산서가 필요한 사업자에게 돈을 받고 불법적으로 발행해주는 것이다.
매출 누락과 가공경비, 이와 연결된 가수금, 가지급금은 해당 거래의 결제가 법인통장으로 오갈 때 회사 장부에 흔적을 남긴다. 매출을 하고 매출대금이 법인통장으로 들어왔는데 매출을 누락하려니 매출 항목 대신 법인 대표자로부터 받은 돈(가수금)이라고 회계 처리한 후 대표자에게 인출해 주는 것이다.
보통예금 100 / 매출액 100 → 보통예금 100 / 가수금(대표자) 100 |
그러면 가공경비는 어떻게 흔적이 남을까? 예를 들어 살펴보자. 거래처 갑(甲)과 거래처을(乙)이 있는데, 갑이 을에게서 상품을 매입한다. 이때 거래처 갑이 경비를 부풀리기 위해 실제 매입(100)보다 더 많은 매입 자료(200)를 발행해달라고 거래처 을에게 요구한다. 하지만 결제는 실제 매입만큼 해주기 때문에 그 차액(100)이 거래처 을의 대표자 가지급금으로 남게 된다.
보통예금 100 / 외상매출금 100 → 보통예금 100/ 외상매출금 200 가지급금(대표자) 100 |
그런데 매출 누락과 가공경비의 거래를 현금으로 하면 과세관청이 찾아내지 못할까?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실물거래를 추적하거나 대표자 또는 특수관계인의 개인통장에서 그 흔적을 찾아내기도 한다.
금융기관은 이러한 의심거래내역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하고, 세금 탈루와 관련되었을 경우에는 국세청으로 자료가 넘어가 세무조사 자료로 활용된다.
그런데 중소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에서는 매출 누락과 가공경비, 이와 연결된 가수금, 가지급금, 거짓 세금계산서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은 회계감사를 받기도 하고 법인 대표자의 횡령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므로 눈에 드러나게 탈세를 저지르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가공자산이나 역외탈세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일은 있다. 대기업은 부동산이나 공장, 기계설비 등 대규모의 자산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고, 자산투자를 할 때는 여러 업체에 의뢰해 자산을 만든다. 그런 가운데 특정 업체를 경유해 자산을 부풀리고 그 대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앞서 경비를 부풀린 거래처 갑의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조세 회피처 국가에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를 만들어 자신의 회사와 상거래를 한 것처럼 꾸민 뒤, 국내에서는 해외결제금액 상당액을 세무상 경비 처리해 탈세하고 해외결제금액은 빼돌려 개인이 착복하는 이른바 ‘역외탈세’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big data) 시대에 탈세를 숨기기는 어렵다. 국가 간 공조로 해외금융계좌 정보가 교류되고 있어서 역외탈세와 연루되면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까지 탈탈 털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밖에도 대기업은 사주(社主)들의 영향력이 지대해 저가 양도, 고가 양수 방식 등으로 기업과 사주 일가가 부당한 거래를 통해 사주에게 이익을 분여(分與)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부당행위계산이라고 하는데, 탈세를 동반한 불법적 비자금 형성과는 달리 사법상의 거래가 합법적이면 부당행위계산으로 누락된 세금만 추징한다. 이를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라고 한다.
또한 대기업의 임원, 특히 지배주주에 대한 과다경비도 세무조사에서 이슈가 된다. 대기업의 임원들이 급여, 상여, 퇴직금을 부풀려서 가져가거나 사주 일가가 여비교통비, 교육훈련비 명목으로 법인에서 가져간 돈, 사외이사 명의로 부당하게 많은 급여를 가져간 사실을 찾아서 세무상 경비에서 부인해 세금을 추징한다.
세무조사 말미에는 접대비를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어떤 비용으로 어떻게 회계처리를 했든 관계 없이 거래 상대방이 불분명한 지출 항목을 찾아 그 비용이 개인 유용자금이면 상여처리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추징하며, 회사 사용자금이면 접대비로 보아 접대비 한도초과분의 법인세를 추징한다.
※본 칼럼의 내용은 장보원 세무사의 저서 ‘절세노하우 100문100답(도서출판 평단)’에서 발췌, 수정한 것입니다.
[프로필] 장보원 한국세무사고시회 연구부회장, 한국지방세협회 부회장
• 법원행정처 전문위원
• 서울시 지방세심의의원
• 한국지방세연구원 쟁송사무 자문위원
• 중소기업중앙회 본부 세무자문위원
• 서울시 마을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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