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서울 시내 한 공립 초등학교가 80년 동안 부당하게 땅을 차지해왔다며 토지 소유주의 유족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서울시가 A씨(1965년 사망)의 유가족을 상대로 낸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에서 서울시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가 생전에 갖고 있던 경기도 광주군(현재는 서울 송파구 소재)의 밭 9천332㎡(2천823평) 가운데 일부는 1942년 11월부터 한 공립 초등학교 부지로 쓰였다. 해당 부지는 1950년께 시작된 농지 분배 절차를 통해 학교 몫이 됐다.
서울시는 1964년 A씨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을 제기한다. 서울시는 A씨가 1942년 초등학교 부지를 서울시에 증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재판 중 세상을 떠났고, 1심 재판부는 공시송달(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것) 방식으로 절차를 끝낸 뒤 서울시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는 판결에 따라 초등학교 부지의 소유권 등기를 마쳤다.
A씨 유족은 55년이 지난 2020년 서울시가 땅을 부당하게 가져갔다며 항소장을 냈고 결과는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1942년 토지 증여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서울시가 그 땅을 소유할 목적으로 점유했다고 추정할 수도 없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민법은 어떤 사람이 소유의 의사를 갖고 평온하고 공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기간이 20년이 되면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한다.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를 했는데 설령 그 등기가 잘못된 것이라 해도 10년 동안 과실 없이 점유했다면 소유권을 인정한다.
현재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 점유권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점유자가 소유 의사를 갖고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해야 하고, 이런 법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을 점유한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본다. 점유를 시작할 당시 공공재산 취득 절차를 거쳐 소유권을 적법하게 얻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무단점유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국가가 A씨 소유였던 토지를 취득 시효까지 점유했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서울시가 토지 소유권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A씨 땅 위에 1942년 들어선 초등학교는 한 공공단체가 만들었고, 이후 교육자치법에 따라 서울시 관할이 됐다. 기록을 보면 학교 교장은 서울시가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인 1963년 "A씨에게서 땅을 기부받았다"는 재산조사서를 작성했다.
대법원은 애초에 초등학교를 관리했던 공공단체가 토지 등기를 하지 않았지만 당시는 민법이 제정되기 전이었고, 서울시가 이후 민법에 따라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A씨나 상속인들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지 사용료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 사정에 비춰보면 서울시는 초등학교 부지를 A씨로부터 증여받아 점유하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이고 소유권을 취득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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