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현행법상 금지되는 유사수신행위(불법 금융업 등) 사업자와 투자·배당 등 계약을 맺었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해서는 안 된다'는 첫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사의 회생관리인이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A사는 부동산 투자업체를 표방하면서 허가 없이 투자금을 모으고 '돌려막기' 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불법 영업을 했다. B씨는 2018년 6월 A사에 3천만원을 맡긴 대가로 1년간 배당금 580만원을 받았다.
이런 불법 영업이 적발됨에 따라 A사를 운영하던 부부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이 각각 확정됐다. A사는 2021년 8월부터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A사의 회생관리인은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며 2022년 9월 소송을 냈다. 유사수신행위가 불법이므로 투자 약정도 무효이고, 따라서 약정에 따라 얻은 배당금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A사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재판의 쟁점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유사수신행위법 3조의 법적 성격이었다.
이 조항이 불법 행위를 처벌하고 나아가 그 효력까지 무효로 하는 '효력 규정'이라고 해석할 경우, B씨의 투자 계약은 무효이므로 배당금을 돌려줘야 한다.
반면 3조를 불법 행위를 처벌하되 그 효력은 인정하는 '단속 규정'으로 본다면 B씨의 계약 자체는 유효해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단속 규정으로 해석하고, 이에 따라 맺어진 계약은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효력규정으로 봐 이를 위반한 법률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선의의 거래 상대방을 오히려 불리하게 함으로써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실질적으로 반할 수 있고, 계약의 유효성을 신뢰한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사수신행위법의) 입법 목적은 행정적 규제나 형사처벌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고,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사법(私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만 비로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불법 금융업에 의한 피해가 늘고 있으나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하급심 법원의 판단은 계속 엇갈렸다. 3조의 해석에 관해 대법원이 명시적 판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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