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은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고(민법 제554조), 사인증여는 증여 중에서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증여나 사인증여는 그 효력의 발생시기만 다를 뿐 증여자의 의사표시와 상대방의 승낙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인 것이다. 반면 유증은 유언을 통해 재산상 이익을 수유자에게 무상으로 증여하는 행위로, 수유자의 승낙이 필요없는 단독행위이다.
포괄적 사인증여나 포괄적 유증의 경우 사후에 모든 재산이 수증자에게 이전한다는 점에서는 효과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나, 포괄적 사인증여가 계약인 반면, 포괄적 유증은 단독행위로 가능한 점, 포괄적 유증이 단독행위이긴 하나 유증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유언에 엄격한 요건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다른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증의 엄격성 때문에 포괄적 사인증여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사안의 경우, A가 B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다음 등기를 이전받기 이전에 이를 C에게 포괄적 사인증여(A와 C 사이에 A가 사망할 경우 A의 재산 전부를 C에게 증여하기로 한 계약)를 하였는데, 이후 A가 사망을 하자 C가 B에게 사인증여에 따라 부동산에 대한 등기이전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 사안에서 과연 C의 청구는 인용될 수 있을까….
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다37714 판결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민법 제562조가 사인증여에 관하여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이를 근거로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78조가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고 해석하면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상속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포괄적 사인증여는 낙성‧불요식의 증여계약의 일종이고, 포괄적 유증은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단독행위이며, 방식을 위배한 포괄적 유증은 대부분 포괄적 사인증여로 보여질 것인바, 포괄적 사인증여에 민법 제1078조가 준용된다면 양자의 효과는 같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포괄적 유증에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요식행위로 규정한 조항들은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법 제1078조가 포괄적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하는 것은 사인증여의 성질에 반한다고 할 것이어서 준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원고가 토지 매수인으로부터 포괄적인 사인증여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증여자에게 사인증여 계약상의 의무이행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를 청구할 수 있을 뿐 직접 매도인에게 매매를 원인으로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위 사안의 경우 C는 증여자인 A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사인증여계약상의 의무이행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를 청구할 수 있을 뿐, 직접 B를 상대로는 등기이전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매도인을 상대로 직접 등기이전을 청구할 수 있느냐,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받은 다음 매도인에게 등기이전을 청구할 수 있느냐의 절차상 차이만 있을 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결론적으로 C에게 등기가 이전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만약 위 사안에서 C가 A로부터 포괄적 사인증여가 아닌 포괄적 유증을 받았다면 민법 제187조에 의하여 법률상 당연히 유증받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어 C는 직접 매도인을 상대로 부동산에 대한 등기이전청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태아에게도 사인증여가 가능할까…
그렇다면 이와 같은 사인증여를 태아에게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한 판례는 아직 없지만, 생전증여에 관하여 “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 간의 계약으로서 수증자의 승낙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태아에 대한 증여에 있어서도 태아의 수증행위가 필요한 것인바, 개별적으로 태아의 권리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권리능력은 태아인 동안에는 없고, 살아서 출생하면 문제 된 사건의 시기까지 소급하여 그 때에 출생한 것과 같이 법률상 간주되는 것이므로, 태아인 동안에는 법정대리인이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법정대리인에 의한 수증행위도 불가능한 것이어서 증여와 같은 쌍방행위가 아닌, 손해배상청구권의 취득이나 상속 또는 유증의 경우를 유추하여 태아의 수증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한 판례(대법원 1982. 2. 9. 선고 81다534 판결)가 있다.
이는 태아의 경우 살아서 출생해야 비로소 소급적으로 권리능력이 인정되는데, 태아인 동안에는 태아를 대리하여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법정대리인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결 론
살펴본 바와 같이 포괄적 사인증여만으로는 사인증여받은 부동산에 대하여 당연히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민법이 포괄적 유증에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요식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포괄적 유증의 효과와 사인 간의 계약에 불과한 포괄적 사인증여계약의 효과를 달리 보는 것은 지극히 타당해 보인다.
또한 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의 계약으로서, 수증자의 승낙행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태아의 승낙행위가 불가능한 점, 태아인 동안에는 법정대리인이 없다는 점에서 태아에 대한 사인증여도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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