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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회사의 권고사직 통해 사직서 제출한 행위 ‘부당해고’일까?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법률행위에는 사용자의 해고, 근로자의 사직 그리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해지가 있다. 근로자의 사직(임의퇴직)이나 합의해지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의 경우에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므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와 달리 원칙적으로 노동법적 보호의 필요성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직이나 합의해지에 의해 근로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 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행한 근로관계 소멸의 통지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므로 이를 해고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용자의 해고행위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법률이나 판례가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어야 하며 절차법적으로도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만 적법하게 해고할 수 있다. 그리고 법률과 판례가 엄격하게 규제를 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의 해고행위에 대해서는 그 무효를 다투는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사용자로서는 명시적으로 해고를 하기보다는 근로자가 스스로 사직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력을 가하여 사직하도록 하는 것이 법적인 규율을 피하는 방법이자 분쟁을 회피하는 방법인 것이다. 여기에서 근로자로 하여금 스스로 퇴직을 요구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권고사직이라 하는데, 사용자의 권고사직을 받고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여 회사가 이를 수리한 경우 이를 부당해고로 보아 해고무효소송 등으로 다툴 수 있을까.

 

진의 아닌 의사표시의 ‘진의’

 

민법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있지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107 ①). 즉 사용자가 근로자가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였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근로자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무효인 것이다.

 

여기에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즉, 법원은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하여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행위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보는 반면,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해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결과 사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경우에 비진의의사표시를 인정하지 않고 해고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법원의 판단]

 

우선 법원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비진의로서 무효로 본 경우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기 위하여 형식상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대판 1988. 5. 10, 87다카2578), 사업의 양도‧합병‧조직변경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이 회사방침에 따라 퇴직금을 받고 일괄사퇴한 경우(대판 1999. 6. 11, 98다18353), 사용자가 근로자들로부터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제출받아 그 중 일부를 선별적으로 수리한 경우(대판 1991. 7. 12, 90다11554; 대판 1993. 5. 25, 91다41750; 대판 1994. 4. 29, 93누16185 등)가 있다.

 

또한 최근에는 수사 중인 대표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거나 제보를 주동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가 이를 수리한 행위에 대하여는 사직서를 작성하기 전에 사직을 고려한 적이 있었다거나 사직을 고려할 만한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는 점 등을 증명할 증거가 없고 결백을 증명하는 용도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한 점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편, 비진의 의사표시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는 조직개편에 따라 우선순위로 정리해고될 것을 예상하거나(서울행정 2000. 11. 3, 99구36217), 향후 예상되는 인사상 불이익과 명예퇴직 위로금 등 금전상의 이익을 고려했거나(서울행정 2000. 11. 21, 99구15784), 그 당시의 경제상황, 회사의 구조조정계획, 회사가 제시하는 희망퇴직 조건,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에 있어서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결과 사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경우에 비진의의사표시를 인정하지 않았다(대판 2001. 1. 19, 2000다51919.51926; 대판 2003. 4. 22, 2002다65066; 대판 2003. 4. 11, 2002다60528).

 

결국 근로자가 사용자의 사직 종용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그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인지 비진의인지 여부는 ‘사직서의 기재 내용, 사직서 작성. 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전후의 사정, 사직서 제출과 관련하여 근로자가 취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별로 판단해야 할 것인데, 무엇보다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대한 입증은 근로자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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