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600억원대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나, 사고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해야 할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 역시 미흡했던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우리은행을 비롯 최근 금융권에서 대규모 횡령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금융권 대상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26일 우리은행에서 2012년 6월에서 2020년 6월 사이 총 697억3000만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 지난 4월28일부터 6월30일까지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 10년간 기업개선부서 근무, OTP‧직인 직접 관리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A씨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B사 출자전환 주식과 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을 2012년 6월에서 2020년 6월 중 총 8회에 걸쳐 약 687억3000만원을 횡령했다.
A씨는 2011년 11월17일부터 2022년 4월27일까지 약 1년을 제외하곤 약 10년간 기업개선부에 근무했다.
금감원이 현장검사 결과 파악한 우리은행 횡령사고 경위 타임라인을 짚어봤다.
먼저 A씨는 B사 출자전환주식을 횡령했다. 2012년 6월4일 출자전환주식 관리를 담당하던 중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관리시스템에서 B사 주식(약 43만주) 출고를 요청한 후 팀장이 공석일 때 OTP를 도용해 무단결재하고 B사 주식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23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OTP보관 부서금고를 관리하는 일을 담당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으며, 한국예탁결제원을 방문해 실물 수령한 뒤 동생 증권계좌로 입고했다. 이후 2012년 11월9일 A씨는 무단인출한 주식 해당분을 매입 후 재입고해 횡령사실을 은폐했다. 여기에는 2012년 10월12일 횡령한 자금(173억3000만원) 중 일부가 사용됐다.
A씨는 다음으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몰취계약금을 횡령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지분 매각 진행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을 관리하던 중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관련 공‧사문서를 위조해 출금결재를 받는 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약 614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이때 횡령금 614억5000만원은 몰취한 계약금 678억원, 기간 발생이자가 36억5000억원이 합쳐진 금액이다.
A씨는 대우일렉트로닉스 공장 매각 몰취계약금도 횡령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추진 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몰취 계약금 73억원 중 각종 비용을 제외한 56억원)과 환급금(인천공장 관련 종부세 환급금 9000만원과 공장부지 내 국유지 사용료 환급금 8000만원) 등 총 57억7000만원을 예치기관에 출금요청 허위공문을 발송해 지급받았고, 2016년 6월 대우일렉트로닉스 1차례 계약 무산 후 다른 회사와 매각계약이 체결, 매각완료된 시점에 실제 매각한 자금 중 주요 채권자에 배분하고 남은 소액 채권자 몫 등(1억6000만원)을 동생명의 회사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총 4차례에 걸쳐 약 59억3000만원 횡령했다.
◇ 정식결재 없이도 예금 횡령…이게 정말 가능하다고?
금감원은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총 8가지로 꼽아 조목조목 설명했따. A씨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긴 하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 부서에서 8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데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인사관리 문제다. A씨가 10년 인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고 이 기간 중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으며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 기간 중에는 파견 허위보고 후 무단결근한 사실도 적발됐다.
공문관리 문제다. 은행의 대외 수‧발신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 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A씨의 대외 수‧발신공문 은폐 또는 위조가 가능했다.
통장‧직인관리 문제다.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아 A씨가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했고 이에 따라 A씨가 정식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예금을 횡령하는게 가능했다.
문서관리 문제다. A씨가 8차례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재문서였고 전산등록도 하지 않아 결재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결재전 사전확인이나 사후점검이 이뤄지지 못했다.
직인날인 관리 문제다. 출금전표, 대외발송공문의 내용이 결재 문서 내용과 상이했음에도 그대로 직인이 날인돼 횡령사고를 발견하지 못했다.
출자전환주식 관리 문제다. 출자전환주식 출고신청자 및 결재 OTP관리자가 분리되지 않고 A씨가 동시에 담당해 무단인출이 가능했다.
자점감사 문제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몰취계약금이 예치된 은행 자행명의 통장 잔액의 변동상황이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출자전환 주식의 실재 여부에 대한 부서 내 자점감사가 실시된 바 없었다.
이상거래 모니터링 문제다. 본부부서 자행병의 통장의 거액 입출금 거래가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적발이 되지 않았다.
◇ 내부통제 TF 꾸리겠다는 금융당국
금감원은 현장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법률검토를 거쳐 A씨는 물론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은행권 등 금융권에서 이같이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금감원 공동 TF를 구성해 운영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예방을 위해 금융감독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경영실태 평가시 사고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비중 확대 등을 실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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