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경남은행에서 56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권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에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규모는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사고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경남은행에서 15년간 같은 업무를 담당한 부장급 직원이 수년간 위조 등을 통해 56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돌리는 동안 경남은행 측이 해당 내용을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 이미지 훼손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의 보고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했고, 지난 1일 직원 A(50)씨가 총 562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찾아냈다. 경남은행 자체 조사에서는 77억9000만원 규모의 횡령이 확인됐는데, 금감원 현장검사를 통해 484억원 규모의 횡령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심지어 경남은행이 해당 직원의 횡령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도 해당 직원이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 발단이 됐다.
◇ 이게 되네?…가족 등 제3좌 계좌로 PF상환금 이체
이번에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사고는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했던 700억원대 횡령사고와 닮은점이 있다.
바로 특정부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사고를 저지른 직원도 10년 동안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며 횡령을 저질렀다.
경남은행의 A씨 또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했던 부동산투자금융부 부장인 것으로 확인된다. A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간 같은 업무를 맡아왔다.
시간 순서대로 A씨가 횡령을 저지른 내용을 정리해보면, 가장 먼저 A씨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부실화된 169억원 상당의 PF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원리금을 사고자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을 통해 77억9000만원을 빼돌렸다.
이 중 29억1000만원은 상환 처리하면서 실제 미상환 피해액은 48억8000만원으로 추산된다.
가족 계좌에 78억원을 몰래 보냈는데도 적발되지 않자, 이후 A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아예 시행사처럼 서류를 꾸미고 326억원을 대출받은 후 가족 회사에 이체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처리하지 않고, 자신이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혐의도 있다.
경남은행은 A씨가 지난 6월 다른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뒤늦게 자체 검사에 착수했다.
그마저도 횡령액 78억원만 파악했고, 나머지 횡령금은 금감원 현장 검사에서 드러났다.
◇ 15년간 PF 대출업무 맡아…내부에선 ‘유능한 직원’이란 평가도
A씨가 무려 7년간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릴 수 있었던 것은 15년간 PF 대출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씨는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금융당국이 각 은행에 순환 근무제 도입을 권고한 후 올해 1월 창원 본점에 있는 투자금융기획부로 부서가 바뀌었다.
그마저도 하던 업무는 그대로 유지됐다. 동일 본부 및 업무였지만 오피스만 백(송금‧사후관리)에서 프론트(심성‧심사)로 바뀐 셈이었다.
A씨는 근무기간 동안 내부적으로 부동산 PF분야 전문가로 통했으며 특히 성과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지난해 우리은행에 이어 올해 경남은행에서 대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고를 일으킨 직원들이 맡았던 업무 모두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보니 장기근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론 횡령사고라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자체 검사에서 횡령사고 사실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은행 내부통제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검찰과 금융당국은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등 내부통제 문제가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단독 범행인지 조력자가 있는지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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