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614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이와 같은 금전 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전 은행에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만 금감원이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던 기간 중 11번이나 검사를 실시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감원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모든 은행에 내부통제 전반에 대해 자체 점검을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직원이 614억원을 횡령한 사건과 관련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은행에서도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오후 6시15분께 우리은행은 기업개선 업무를 담당하던 차장급 직원 A씨의 횡령 혐의를 포착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로부터 약 네시간이 흐른 뒤 A씨가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자수했고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약 600억원을 개인 계좌로 인출했다. 횡령에 사용된 개인 계좌는 2018년 마지막으로 인출이 이뤄진 직후 해제됐다.
금감원은 A씨가 경찰에 체포된 다음날인 28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 검사팀을 파견했다. 이후 현재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 인력은 기존 4명에서 데이터 추적 복구 전문가 등을 포함시킨 7~8명으로 늘어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A씨가 우리은행 회삿돈을 횡령하는 기간 동안 11번이나 검사를 실시했으나, 이같은 정황을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사건이 벌어진 2012년부터 2018년 사이 우리은행에 대해 일반은행검사국, 기획검사국, 은행리스크업무실, 외환감독국, 금융서비스개선국, 연금금융실 등이 동원돼 총 11차례 종합 및 부문 검사를 했다.
해당 기간 중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부동산개발금융(PF 대출) 심사 소홀로 인한 부실 초래, 금융실명거래 확인 의무 위반 등만 적발했다. 게다가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종합감사 실시중에도 이번 사안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금감원 검사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여러 내부통제 부실과 부당거래 등이 드러났지만,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무려 614억원이 인출된 정황은 감시망에서 걸러내지 못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금감원의 친시장적 감독 방향이 역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라며 “수년간 수백억원을 횡령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우리은행이 경찰에 신고하고, 당사자(A씨)가 자수하고 나서야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들여다 본다고 한다. 당국의 감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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