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일)

  • 맑음동두천 10.3℃
  • 맑음강릉 13.6℃
  • 맑음서울 10.8℃
  • 맑음대전 11.5℃
  • 구름조금대구 12.3℃
  • 구름많음울산 12.9℃
  • 구름많음광주 12.2℃
  • 구름조금부산 15.4℃
  • 맑음고창 12.4℃
  • 제주 11.7℃
  • 맑음강화 10.2℃
  • 맑음보은 10.9℃
  • 구름조금금산 11.5℃
  • 구름많음강진군 14.2℃
  • 구름조금경주시 13.2℃
  • 구름조금거제 14.5℃
기상청 제공

[예규·판례] 빚쟁이가 대손처리 했다고 다짜고짜 증여세 과세?

조세심판원, 피상속인 빚 대손처리 회계처리에 무조건 증여세 물린 국세청에 제동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물려준 재산과 빚을 빠짐 없이 국세청에 신고했는데, 빚쟁이 대부업체가 해당 빚을 못받은 걸로 간주(대손처리) 해버리는 바람에 세금을 더 낼 뻔한 납세자가 조세불복으로 증여세 추징을 면했다.

 

이 납세자가 대부업체에 진 빚을 '부채 사후관리 대상'으로 지정관리해 왔던 국세청이 해당 빚을 못받는 것으로 대손처리로 회계처리한 대부업체 회계장부만 보고 탕감받은 빚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려다가 실패한 사례다.

 

조세심판원은 “피상속인이 물려준 빚을 해당 채권자가 대손처리한 날에 면제 받은 것으로 봐 쟁점 채무에 대한 ‘채무면제이익’에 따른 증여세를 부과한 국세청의 처분은 ‘민법’과 ‘국세기본법’ 등에 비춰 적절한 과세로 볼 수 없어 과세 취소 결정했다”면서 해당 심판결정례(조심 2023중7227, 2023.09.18)를 16일 공개했다.

 

조세심판원은 “채권자가 문제의 채무를 대손금으로 회계처리한 사실 외에 채무자 청구인에게 명시적·묵시적으로 채무면제의 의사표시를 했음을 국세청이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회계처리일에 채무면제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배우자 B씨가 지난 2012년 9월3일 사망하자 상속세 대상 재산가액과 물려받은 빚(상속채무) 등 공제금액을 계산해 상속세 과세가액을 산출, 이듬해인 2013년 3월31일 상속세 신고를 제대로 마쳤다.

 

상속채무에는 K대부업체로부터 빌린 채무 등 사채, 금융회사 대출도 포함돼 있었다.

 

S지방국세청은 2013년 8월12일부터 2014년 3월29일까지 A씨에 대한 상속세 세무조사를 벌여, K대부업체로부터 빌린 채무 등을 ‘부채 사후관리 대상’으로 지정, 관할 세무서가 그대로 관리해 왔다.

 

그런데 S지방국세청이 지난 2022년 10월 상속채무에 대한 부채 사후관리를 살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세청은 K대부업체가 2012년말일부로 ‘사망’을 사유로 B씨에 대한 채권을 대손처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상속인 A씨가 채무면제이익을 얻은 것으로 봤다. 이에 지난 2월16일 A씨에게 2012년 12월31일 증여분 증여세를 결정, 고지했다.

 

A씨는 이에 불복, 법에서 정한대로 국세청에 이의신청을 거쳐 지난 3월7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심판원은 채무자측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K대부업체 회계처리 사실을 몰랐고 소멸시효도 남아 있어 추후 갚을 수도 있었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탕감받은데 따른 추가 이익(채무면제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판단이었다.

 

심판원은 이와 함께 “앞서 국세청 스스로가 K대부업체 빚을 공제 대상 채무로 인정했고, K대부업체가 회계처리 시점 이후에도 채무면제 의사표기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면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면제 의사표시를 했음을 입증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춰 채무면제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채무 면제의 요건과 효과를 정의한 현행 ‘민법’ 제506조에 따르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를 표시한 때 채권은 소멸하지만, ‘면제받아 이익을 가진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여기서 ‘면제받아 이익을 가진 제3자’가 국세청이다.

 

민법 조문에 따르면 당연히 국세청은 A씨로부터 증여세를 추징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국세청 과세 과정이 ‘과세가 반드시 문서 등 증빙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신의성실의 원칙)’는 취지의 ’국세기본법’ 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국세청이 K대부업체로부터 유선으로 ‘쟁점금액(B씨의 채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부채 사후관리 검토보고서’에 나타난 점을 눈여겨 봤다.

 

한편 한국은 행정 행위에 대한 불복이 많은 특허나 조세 등의 분야에 대해 ‘행정심판 전치주의’에 따른 행정심판을 거쳐야만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고 있다.

 

조세심판청구 결과는 각하와 기각, 인용, 재조사 결정으로 구분된다. ‘인용’ 결정은 (과세) 취소나 결정, 기타 필요한 처분 등이 포함된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아이 낳고 싶지 않은 여성이 대부분인 나라
(조세금융신문=이상현 편집국 부국장) 1년 가까이 저출생 문제를 장기 취재하면서 줄곧 든 생각이 한국의 미디어 환경이다. 방송카메라는 온종일 독신 유명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 연예인 가족의 일상을 샅샅이 훑는다. 시청자들은 간간이 미소 짓고, 자주 한숨 짓는다. 저소득 노동자들의 일상은 대략 비슷하다. 택배상자를 뜯어 찰나의 소소한 행복감에 젖고, 대기업의 반제품 요리재료꾸러미(meal kit) 포장을 뜯어 백종원의 지침대로 요리도 해먹는다. 다국적 미디어 플랫폼 N사의 영화를 보다가 잠든다. 침대에 누워 SNS를 뒤적일 시간도 사실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그저 그런, 그냥 일상의 연속이다. 바다가 보이는 별장에서 진짜 정성을 기울여 만든 요리를 함께 모여 먹는 장면을 보면서 컵라면을 먹는다. 1인당 입장료가 15만원인 호텔 수영장에서 아이와 신나게 물장난을 치는 장면을 보면서 한숨을 쉰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 값이 850만원짜리라는 걸 결혼한 친구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한숨은 잠시 분노 섞인 탄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TV나 유투브를 보는 동안 내 인생과 연예인의 인생은 그럭저럭 공존한다. 폼나는 부분은 연예인 인생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궁색하고 구질
[인터뷰] 인성회계법인 이종헌 회계사 “세무회계 전문가, AI활용으로 더욱 고도화된 역할 감당해야”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지난 8월 26일 홀리데이인 인천송도 호텔에서는 ‘2024 인천지방세무사회 회직자 워크숍’이 열렸다. 상생과 화합을 다짐하는 이 자리에서는 ‘회직자가 알아야 할 회무 관련 규정’, ‘온라인 전자투표’ ‘GPT를 활용한 전문직의 미래’ 등의 다양한 주제 발표도 이어졌다. 이날 취재를 하면서 생성형 AI를 대표하는 ChatGPT 등을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또 다른 미래가 다가올까에 관심이 더해졌다. 이날 ‘GPT를 활용한 전문직의 미래’ 강의는 인성회계법인 이종헌 회계사가 맡았다.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AskUp(아숙업)이다. 카카오톡 채널인 아숙업을 통해 ChatGPT 무료 버전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필자도 바로 채널을 추가해서 활용해 봤다. 변화하는 세상이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이종헌 회계사를 만나 워크숍 참석한 세무사들의 반응과 함께 세무회계 전문가들이 앞으로 어떻게 AI를 대비하는 게 좋을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강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많은 세무사가 AI, 특히 GPT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셨어요. 질의응답 시간에는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