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상가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건물을 계속 사용했다면 세입자는 사용 기간에 해당하는 월세만 내면 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건물 주인은 임차인이 건물을 무단 사용했으므로 시세대로 다시 계산한 월 임대료를 부당이득금 명목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9일 A사가 건물주 김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최근 2심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A사가 입주한 상가 건물을 2020년 4월 사들였다. 그러면서 A사가 전 주인과 맺은 임대차 계약을 보증금 4천200만원, 월세 420만원 조건으로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연장된 계약은 2020년 11월 1일부터 2021년 10월 31일까지였다.
이후 A사가 계약 갱신을 요구했으나 김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거절하면서 분쟁이 생겼다. A사는 2022년 2월 28일까지 건물을 사용하다 퇴거했으나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A사는 그해 5월 김씨를 상대로 남은 보증금을 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A사가 계약 종료 이후 건물을 사용한 4개월간의 월세를 얼마로 보느냐가 쟁점이 됐다. 보증금에서 그만큼을 뺀 만큼만 A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A사는 계약으로 정한 월 420만원을 4개월분 월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증금에서 미지급분을 뺀 3천700여만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김씨는 A사가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에도 건물을 무단 사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계약과 무관하게 시세를 기준으로 월세를 다시 산출해야 한다.
1·2심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세에 따라 월 1천300여만원으로 계산한 4개월분 월세를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상가임대차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다시 재판하도록 돌려보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났더라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상가임대차법 9조 2항이 근거가 됐다.
이 조항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퇴거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 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며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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