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늘(22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최근 뛰는 집값과 가계대출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서둘러 내리기보다 현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한은 설립 이래 가장 긴 연속 동결 기록이다.
앞서 7월 동결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준비할 상황"이라며 피벗(통화정책 전환) 논의 개시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당장 이날 기준금리를 낮추기에는 무엇보다 부동산·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 이후 은행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려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천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천795억원 더 불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금리를 한은이 섣불리 인하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 등 부정적 효과가 소비 회복 등 긍정적 효과보다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금리 결정 요소 가운데 물가의 비중은 줄고 반대로 가계부채, 주택가격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며 "여러 지표상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불안하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정책의 제1 관리 목표인 물가도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2.4%에서 7월 2.6%로 반등한 데다 향후 중동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 폭염 속 작황 부진 등의 불안 요소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벗의 물가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공공요금 인상 폭을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의 물가 안정 경로가 이탈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구나 피벗의 또 다른 걸림돌이었던 원/달러 환율 역시 9월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한국과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등으로 최근 1,32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전문가와 시장은 금통위가 집값과 가계부채 때문에 다수결로 다시 기준금리를 묶더라도, 금통위원 한두명은 소수의견으로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도 내놓는다. 1분기 깜짝 성장(전분기대비 1.3%)을 반영해 지난 5월 올해 연간 성장률 예상치를 2.1%에서 2.5%로 크게 올려잡은 한은이 2분기 역성장(-0.2%)을 근거로 다시 조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과 반도체 등 수출 호조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성장률이 소폭 하향 조정되거나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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