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오늘(25일)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인 1.75%p도 다음 달까지 이어지게 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월과 4월에 이어 5월 금통위에서도 동결한 것은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번 동결 결정에 시장은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 동결기를 시작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까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치솟는 물가를 누르고, 불어난 가계부채로 인해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맞춰 7회 연속, 전례 없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행은 올해 1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총 3.0%p 인상했고 지난 2월부터 금리 인상 기조를 멈췄다.
◇ 고물가 안정‧경기 둔화 추세 고려
금리 동결 기조가 시작된 배경과 관련해선 일단 올해 들어 고(高)물가가 차차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1월(5.2%), 2월(4.8%), 3월(4.2%), 4월(3.7%) 등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은 연속으로 하향세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올해 2월 4.0%를 기록한 뒤 3월(3.9%), 4월(3.7%), 5월(3.5%)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한은이 무리한 금리 인상을 통해 위축된 국내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경기침체 우려는 증가했다. 경상수지가 올해 1분기 4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하며 8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기록했다.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사 중단을 시사한 점 역시 이번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FOMC 직후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최종금리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행이 한‧미 기준금리 격차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무리하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은 낮아진 셈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p 수준을 유지하게 됐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박스권에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 또한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춘다.
만약 연준도 한국은행과 같이 기준금리 인상 해진을 멈출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연내 쭉 유지된다.
다만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이 문제다. 금리 역전이 2%p까지 벌어질 경우 외국인들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 금리인하 시점 놓고 “연말” vs “시기상조”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하반기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한국은행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한은이 경기 둔화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 쪽으로 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또 다른 진영에선 연말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안정 목표인 2%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한다.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입장을 고려해 볼 땐 당장 올해 연말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엔 섣부른 상황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이 ‘상저하고’ 흐름을 띨 것이라고 예측하며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에선) 연말 경기 둔화 때문에 금리를 낮출 것이란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며 “시장이 그렇게 얘기하고 나중에 맞으면, 어떤 측면에선 한은보다 예측을 잘하신 거겠지만 한은이 가진 데이터를 봤을 땐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신중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연말까지 인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장 전문가들과, 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는 한은 사이 입장차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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