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인 3.50%로 동결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국내 가계부채 문제를 잡자니 성장 둔화를 우려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한국은행은 6번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하며 고심중이다.
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저은 금통위원 전원일치였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이번까지 총 6차례 연속 금리를 묶어둔 것이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 물가와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불안한 국내 경기 상황이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올해 2분기 직전 분기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 0.3%보다 높은 0.6%였으나, 민간소비(-0.1%) 등 세부 항목에서 수입‧수출, 투자, 정부소비 등 부문이 떨어졌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의 올해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3월 말 1853조3000억원 대비 0.5%(9조5000억원) 증가한 1862조8000억원이었다. 가계신용은 각종 대출에다 결제 전 카드 사용액을 합친 포괄적 가계 부채다. 통화 긴축에 따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까지 감소했다가 3분기 만에 다시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환율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 7월 말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 수준인 2.0%p까지 벌어진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이 확대, 자금 유출 압박도 어느 때보다 높다.
물가도 여전히 높다.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한국은행의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등에 따라 유가가 급등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는 이유는 경기 둔화와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위험도가 높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도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공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록을 살펴보면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물가는 대체로 당초 전망 경로를 유지할 것이나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반면 금융 불균형은 확대됨에 따라 정책목표간 상충 관계가 심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다른 위원 역시 “물가는 하락 추세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부문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경기는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본격 회복 국면에는 미치지 못하고 가계부채는 증가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행 수준의 기준금리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현행 수준 동결 결정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금리를 올려 경기를 위축시킬 부담을 가져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팔 분쟁으로 인한 문제도 있는 만큼 당분간 금리 인하 또한 쉽게 결정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까지 지금과 같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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