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의 3.25%에서 3.50%로 0.25%p 올리는 ‘베이비스탭’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 3.5% 시대가 열렸으며, 사상 최초 7회 연속 금리인상 이란 새역사가 쓰여졌다.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금리를 3.50%로 0.25%p 인상했다.
이미 시장에선 한은 금통위가 이번에 ‘베이비스텝(기준금리 인상 시 한 번에 0.25%p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데다 한미간 금리격차를 고려하면 아직 통화정책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기엔 이르다는 판단이 한은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 입장에서 ‘물가’ 문제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나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5%에 머물러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목표물가로 밝힌 2%보다 아직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실제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오른 109.28이었다.
한미 간 금리격차도 긴축기조를 유지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번 금통위 결정 전 기준금리인 3.25% 기준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4.25~4.50%인 점을 감안했을 때 양국 간 금리차가 최대 1.25%p에 달한 상태였다. 22년만에 최고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최근 미국 연바준비제도(Fed,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5.1%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양국간 금리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자 전원이 올해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기도 했다.
올해 1월 지난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사상 첫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지난해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인상 시 한 번에 0.50%p 인상) 결정에 따라 1.25%p까지 벌어졌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도 일단 1.00%p로 축소된 상황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은 없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3.50%에서 끝날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추가 인상 없이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초까진 기준금리를 그대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과 연준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때까진 한은 또한 3.75%까지 2월 또는 4월 금통위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두 대립된 의견 중 어떤 것이 맞을지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이하로 꺾일지 여부와 연준이 2월 초 기준금리 인상에서 인상 폭을 베이비스텝 수준으로 줄일지 등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입장에선 한미간 금리차, 물가상승률도 고민이지만 역대급으로 늘어난 가계빚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1900조원에 육박한 가계대출이 금융 및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그야말로 정교한 정책 조합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물가나 한미 간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당장 정책 기조를 완화로 틀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막대하게 쌓인 가계부채, 부동산 리스크 등도 장기적 차원에서 꼭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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