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평가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관심이 높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들 결집체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을 의미한다. 기업이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철학이 담겼으며, 이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좌우할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앞으로도 ESG 영향력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기구 결의인 파리협약 등 이후로 각국에서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ESG 관련 공시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도 기업의 ESG 요소과 관련된 주요 리스크와 영향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연기금 등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도 ESG 지표에 따른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투자 기준으로 삼는다.
오는 2025년부터 국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ESG공시가 의무화된다. 기업들 사이 ‘ESG 시대’에 대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취재진은 국내 금융사의 ESG 경영 현황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먼저 KB금융지주부터 살펴본다. <편집자주> |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KB금융은 4대 금융 중 ESG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금융사 최초로 이사회 내 ESG경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신설했고,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금융사 최초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지속적으로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윤 회장은 지난 7월 1일 ‘2022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ESG를 핵심 경영 방침으로 꼽기도 했다.
ESG경영 활동과 관련된 윤 회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20년 3월 KB금융지주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ESG경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해당 위원회는 윤 회장을 포함해 사내외 이사 전원이 참여해 9명으로 구성된다. 금융지주 중 이사회 내 ESG를 전면 배치한건 KB금융이 처음이다.
또 윤 회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문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GFANZ는 금융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21년 4월 설립된 글로벌 연합체로 현재 세계 45개국의 450여개 금융사가 소속돼 있다.
윤 회장의 ESG 경영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KB금융은 오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탄소배출을 2030년까지 33.3%, 2040년까지 61% 감축해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다. KB금융은 이와 함께 2030년까지 ESG상품, 투자, 대출을 50조원으로 늘리고 이 중 25조원을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KB금융은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산포트폴리오 배출량은 자금을 융통해준 기업과 사업 프로젝트 등으로부터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공개한 금융회사는 ABN암로,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 등 36곳이다.
◇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속 로드맵
KB금융의 ESG 경영에 대한 로드맵은 매년 발간되는 ‘KB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이 2009년부터 발간해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2011년부터 그룹 차원으로 확대해 발간하고 있다.
올해 7월에 발간된 ‘2021 KB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다양성과 포용성, 기후변화 대응(TCFD), 지속가능한 금융 등 3가지를 핵심주제로 꼽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KB금융이 2018년 TCFD 지지기관 가입 후 권고안을 이행하고 그 결과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는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정보 공개 추진을 위해 출범한 기구다. 기후변화 관련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 4가지 영역의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산업계와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영향을 재무적으로 분석해 공시하고 있으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KB금융은 TCFD 일환으로 자산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해 2021년 10월 전 세계 금융 기관 최초로 승인을 받는 등 선도적 대응으로 기후변화 경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KB금융은 해당 보고서 내 다양성과 포용성 보고서 부문에서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고, 포용적 제도와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담았다. 또 오는 2027년까지 계층 및 성별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 ‘KB Diversity 2027’을 공개했고, 그룹의 다양성 확보 로드맵에 따른 구체적인 추진 목표와 함께 ‘다름을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지속가능한 금융 보고서 부문에서는 ESG금융상품의 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KB만의 다양한 금융활동을 소개했다. 2030년까지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를 50조원까지 확대하는 ‘Green Wave 2030’ 전략이 담겼고 친환경 대출·투자 사례와 중소기업의 ESG경영활동 지원을 위한 ‘KB ESG 컨설팅 서비스’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윤 회장은 “ESG로의 길은 미래 생존에 대한 문제”라며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지속돼야 한다. KB만의 차별화된 ESG경영 실천을 통해 전 세계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금융사 최초 전 계열사 탈석탄 선언
앞서 밝혔듯 KB금융은 2020년 9월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해당 선언문에는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방법인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위해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용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 참여를 전면 중단하고, 지속가능 투자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KB금융은 이런 측면에서 국내 주요 풍력 발전사업에 지원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KB GREEN WAVE 2030’ 전략을 통해 향후 새롭게 부상할 해상풍력산업 투자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KB국민은행이 양산원동풍력발전(37.6MW), 영광백수풍력발전(40MW), 영암풍력발전(40MW), 신광풍력발전(19.2MW), 가창풍력발전(14MW) 등 총 5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것이 그 예다.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는 화순군금성산풍력발전(51.7MW), 김천풍력발전(20MW)의 육상풍력은 물론 새만금해상풍력발전(100MW), 제주한림해상풍력발전(100MW) 등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 도 포함됐다.
KB자산운용의 경우도 전남 신안군 자은면에 29.4MW급 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하는 프로젝트인 ‘KB자은풍력발전펀드’를 추진하며 지역주민들이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주민 참여형 형태로 추진돼 지역주민과의 상생모델로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KB금융의 탈석탄 금융 선언 이전에 KB증권이 석탄발전 산업을 영위하는 ‘삼척블루파워’의 공모사채 인수를 진행했던 부분에선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KB증권은 2018년 포스코의 자회사인 ‘삼척블루파워’와 회사채 총액 인수 확약을 맺은 바 있는데 삼척블루파워는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어 지주 측 ESG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아가 ‘그린 워싱’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과 거리가 멀지만 비슷한 것처럼 홍보해 친환경 이미지로 세탁하는 행위를 뜻한다.
KB증권은 이에 대해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공모사채 인수는 지주 측 탈석탄 금융 선언이 이루어진 2020년 9월 이전부터 존재하는 기존 계약관계에 따른 것이며 탈석탄 금융 선언 이후 기존 석탄 관련 투자를 축소하고 신규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선언 이전의 계약이나 투자 건은 위 선언의 적용 대상 범위에서 제외돼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으로썬 ESG 경영 내실을 다져 그린워싱 의혹을 불식시킬 과제가 남은 셈이다.
◇ ESG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권 및 금융지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가 발행한 ESG 채권은 약 22조5천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전년과 비교하면 약 9조4000억원 규모로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의 발행 규모가 가장 많았다.
금융업계 여론을 종합하면, 현재 ESG는 금융사 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상태며 앞으로 ESG 금융 관련 실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왜 금융사들이 ESG경영을 강조하는 것일까.
금융연구원이 지난 3월 발행한 ‘국내외 ESG 투자 현황 및 건전한 투자 생태계 조성위 위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ESG 관련 지속가능투자가 이미 2006년 UN책임투자원칙 발족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3월 발행한 ‘글로벌 ESG 투자의 최근 동향과 주요 논점’ 보고서에서도 2006년 UN책임투자원칙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ESG투자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UN책임투자원칙은 투자 분석 및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이슈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개발, 환경파괴 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화된 것이다. ESG의 태동이기도 하다.
교토의정서도 ESG의 초석이 됐다. 교토의정서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 변화 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적 이행 방안이 담겼다. 의정서 서명 당시 미국은 7%, 유럽연합(EU)은 8%, 일본과 캐나다는 6%를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서명 당시 의무 대상국은 아니었으나 점차 온실가스 감축 요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규제와 장벽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ESG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회사 등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금융회사들이 높은 이자소득과 투자이익에 집중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무분별하게 확대한 것이 위기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건전한 경영과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대두된 지점이다.
여기에 2020년 초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가 ESG금융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코로나19 사태와 사회책임투자 부각’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근로여건, 기업문화 등 사회위험요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ESG금융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관심 속 금융업계 속 ESG 개념은 중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활동이 증가하면서 ESG는 단순히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수익적 문제 그리고 필연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딩 금융’의 자리에 올라 있는 KB금융이 ESG경영의 선발 주자가 된 데 이어 어떤 경영 정책과 프로젝트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엔 KB국민은행 본관(구관) 옥상에 6군의 양봉장을 마련해 12만 마리 꿀벌 서식지를 확보했고, 한강 일대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플로깅 활동도 진행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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