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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화 중 우연한 채무 인정, 채권 시효 중단될까?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일정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제도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람을 법적 보호에서 제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이러한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완성되는데, 통상적으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의 10년이고(민법 제162조 제1항), 그 외에 채권에 따라 5년, 3년, 1년의 소멸시효기간인 것들이 있다.

 

그런데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자가 그의 의무를 인정하는 등 권리불행사의 상태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소멸시효는 중단되어, 그때까지 진행한 시효기간을 소멸하게 하고 그때로부터 다시 소멸시효의 기간이 진행된다. 이는 소멸시효의 중단이라는 제도이고, 이와 같은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는 청구(민법 제170조), 압류, 가압류 또는 가처분(민법 제168조 제2호), 승인(제168조 제3호)이 있다.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 중에서 ‘승인’이라는 것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행위이고, 의사표시가 아닌 관념의 통지로서 반드시 문서의 형식으로 승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명시적인 승인 뿐만 아니라 묵시적 승인도 가능하고 반드시 그 권리의 원인이나 내용, 범위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까지 확인될 필요도 없다.

 

[사실관계]

 

A는 공사를 맡긴 사람이고, B는 공사를 맡아 진행한 공사업자다. B는 공사를 완성한 이후 4년 정도 지나서, A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A는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3년임을 들어 이미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서 B는 공사를 완성한 지 약 2년 정도 지난 시점의 A와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제시하며 A가 이미 공사계약서상 기재되어 있는 공사대금채권의 존재를 인정하며 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그 시점에 시효는 중단되었고, 그로부터 다시 시효가 기산되어도 아직 3년이 지나지는 않았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경우 공사대금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A와 B 사이의 대화 내용을 시효중단의 사유인 ‘승인’으로 볼 수 있을까.

 

[승인은 권리의 원인, 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승인은 시효의 이익을 받는 이가 상대방의 권리 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그 권리의 원인‧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 원인을 특정하여야 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은 승인이 있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는 표현행위의 내용‧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동일한 당사자 간에 계속적인 거래관계로 인하여 수 개의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 채무자가 모든 채무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채무의 일부로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수개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승인을 하고 변제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대법원 1980. 5. 13. 선고78다1790 판결), 계속적인 물품공급계약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 거래로 인한 각 외상대금채권은 발생한 때로부터 개별적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라서, 각 개별거래시마다 서로 기왕의 미변제 외상대금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확인된 대금의 일부를 변제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다면 새로이 동종물품을 주문하고 공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왕의 미변제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다68940 판결).

 

위 공사대금소송 사안의 경우 A와 B사이의 거래는 공사계약뿐이고, A는 공사계약서상 기재되어 있는 공사대금을 대화도중 인정하였으며 그 외에 공사의 미완성이나 하자 등을 별도로 주장하지는 않았고 실제 공사대금을 지급한 적도 없으므로, A는 대화도중 공사대금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결국 A와 B 사이의 대화내용을 시효중단의 사유인 ‘승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아보인다.

 

[반면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 소멸시효라는 것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지 않으면 채권의 행사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즉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는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는 것이다.

 

다만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관념의 통지로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음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의 시효이익의 포기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까지 필요하다.

 

따라서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채무승인이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별로 채무승인이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까지 볼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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