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가 지난 12일과 13일 진행됐다. 예상했던 대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공방’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이외 정책형 뉴딜펀드, 양도 소득세 대주주요건 강화, 공매도 금지 실효성 문제 등이 관심을 받았다. ①편에 이어 ②편에서는 사모펀드 관련 질의를 제외한 나머지 국감 내용을 종합한다. <편집자주> |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를 진행한 가운데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국정감사 시작 전 이미 예고된 상황인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은 지난해부터 연달아 발생한 일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책임론'에 마른침을 삼키는 모습이었다.
향후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대한 질타는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사모펀드 사태와 금융당국이 ‘권력형 비리’로 묶여있는 것 아니는 의혹에는 단호한 태도로 일축했다.
이외 여야 의원들의 송곳 질문도 이어졌다.
정책형 뉴딜펀드, 양도소득세 대주주요건 강화, 공매도 금지 조치 실효성, 삼성증권의 삼성물산 합병 연루 의혹, 증권범죄합수단 폐지 사태 등 주제를 놓고 설전이 오갔다.
◇ 정책형 뉴딜펀드, 국민세금으로 손실 보전?
금융위 국감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뉴딜 펀드 중 하나인 정책형 뉴딜 펀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형 뉴딜펀드가 공공기관을 상대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투입한 자금이 손실날 가능성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는데, 아무리 정부 진행 사업이라도 잘못됐을 경우 손실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냐”며 뉴딜펀드 관련 투자 가이드라인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뉴딜펀드 조성 취지를 살려 국민세금이 잘 못 쓰이지 않도록 따져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민 세금이 (정책형 뉴딜 펀드의 손실 보전 등에) 쓰이지 않도록 하는 데에 100% 동의한다”면서 “펀드 출시할 때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다는 것을 설명해서 책임의 잘못이 국민 세금으로 가는 것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 양도소득세 대주주요건 강화…철회 의사 없어
올 하반기 증권가 최대 관심사인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에 대한 질의도 등장했다.
금융위 국감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주주 요건을 현형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에 “정부가 물러서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이에 은 위원장은 “정부 내 한 보이스를 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주에 말한 것 정도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 국감에 참석한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다만 직계 존·비속 등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는 것에 대해선 개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의 답변은 홍 부총리 발언 취지와 같이 기존 대주주 기준 하향 조정은 유지하되, 특수관계인이 아닌 개인별 과세로의 전환은 수용할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공매도 금지 연장…후속 조치는?
코로나19 이후 도입된 공매도 임시 제한 조치에 따른 후속조치와 불법 공매도 관리 방안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차입 공매도 문제를 지적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 김 의원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105건의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됐는데 이 중 99건이 외국인이었다. 전체 시장 70~8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고 외국인 전용시장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데 포괄적 차입을 허용하고 있는데다 계약을 하고 공매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도가 이뤄진 다음 신고가 이뤄져 차입공매도인지 무차입공매도인지 구분이 안가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은 위원장은 “공매도를 위한 차입도 있고 다른 용도 차입이 있는데 이것을 미리 신고하게 하는 것은 불편함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있을 때 8~9월에 임박해서 연장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시장을 혼란하게 했다”며 “내년 3월 15일로 정해져 있는 기한에는 임박해서 하지 말고 미리 결정해서 알려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은 위원장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빨리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겠다”며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은 양날의 칼이어서 기회의 측면도 되지만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어 신중해야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국감에서도 공매도 문제가 재차 거론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일정 수준 이상 시가총액을 가진 '대형주'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원장은 “시세 장악이 쉽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소형주에 대한 공매도의 경우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바 있다.
◇삼성證, ‘삼성합병’ 연루 의혹…당국, 조사 시사
금융위 국감장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직접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자본시장법상 위반 행위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에게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이 확정된 후 삼성증권이 프라이빗 뱅커(PB)들을 동원해 ‘의결권 찬성’을 유도한 사실이 맞느냐”라고 재차 질문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삼성증권이 자사 고객들에게 삼성물산 의결권 위임장을 받는데 PB들을 동원한 것은 명백하게 사실”이라며 “투자자 책임은 도외시하고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당시 삼성증권에 근무하지 않아서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금감원 국감에서는 윤 원장이 삼성증권에 불거진 '합병 연루 의혹'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윤 원장은 박 의원이 ‘종합감사 전 삼성증권 조사 계획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최대한 만들어지는대로 보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것에 입장을 같이하느냐’는 물음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 증권범죄합수단 폐지 사태, 금융위 ‘한마디’도 안했나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 서울남부지검 산하 증권범죄합수단 폐지 과정에서 은 위원장이 한 마디도 못했다는 질타도 나왔다.
금융권 안팎에서 증권 범죄 관련 전담 부서가 사라지면, 수사 전문성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나왔음에도 금융당국 수장이 제대로 된 의견을 피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 국감장에서 “증권범죄합수단 폐지를 포함한 검찰 직제개편이 올해 1월 21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는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합수단 폐지와 관련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금융위원회 역시 그날의 국무회의 안건을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의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증권범죄합수단은 2013년 5월 남부지검에 설치된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0월 환매중단된 1조 6000억원 규모의 라임펀드 금융스캔들 역시 합수단이 수사해왔다. 금융위 또한 검찰에 합수단이 설치된 직후인 2013년 9월에 자본시장조사단을 꾸려 활동해왔으며 연간 100여건의 경제범죄를 조사해 합수단에 넘겨왔다.
나아가 유 의원은 증권범죄합수단이 폐지된 것 과 관련 “권력형 게이트를 막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보이지 않는 손을 우리(금융위)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