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지난 1년 5개월간 금지됐던 공매도가 오늘부터 전면 재개된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허용은 2020년 3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공매도는 주가의 거품을 제거해 적정 주가를 찾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매도 압력을 높여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해 2023년 11월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고, 그 사이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중앙점검시스템(NSDC)을 구축하고 투자자별 상환기간 및 담보 비율을 조정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또 공매도 재개 이후 일부 종목에서 변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5월 31일까지 두 달간 단계적, 한시적으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당국이 공매도 전면 재개를 공식화한 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고 수량이 코스피 20%, 코스닥 40%가량 증가해 공매도 시행을 앞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확인되기도 했다.
대차잔고 비율 상승률이 큰 업종은 이차전지, 조선, 철강 등으로 이들 업종이 공매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자동차, 헬스케어, 미디어 등은 상대적으로 대차잔고가 크게 늘지 않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격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공매도 재개 자체는 롱(매수)·숏(매도) 자금 유입과 함께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변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국내 증시의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단기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으며, 스위스 픽테 자산운용을 포함한 다수 기관이 국내 주식 매수를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피보나치 자산운용의 윤정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다시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할만한 시장으로 만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한국은 더 성숙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클린템플턴 신흥시장주식의 랴오이핑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상장사들이 당국의 밸류업 정책에 따라 거버넌스와 주주 환원을 개선할 경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가 줄어들 것으로 평가했다.
피터 리를 비롯한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초 코스피 목표가를 4%가량 상향했으며 "공매도 금지 해제는 코스피 상승의 촉매제"라면서 "외국인들의 투자로 시중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공매도 재개 이후 정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주가지수 편입을 위한 노력에 다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아문디 자산운용은 공매도 재개 후 국내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맥쿼리증권은 공매도 재개가 한국 증시에 부정적이기보다는 중립 내지 긍정적인 이벤트라고 평가하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재개 이후 증시가 초반 약세를 보인 뒤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최근 평가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서 갚아 되이익을 내는 투자기법으로, 과열된 시장을 조정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하락장에서 낙폭을 키우고 가격 조작에 악용된다는 우려도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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