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랠리를 이어오던 코스피가 2월 첫날 장 초반부터 3000선이 무너졌다가 다시 오르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2.7% 오른 3056.53으로 마감했다.
이날 9시 장 초반 전장보다 0.78% 내린 2962.96에 거래가 시작됐으나 회복세로 전환된 셈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코스피는 3.03% 급락한 2976.21로 마감하며 같은 달 7일 이후 22일만에 3000선을 내준 바 있다.
◇ ‘게임스톱 대전’ 영향 미쳤나
증권업계는 코스피가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이는 것을 두고 미국발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란 미국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월가의 투기세력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을 집중 매수해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 등 기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태풍의 중심에 있는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주가의 경우 지난달 27일 134.84%까지 올랐다가, 하루만인 28일 44.29% 감소한 뒤 또 하루만인 29일 67.87% 급등하는 등 전례 없는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달 29일 기준 게임스톱 헤지펀드들의 손실 규모가 대략 197억5000만달러(한화 기준 약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 지난주 발생한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가 외국인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
실제 외국인은 지난달 29일 코스피 시장에서 1조4000억원 이상의 순매도 내는 등 나흘 연속 5조6000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같은 기간 개인이 8조9000억원을 매수했으나, 끝내 3000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 결과 외국인 매도가 집중됐던 LG전자, 기아차 주가가 6% 이상 급락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동시에 약세를 나타냈다.
◇ “예년과 비슷한 수준…전체 흐름 살펴야”
일각에서는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한 주 동안의 주식 시장 수급을 보면 체감상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상 지난달 29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전체에서 외국인 자금 비율은 지난해 말 36.51% 봐 오히려 높은 37.63%다. 이는 2019년 말 38.15%였던 것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게임스톱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인덱스 펀드자금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 패시브 펀드 자금이 늘었고 이를 줄이는 매도가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단순히 수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전체 시장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 시장은 ‘현상 유지’ 수준으로 움직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 동학개미도 ‘공매도 전쟁’ 선포…승산 있을까
미국의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를 지켜보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반응일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의 게임스톱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확정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원래 공지대로라면 3월 중순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에 나설 경우 대형주를 집중 매수한 손실이 크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사례를 표방해 공매도 전쟁을 선포할 경우 기관투자자들에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1일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공매도가 재개되면 게임스톱 사례처럼 개미들의 힘을 모아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날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공매도에 대해 실력행사에 나서려고 하는 것은 오랫동안 자행되온 자본시장의 부정의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라며 “한투연 주도하에 1차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가 연합하면 사실상 100만 동학개미가 뭉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피해가 큰 기업들의 주주들이 더욱 가세할 것이어서 공매도 세력과 싸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국내증시에서 공매도 전쟁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에 충격을 입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미국은 상하한가 제한폭이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에 뛰어들면 공매도 세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국내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상하한가 제도가 있다. 기관투자자에 충격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매수가 어려운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상하한가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 상하한가 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익을 봐도 최대 30%, 손실을 봐도 최대 30%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게임스톱 사례에서는 상하한가가 없는 만큼 3거래일만에 1000% 이상 폭등이 가능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2배 상승에 드는 시간만 3거래일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전문가는 “상하한가 제도는 투자자 보호차 만들어진 제도인데 이런 경우라면 공매도에 뛰어든 기관투자자도 같이 보호를 받는 격”이라며 “미국처럼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을 꼼짝 없이 당하게 하는 수준의 공매도 전쟁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 어떠한 결론도 내좋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미국에서 발생한 게임스톱 사례는 물론 국내 개인투자자들 사이 공매도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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