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최근 시중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는 등 대출 금리 상승세가 가팔라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동시에 은행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 개최된 다음날 곧바로 케이뱅크가 아파트담보대출 신규 취급분부터 최대 연 0.41%p를 인하했다.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0.35~0.36%p, 변동형은 0.30%p 내렸다. 전세대출은 일반전세의 경우 0.41%p, 청년전세는 0.32%p를 각각 낮췄다.
KB국민은행도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시작했다. 지난 4월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0.45%p, 전세대출을 최대 0.55%p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대출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오는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한 우대금리를 0.1%p 늘린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 한도는 최고 1.0%에서 1.1%로 올라간다.
◇ 동시에 ‘은행 이자장사’ 경고한 대통령과 금감원장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윤 대통령과 이 금감원장이 은행의 이자장사 형태에 경고격 발언을 전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금리 인상기 은행들이 대출 금리에 비해 예금 금리는 적게 인상하며 고객들 대상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을 챙기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원장 역시 이날 대출 금리 관련 윤 대통령의 당부와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은행장들과의 첫 만남에서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으나,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 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가산금리 축소 아닌 우대금리 확대 ‘가닥’
다만 일각에선 당국과 정부의 압박에도 은행들의 대출금리 축소폭이 일정 부분 이상 커지긴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가산금리’를 손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인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에서 우대금리를 빼는 식으로 정해지는데,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등 고정비와 마진인 목표이익률로 구성된다. 즉 고정비가 아닌 목표이익률로 가산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것인데, 은행권 모범규준에 따르면 목표이익률은 1년 동안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선 가산금리 조정이 아닌 우대금리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규 고객 대상 우대금리 혜택을 적용하는 등 방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가산금리에 목표이익률이 반영되는데 1년 동안 동일 유지해야 하는 만큼 당장 (인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며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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