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상반기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내일(23일) 개최된다. 시장에서는 고용시장 침체 장기화와 소비자물가지수 부진 등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금융투자협회가 74개 기관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는 것은 저조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은 1.6%를 기록했다.
3월 대비 0.3%p 상승했지만 여전히 1% 중반대의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를 기록한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1.4%(2월), 1.3%(3월) 등 1%초중반대의 물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지난달 12일 열린 금통위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보다 낮은 1.4%에 머물렀다. 지난 1월 1.1%의 근원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1% 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용시장 침체 역시 금리 동결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수는 2686만8000명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12만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4월 기록한 42만명보다 약 30만명 줄어든 수치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취업자수 증가가 10만명 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며 청년층(15~64세) 고용률 역시 지난해 4월 42.1%에서 지난달 42%로 소폭 감소했다.
경기회복세도 점차 둔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2%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6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평균 가동률이 70.3%를 기록하며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 투자 감소의 영향으로 5개월만에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한국은행이 목표로 한 수준에 못 미치고 근원물가는 1.4%에 머물고 있다”며 “한은이 이번에 당장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고용부진으로 내수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 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하나 아직은 심리적인 요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7월 금리인상 신호가 될 수 있는 금통위 소수의견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소수의견 여부는 내일 새벽 공개되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후 FOMC는 성명서를 통해 향후 물가가 2% 목표 근처까지 다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의사록을 통해 물가 상승에 대한 연준위원들의 전망이 보다 구체화될 경우 6월 FOMC의 금리인상 결정은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 정도에 따라서는 ‘3회 추가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6월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현재 0.25%p인 한미간 금리차는 0.5%p로 확대되게 된다. 만약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최대 1%p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지난 11일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1%p 이상 벌어질 경우 월 평균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금통위의 주요 고려 대상 중 하나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마이너스통장 및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 증가액은 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2조6000억원)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해 1분기 가계대출 가중평균 실질금리는 연 2.38%로 지난 2015년 3분기(2.54%) 이후 2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세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 속도를 높일 경우 취약계층의 금리부담 충격이 심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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