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업황 하강 등 위기대응을 위해 설비투자를 촉진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편한다.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조정하는 선에서 정리작업에 집중하고, 세입세출에 있어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19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소득공제 정비 등으로 세입여건을 소폭 개선하면서 한시적으로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등 투자촉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순액법으로는 5년간 약 37억원의 증세효과가 발생하며, 누적법(총액법)으로는 총 4680억원을 지출하게 된다.
순액법과 누적법은 정책변경으로 인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수단으로 둘의 차이는 전년을 기준으로 증감치를 더하느냐, 특정 기준연도를 기준으로 증감치를 더하느냐다.
5년간 매년 1조원씩 증세한다고 할 경우 순액법으로는 5조원, 누적법으로는 15조원(1+2+3+4+5)이 된다. 순액법은 매년 변화하는 경제여건에 맞춰 실제 변동치를 합산하는 방법인 반면, 누적법은 특정연도를 기준으로 총 변동치를 살핀다. 알아보려는 수치가 다르기에 두 방법 간 직접적인 비교는 의미없다.
설비투자 올인? 대기업 2%가 한계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큰 부분은 한시적인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다.
정부는 2020년에 한해 3대기업 공제율은 1→2%, 중견기업 3→5%, 중소기업 7→10%로 각각 올리기로 했다. 투입되는 세금은 532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예상공제액인 950억원과 비교하면 조세지출규모가 거의 6배 증가하는 셈이다.
공제율로 보면 대기업 증가율이 가장 작다. 그러나 공제혜택 중 약 80% 정도가 대기업에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비중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제한적이다.
대기업 2%란 숫자를 정하기까지 정부 내부에서 상당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과도한 대기업 지원축소란 명분으로 2017년 세법개정을 통해 2018년부터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에서 대기업 공제율을 3%에서 1%로 축소시킨 바 있다.
게다가 올해 일몰이 도래함에 따라 심층평가 대상에 오르면서 재차 축소될지 폐지될 지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쏠렸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1.7%)이 전분기(2.9%) 대비 –0.8%, 설비투자는 –9.1%나 꺾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분기 설비투자 하락은 반도체 부문의 실적 하락이 반영된 측면이 가장 크다”며 “국제경기변동 등 외생변수에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65.4%까지 끌어올린 덕분에 2분기 경기하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수요 위축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지난 1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낮췄고,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추경을 하지 않으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에 깊게 먹구름이 끼었다.
자유한국당은 대기업 공제율을 2018년 이전인 3%로 올릴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대기업 공제율 2%로 완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대기업 공제율 2%로 조정할 경우 순액법을 적용할 경우 향후 5년간 중소기업에는 641억원의 감세효과가, 대기업에는 606억원의 증세효과가 발생한다.
중장기 총 누적치를 따지는 누적법을 적용한 경우라도 대기업 감세효과는 2062억원으로 중소기업 감세효과 2802억원보다 적다.
그러나 대기업 공제율을 3%로 올리면 순액법으로 산정하든, 누적법으로 산정하든 올해 세법개정으로 인한 대기업 혜택이 중소기업 혜택을 앞지르게 된다.
특히 누적법은 변동치가 누적된다고 보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감세효과가 중소기업의 곱절로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공제율 3% 요구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위: 억원)
|
서민‧중산층* |
중소기업 |
대기업 |
고소득층 |
기타** |
계 |
순액법 |
△422 |
△641 |
606 |
775 |
△281 |
37 |
누적법 |
△1,682 |
△2,802 |
△2,062 |
3,773 |
△1,907 |
△4,680 |
<표=기재부>
개인부문에서도 중산층 지원, 고소득층 과세 강화 기조를 유지했다.
정부는 중산층에 대한 종합소득금액 1억원 또는 총급여 1억2000만원 이하에 한해 50세 이상 연금계좌세액공제 한도를 각각 400→600만원, 700→900만원으로 확대해 서민과 중산층 등에 5년간 440억원의 감면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순액법으로 따지면 서민·중산층에 5년간 422억원, 누적법으로는 1682억원의 감세효과가 귀착된다.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2000만원의 근로소득공제한도를 신설(5년간 640억원 증세), 퇴직소득세율보다 높은 근로소득세율을 적용받는 임원의 초고액 퇴직금의 범위를 확대(5년간 360억원 증세)해 순액법으로는 5년간 775억원, 누적법으로는 3773억원의 증세효과가 발생한다.
내년 예산안 ‘확장재정’ 반영되나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안이 반영되긴 했어도, 이번 세법개정안의 5년 추계 내용은 거의 ‘변동없음’에 가깝다.
순액법을 사용하든 누적법을 사용하든 5년치 추계에서 2021년 법인세 부문(2020년분 법인세는 2021년)에서 약 6600억원의 감세조치가 이뤄지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증감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년대비 증감치를 기준으로 하는 순액법에 따르면 기저효과로 2022년 법인세가 전년대비 약 5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까지 모두 더할 경우 연간 경제성장치를 반영하는 순액법으로는 5년간 오히려 40억원 증세효과가, 기준연도를 시점으로 변동치를 합산하는 누적법으로는 4680억원의 조세지출(감세)효과가 발생한다.
세법개정으로 전체 세입세출규모에 가급적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❶ 순액법 (단위: 억원)
|
계 |
ʼ20년 |
ʼ21년 |
ʼ22년 |
ʼ23년 |
ʼ24년※ |
계 |
37 |
△1,405 |
△4,441 |
4,407 |
△11 |
1,487 |
소득세 |
125 |
408 |
△145 |
△138 |
|
|
법인세 |
△149 |
△32 |
△6,6041」 |
4,9891」 |
|
1,498 |
부가가치세 |
44 |
△793 |
805 |
52 |
△10 |
△10 |
기타 |
17 |
△9882」 |
1,5032」 |
△496 |
△1 |
△1 |
1」생산성향상시설 공제율 한시적 인상(1년한시, ’21년 △5,320억원, ’22년 +5,320억원)
2」노후차 교체시 개별소비세 한시적 감면(6개월한시, ’20년 △560억원, ’21년 +560억원)
※ 설비투자 가속상각 특례의 경우 과세이연 효과가 종료되는 ‘26년까지 반영
❷ 누적법 (단위: 억원)
|
계 |
ʼ20년 |
ʼ21년 |
ʼ22년 |
ʼ23년 |
ʼ24년※ |
계 |
△4,680 |
△1,405 |
△5,846 |
△1,439 |
△1,450 |
5,460 |
소득세 |
1,046 |
408 |
263 |
125 |
125 |
125 |
법인세 |
△5,463 |
△32 |
△6,636 |
△1,647 |
△1,647 |
4,499 |
부가가치세 |
156 |
△793 |
12 |
64 |
54 |
819 |
기타 |
△419 |
△988 |
515 |
19 |
18 |
17 |
<표=기재부>
정부가 보수적으로 세법개정안을 들고 온 것에 대해 올해 확대된 근로·자녀장려금의 여파와 올해 예산안을 꼽는 목소리가 많다.
장려금 제도는 일하는 저소득가구를 지원하는 제도로 정부는 올해부터 지원대상은 2배, 지원규모는 3배로 늘렸다. 연간 추가지출 규모는 3조원, 총 지출규모는 4~5조원에 가깝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확장재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법개정보다는 내년 예산안에서 정부 예산지출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18일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언급하며, “통화당국의 이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조세지출규모가 커지면, 가용한 정부예산안 범위가 축소한다”라며 “세입, 조세지출 규모에 최대한 손을 대지 않는 상황에서 예산안 편성을 통해 재량권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당정청은 이달 내 협의를 통해 일본 경제침략 관련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관리 종합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오는 26일부터 내달 14일까지 19일간 입법예고하고, 27일 국무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정기국회 제출 예정일은 9월 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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