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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IT 기업 따라 부동산 투자 해볼까?

 

(조세금융신문=장경철 부동산1번가 이사) 부동산 격언에 ‘부동산 투자는 대기업을 따라서 하라’라는 말이 있다. 돈과 사람을 몰고 다니는 대기업 때문에 대기업의 이전이나 투자가 확정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코로나에도 잘나가는 게임사, IT 기업을 따라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실제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게임사와 IT 기업들이 속속 신사옥 건립이나 기존 건물을 매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대형 게임·IT 업체가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발(發)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유통·항공·제조 등 전통 산업들과 달리 게임·IT 관련 기업들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리며 의욕적으로 부동산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국내 IT 기업·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 판교와 서울 강남, 구로디지털단지 일대에서는 빈 사무실을 찾기 어렵고, 해외에선 아마존·페이스북 같은 ‘IT 공룡’들이 사업·인력 확대에 따른 사무 공간 확보를 위해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먼저 가장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업체는 게임사다. 게임산업 성장으로 사세가 커지고 직원 수가 늘어나자 업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사옥을 추가로 짓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성남시 삼평동 일대 2만5719.9m² 부지를 매입했는데 가격은 8399억원선이다.

 

애초 이 땅은 성남시가 판교구청을 지으려 조성한 땅이었지만, 판교구 설립이 어려워지면서 민간에 매각을 추진했는데 현재는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엔씨소프트 임직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115명으로 현재 본사로 쓰는 판교R&D센터 수용인원(3000명)을 초과한다.

 

 

엔씨소프트는 본사 외 건물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을 신사옥으로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컨소시엄은 1조 8712억원을 들여 2026년까지 지하 9층, 지상 14층 규모의 ‘글로벌혁신R&D센터’(가칭)를 세워 이 부지와 마주보고 있는 판교R&D센터와 함께 판교에 ‘엔씨 타운’을 구축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올해 1분기(1∼3월) 중 서울 구로구에 지하 1층~지상 39층 전체면적 18만m² 규모의 신사옥 ‘G밸리 지스퀘어’로 본사를 옮긴다. 넷마블뿐 아니라 계열사인 코웨이, 기타 정보기술(IT) 기업과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들도 함께 들어간다.

 

넷마블은 또 경기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에도 지하 6층, 지상 15층 건물을 짓고 있다. 2023년 2월 완공될 이 건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연구, 빅데이터 분석 및 인프라 개발 등을 위한 R&D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중견게임사인 펄어비스도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신사옥을 짓고 있다. 2017년 325명이던 직원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761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자 사옥 확보에 나섰다. 2022년 상반기(1∼6월) 준공 예정으로 펄어비스는 본사 이전을 통해 현재 경기 안양시 일대 건물 3곳에 흩어진 직원들을 신사옥으로 모을 방침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줄어 어쩔 수 없이 본사 건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 여타 업종과 달리 게임사들은 오히려 비대면 생활 확산에 따른 매출 증가로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15조 5750억원이며, 올해는 1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사상 처음 연간 매출 2조원 돌파가 유력하며 넥슨도 연 매출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 전체 시가총액이 조만간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임산업이 성장하면서 종사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콘진원에 따르면 한때 중국 게임사에 밀려 줄어들던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는 2016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3만 9390명으로 집계됐다.

 

게임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고 해외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게임사들은 올해도 채용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며 게임사들은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직원들이 근무할 사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됐다고 하지만 신작 게임에 대한 보안 취약, 잦은 아이디어 회의, 개발자용 고성능 컴퓨터 반출 등의 문제가 있어 게임사 핵심 인력은 사옥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형 IT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동산 업계에선 대형 IT기업이 풍부한 유동성을 앞세워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이 매입 예정인 판교구청 부지 바로 맞은편에서는 초대형 상업용 빌딩 ‘판교 알파돔시티’ 2동(棟)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 중 한 동은 카카오가 10년 동안 건물 전체를 통째로 빌리는 계약을 맺어 올해 입주할 예정이다.

 

바로 옆 동은 네이버가 공동 주인으로, 이 건물을 짓는 미래에셋 사모펀드에 2018년 1963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분당구 정자동 사옥 바로 옆에 제2사옥도 짓고 있다. 국내 대표 IT 기업이 대형 오피스 건물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직원 수가 급증하면서 사무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직원 수는 2017년 3206명에서 작년 9월 기준 4115명으로 3년 만에 1000명 가까이 늘었으며 카카오 역시 같은 기간 5832명에서 9825명으로 68%(3993명)나 증가했다. 국내 IT 스타트업도 코로나 사태에도 호황을 누리며 사무 공간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19년 강남권은 서울 주요 오피스 시장 권역에서 가장 낮은 공실률(1.5%)을 기록했는데 비바리퍼블리카·니트로스튜디오·직방 등 IT·게임 업체가 속속 임대차 계약을 맺으며 공실을 없앴기 때문이다.

 

거대 IT 기업이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된 현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코로나로 뉴욕 도심이 텅 비어가던 지난해 8월 옛 뉴욕우체국 건물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코로나로 페이스북이 재택근무를 선언했을 때라 현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아마존 역시 뉴욕 맨해튼 소재 로드 앤드 테일러 건물을 지난해 8월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에 사들였고 앞으로 이곳에서 직원 2000여 명이 근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도 지난해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인근에 2만㎡ 규모 새 사무실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에서도 테크 기업들이 대형 부동산 계약을 잇달아 맺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체 JLL에 따르면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최근 베이징 새 사무실 확보에 16억 달러를 쓰겠다고 발표했고, 징둥닷컴은 베이징의 한 호텔을 4억 2200만달러에 인수해 R&D센터로 바꿨다.

 

대형 게임사, IT 기업들의 높은 연봉 수준과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를 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구매력있는 배후 수요가 강남권 못지않은 셈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되레 매출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는 게임업체들과 IT 기업들의 성장세로 일자리 창출 등으로 수혜지역 부동산에도 활기를 줄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강력한 규제로 인한 부동산불황기에도 일자리 창출지역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나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 성남 판교 일대 등에 게임업체들과 IT 기업들이 이전하면서 아파트·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이나 지식산업센터, 소형 오피스 등 업무용 부동산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프로필]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부동산 칼럼리스트
 • 전) 네이버 부동산 상담위원
 • 전) 아시아경제 부동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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