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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2008 미분양 사태는 ‘대형’ VS 2023 미분양 지금은 ‘소형’

-2023년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소규모(60~85㎡) 미분양 많아
-“실거주 수요 있어 리스크 낮을 것 대구‧경북지역 위기로 끝날 수도”

 

(조세금융신문=장경철 부동산1번가 이사) 조정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2008년의 악몽’을 불러온 미분양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2008년은 전국 미분양 주택이 역대 최고인 16만 가구를 넘어섰던 해로 기억된다.

 

올해 1월 미분양 주택은 약 7만 5000가구로, 절대량 자체는 2008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대구, 포항 등 지방 미분양 증가세가 가파르고, 고금리‧고물가로 건설사 줄도산 우려가 커진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2008년 미분양엔 있지만 2023년 미분양엔 없는 것도 있다. 바로 ‘국민평형(전용면적 84㎡)’보다 큰 대형 평형이다. 2008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로 공급’한 대형 평형은 전체 미분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넘게 ‘악성 미분양’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대형 아파트들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데는 건설사들의 수요 및 공급 예측 실패도 있지만, 저출생과 핵가족화라는 생활패턴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컸다는 분석이다.

 

 

2008년 미분양 사태 때는 중대형 평형이 ‘애물단지’

 

당시 대형 아파트들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데는 건설사들의 수요 및 공급 예측 실패도 있지만, 저출생과 핵가족화라는 생활패턴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컸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분양의 70% 이상이 실거주자 수요가 많은 60~85㎡ 규모로 상대적인 리스크는 2008년보다 낮을 것(2023 KB부동산보고서)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대세’는 전용 85㎡ 초과하는 대형 평형이었다.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가를 더 책정할 수 있는 대형 평형이 수익성 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고 수요자들도 ‘이왕이면 큰 평형’이라는 심리가 있었다. 정부 역시 판교‧광교‧김포 등 수도권 신도시 공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하지만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2007년 9월 이후)을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중대형 평형의 과잉공급이 본격화되었다. 2007년 상반기만 해도 미분양의 95%는 지방이었으나, 하반기부터는 수도권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7년 상반기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서 면제되다 보니 2008년 전후 분양한 주택은 고(高)분양가 논란이 컸다. 이명박 정부가 ‘반값주택’으로 불린 보금자리주택을 강남 등 수도권에도 공급하면서 민간분양 인기가 더 식었다.

 

국토교통부의 미분양 현황 통계를 보면 2007년 11만 2254가구였던 미분양은 2008년 16만 5599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12만 3297가구로 감소했는데 이 중 전용면적 60~85㎡ 주택 비율은 47.7%→42.2%→38.8%로 점차 감소한 반면, 85㎡ 초과 주택 비율은 47.2%→53.4%→56.5%로 늘었다.

 

2010년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하면서 중소형 미분양은 빠른 속도로 줄어든 반면 수도권에 집중 공급된 대형 평수는 이후로도 한동안 애물단지로 남았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데다 전용면적 59‧84㎡도 ‘방 3개‧화장실 2개’ 구조로 효율화되면서 굳이 큰 평수를 선택할 유인이 없어져서다.

 

건설사들은 중대형 평수를 ‘재고 처리’하기 위해 20~30% 분양가 할인, 발코니 확장 무료 옵션,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며 마케팅에 나섰다. 대형 미분양의 소진은 정부의 주택대출 규제완화에 공급 자체가 줄어든 2014년이 되어서야 사실상 마무리 되었다. 이후로는 전용 85㎡ 초과 대형 평수 물량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며 전용면적 59‧84㎡ 구조가 사실상 아파트 수요자들의 대세가 되었다.

 

2023년 서울에서는 60㎡ 이하 소형 주택이 ‘애물단지’로

 

2023년 1월 기준 전국 미분양의 73.3%는 실수요가 선호하는 평형인 전용 60~85㎡ 주택이고 85㎡ 초과 대형(11.8%), 40~60㎡ 소형(11.7%), 40㎡ 이하 초소형(3.2%)이 그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평형별 양극화가 심했던 2008년 이후 미분양과 달리, 최근의 미분양은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경북 미분양 아파트는 전체 미분양의 30%를 차지한 반면 부산‧제주‧서울‧광주‧세종의 미분양은 모두 합쳐도 전체의 10%를 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요한 것은 공급 대비 수요에 있다. 2008년과 달리 서울 등 수도권은 수년간 주택 공급이 워낙 부족했고, 정부도 공공주택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 아니어서 대구‧경북발 미분양이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분양이 적은 서울에서도 정부의 아파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체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주택은 애물단지로 등장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민간 미분양 주택의 68%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평형이었다. 그중에서도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 평형이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전체(342가구)의 27%가 40㎡ 이하였다. 업체별 현황을 뜯어보면 2인 이상이 실거주하기 힘든 비좁은 면적임에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주변 아파트 시세를 훌쩍 뛰어넘은 ‘배짱 분양가’로 공급된 도시형 생활주택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A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강북의 모 단지의 경우 더블 역세권임에도 전용면적 38~49㎡ 분양가가 7억 8000만~13억 7000만원에 달해 지난해 4월 계약 마감 후 현재까지 95%가 미분양 상태로 알려졌다.

 

과거엔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어 서울 등 수도권 진입이 어려웠지만, 현재는 문턱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에 미분양 주택을 사도 수도권에 있는 주택을 사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살 이유가 전혀 없으므로 2008년 이명박 전 정부에서 내놨던 취득세, 양도세 세금 감면 등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지방 등의 미분양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로필]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현)중앙일보 조인스랜드 부동산 칼럼리스트
•(전)네이버 부동산 상담위원
•(전)아시아경제 부동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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