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가 전 업권으로 번지는 가운데 금융업계에서도 특히 캐피탈사 중심의 연쇄 파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캐피탈사(리스‧할부금융사)는 몇 년 사이 주력 사업인 할부금융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인 만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최근 부동산금융 자산 비중이 높은 OK캐피탈의 신용등급도 하락한 바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캐피탈업계의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자산은 약 230조원 수준이다.
문제는 전체 자산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다. 전통적으로 캐피탈사는 자동차 금융, 할부 리스 자산에 집중해 왔으나 최근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영업자산이 급증했다.
부동산 PF는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뉘는데, 사업 초반 시행사들은 자금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키패탈사 등을 포함한 2금융권에서 높은 금리로 브릿지론을 통해 자금을 융통한다.
이후 개발 인‧허가 과정을 거쳐 시공사가 선정되면 1금융권 등에서 토지 담보 대출을 토대로 본PF 자금을 융통해 브릿지론을 상환하는 식이다.
불과 몇 년 전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일 때 브릿지론 대출 수요가 늘면서 캐피탈사가 가져가는 이익도 덩달아 증가했다.
하지만 1~2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전환되면서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고, 결국 브릿지론 대출 규모가 많은 캐피탈사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캐피탈사마다 각기 다른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가 적지만 등급이 낮으면 리스크가 높아지는 점도 문제다. 주요 은행지주 자회사인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BNK캐피탈과 신용등급 AA- 수준의 현대커머셜, 미래에셋키피탈의 경우 문제로 지목되는 PF 대출이 전체 대출 비중의 10% 초반 수준이다.
반면 신용등급 A 이하의 롯데, 메리츠, 한국투자, 애큐온, 오케이캐피탈 등은 영업자산 내 PF 대출 자산이 20% 안팎이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규모의 캐피탈사들의 자금조달과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우량 캐피탈사는 중소형 캐피탈사에 비해 여러모로 조건이 좋다. 은행지주 계열사라면 기본적으로 영업자산 내 자동차 금융 등 전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 비교적으론 안정적이라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악화될수록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이 높은 중소형 캐피탈사의 위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역시 부동산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캐티탈업계의 사업환경, 실적 방향, 등급 전망에 대해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캐피탈사 부동산 PF 연체율이 1년 전(2.20%)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4.44%로 급등한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부동산 PF 위기설이 불거졌다.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당국이 직접 나섰고, 금융사들도 브릿지론 만기를 3~6개월 연장하면서 당장의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상환이 유예된 물량까지 합쳐진 상태로 올해 상반기 브릿지론 만기가 집중된 만큼 해당 기간 캐파탈사의 부담은 더 높다. 지난해 만기였던 7조1000억원 수준의 브릿지론 중 상당 규모가 올해로 유예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올해 상반기 브릿지론 상환이 집중되는데 결과적으로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에 타격이 클 것이고 경영난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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